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8일 화요일

이제 곧 사라질 그곳, 애처러운 땅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18일자 기사 '이제 곧 사라질 그곳, 애처러운 땅'을 퍼왔습니다.
[신병문의 하늘에서 본 한국](6) 화성시 송산면 간척지

항공사진을 찍다 보면 얼마 뒤에 그 풍경이 사라지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지난번 가뭄으로 말랐던 예당저수지의 풍경이 그랬다. 이번에 소개할 곳은 잠시 사라지는 것이 아닌 도시개발로 영영 사라질 운명에 처한 곳이다.

송산그린시티는 시화방조제 건설로 생긴 간척지에 들어서는 55.82㎢ 규모의 신도시로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2007년 개발계획이 발표된 이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요이 땅'하면 삽질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역이다.

▲ 화성시 송산면의 간척지. '송산그린시티'로 개발 예정이다. ⓒ신병문

ⓒ신병문

거창하게도 생태주거단지, 국제테마파크부지, 유니버셜테마파크, 실버컴플렉스, 에듀타운, 스포츠컴플렉스 등의 온갖 이름이 붙은 생태첨단도시로 가꾸는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거기다 도시 내에 골프장과 철새 서식지를 조성하는 계획도 들어가 있다.(그나마 계획대로만 된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개발붐이 주춤하면서 이곳의 개발도 아직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땅의 대부분은 염분이 빠지면서 수로 주변을 중심으로 무성해진 풀이 빈 땅이 대조를 이루면서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큰 수로와 작은 수로가 마치 나무의 줄기처럼 보이고 거기서 자라난 풀의 군락이 무성한 잎처럼 보이기도 한다. 근처의 목장에서 마실 나온 소들의 무리도 보이고 이 소의 겨울먹이로 베어서 말아 놓은 풀 더미가 마치 커다란 까망베르치즈 덩어리로 보인다.

사진 촬영 중에 막연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친환경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자연에 손을 대지 말았으면, 인구도 점차 준다는데 거대한 원시자연공원이나 제대로 된 생태공원으로 가꿔보면 어떨까? 하고....

내버려 두면, 자연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개발한다. 하늘에서 바라 본 송산면 풍경이 증명하는 듯하다.

▲ 소의 겨울먹이로 베어서 말아 놓은 풀 더미가 마치 커다란 까망베르치즈 덩어리로 보인다. ⓒ신병문

▲ 근처의 목장에서 마실 나온 소무리 ⓒ신병문

ⓒ신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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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문씨는 '하늘에서 본 한국의 새로운 발견'을 주제로 우리 땅 구석구석을 기록하는 항공사진작가입니다. 이 연재는 사진가가 동력패러글라이더를 타고 하늘에서 직접 찍은 우리 나라의 풍경과 그 땅의 이야기로 꾸려집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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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문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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