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2일 수요일

[사설]수해복구 지원, 꽉 막힌 남북간 소통의 계기 되길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11일자 사설 '[사설]수해복구 지원, 꽉 막힌 남북간 소통의 계기 되길'을퍼왔습니다.

북한이 엊그제 우리 정부의 수해복구 지원 제의를 받아들이겠다고 알려왔다. 북한 측은 이날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지원할 수 있는) 품목과 수량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일단 북한이 의미있는 변화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북한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명박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왔고, 이 때문에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우리로서는 이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더불어 이를 꽉 막힌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고 해도 상황을 정교하고 차분하게 관리해 나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북측은 이번에 남측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작년과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대북 수해복구 지원이 무산된 사례를 말한다. 당시 정부는 영·유아용 영양식, 라면 등 50억원 상당의 지원을 추진했지만 북측은 원하던 식량과 시멘트, 복구 장비 등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결국 수해복구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재연되지 말란 법도 없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 모두 성의있는 태도가 필요하지만 우선 정부의 대승적이고 전향적인 발상전환이 요구된다. 

한 정부 당국자는 수해복구 지원 국면의 현 상황을 ‘복잡한 방정식’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그만큼 정부의 수해복구 지원이 퍼즐맞추기만큼 복잡한 구석이 있다는 말이다. 가령 식량으로 밀가루를 지원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측이 이에 만족하지 않고 쌀과 시멘트, 중장비 등을 요구할 때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이 중 쌀과 시멘트는 2010년 북측에 수해복구 지원 물품으로 이미 보낸 적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필요로 하는 긴급복구 자재나 장비가 현 정부에서 전략물자로 규정돼 있는 것이 난점이다. 

이런 문제들은 대북 지원이 구체화하면서 언제든 중대 걸림돌로 부각될 수 있음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남북관계는 북한이 튀는 요구를 하면 남한이 그 수용을 거부함으로써 파국을 맞는 모양새가 반복돼왔다. 이 틀을 깨려면 남과 북 양측의 변화가 요구된다. 긍정적인 것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이 경제개혁 등 변화제스처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우리 쪽에서도 다행히 전향적인 신호들이 감지된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며칠 전 간부회의에서 “수해복구 지원 제의는 북한을 조건 없이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모니터링 문제에 대해 “모니터링은 조건이 아니라 지원을 효율적으로 하자는 취지”란 입장을 보였다. 북한 수해복구 지원 문제에 대해 ‘일이 되는 쪽으로 하겠다’는 생각들이 팽배한 모습이다. 수해복구 지원이 남북대화 분위기 조성과 관계 개선을 위한 좋은 기회로 활용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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