2012년 9월 20일 목요일

안철수 앞길, 이 한마디에 답이 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19일자 기사 '안철수 앞길, 이 한마디에 답이 있다'를 퍼왔습니다.
정치 전문가들, "무난하다" 평가 속 "이헌재 등에게 의존하면…"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기자회견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안 후보가 상당한 정치적 수를 보였다는 평가에서부터 '저렇게 해서 될까 싶다'는 회의론까지 나왔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 진행자인 시사평론가 김종배 씨는 단일화 관련 전망에 대해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한 마디를 했다. '변화를 원하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겠다.' 그건 단일화에 응하겠다는 얘기"라고 풀이했다.


김종배 씨는 출마 선언 당일에 "'당장 (단일화)하겠습니다' 할 수는 없는 것이니만큼 (안 원장이 제시한) 두 가지 원칙은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이고, 방점은 저 문답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 원장의 기자회견 내용 전반에 대해서는 "모범 답안을 내놨다"고 평했다.


김 씨는 "선거 과정에서부터 정치를 쇄신해야 한다는 것도 (다른 후보들에 대한) 선공(先攻)에 들어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복지, 경제민주화와 성장동력의 선순환구조를 강조했는데, 아마 디지털, IT에 기반한 성장전략을 제시하며 바로 정책 아젠다(의제)로 들어가지 않을까"하는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야권 단일화에 대한 안 후보의 명확치 않은 입장은 야권, 특히 민주통합당에서 일말의 우려를 낳기도 했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하나의 미국'을 이야기하던 오바마는 (미국) 민주당 후보였기 때문에 중간층을 뺏어올 수 있었다"면서 "현재 안철수의 입장에서 여야 모두에 등거리를 유지한 것은 야권 지지자들이 안철수의 정체성에 대해 더 의심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부정적인 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는 "그래도 결국에는 단일화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 문제에 대해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 소장은 "후보단일화 문제에 대해 공을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넘기는 상당한 정치적 수를 보여줬다"고 풀이했다. 박 소장은 "문재인 후보가 선출된 후 정치 쇄신이라는 짐을 지고 있지 않나"라며 "(정치가) 변화, 혁신하고 국민의 동의까지 있어야 한다는 것은 후보단일화의 부담을 자기가 갖지 않고 민주당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소장은 "안 원장 지지층이 반(反)새누리당, 비(非)민주당 아니냐. 그렇다면 국민의 동의가 빠진 단일화는 '비 민주당'의 표가 급속히 떨어져나갈 수 있다"면서 "(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전면적 쇄신을 내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지층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당연한 조건"이라며 "그에 대한 부담을 안 후보가 질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박 소장은 "전체적으로 특별한 내용은 없는 것 같다"면서도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시사하는 대목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 후보의 참여정부 평가는) 흔히 하는 얘기다. 그것보다 나아가서 후한 점수를 줬다면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전망을 강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인데, 그 정도 선에서 하고 '박근혜 후보도 문재인 후보도 훌륭하다'는 정도 얘기였다"는 대목을 짚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19일 서울 구세군아트홀에서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회의론도 벌써부터 나온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정치 쇄신을 말했는데, 과연 안 후보가 그 주체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안 후보가 갖고 있는 것은 높은 지지율 뿐, 무소속인데다 강력한 지지자 집단도 없고 참모그룹도 정비된 상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런 상황에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등 엘리트 관료에 정책 방향을 의존할 우려도 있다"면서 "이런 정도로 (안 후보가) 정치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도 "느낌이 '저렇게 해서 될까' 싶다"며 회의론에 가세했다. 그는 안 후보의 회견 모습에 대해 "편안하게 얘기해야 하는데 너무 긴장을 많이 했고, 상기된 표정에 경직된 모습이 반복되면 불안감을 해소하기 힘들 것"이라 혹평하며 회견문 내용에 대해서도 "정치 쇄신에 대해 좀더 구체적이어야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반면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오늘 안 후보가 강조한 것은 '포지티브 경쟁'을 하자는 것 아니냐"면서 "안 후보가 당연히 제시할 수 있는 것 같다. 방향을 잘 잡은 것 같다"는 총평을 내렸다.

고 박사는 안 후보의 회견에 담긴 메시지 등에 대해서는 "열심히 하더라"고 평가하고, 단일화 관련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에는 "출마선언 하는 사람이 단일화부터 (언급)하면 되나. 기자들이 계속 질문하던데 그건 좀 잔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곽재훈 기자,전홍기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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