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일 토요일

[사설] 아이들을 이 ‘끔찍한 세상’에서 어떻게 지켜내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31일자 사설 '[사설] 아이들을 이 ‘끔찍한 세상’에서 어떻게 지켜내나'를 퍼왔습니다.

또다시 끔찍한 아동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엊그제 전남 나주시에서 초등학교 1학년생인 ㄱ(7)양이 집안 거실에서 잠을 자다 이불째 납치된 뒤 성폭행을 당한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이 찾아냈을 당시 ㄱ양은 집에서 불과 150m 떨어진 곳에서 불어닥친 비바람에 알몸이 몽땅 젖은 채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 성폭행의 정신적·육체적 충격과 공포, 추위로 몸을 움직일 기력조차 없었음이 분명하다. 온몸에 멍이 들고 대장이 파열되는 중상까지 입었다니, 7살 아이에게 가해진 인면수심의 폭력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 ㄱ양이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경찰과 의료진이 수사와 치료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범인 고아무개씨가 평소 ㄱ양의 어머니와 친분이 있어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고씨가 머물던 곳은 ㄱ양의 집에서 25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비록 ㄱ양이 고씨를 직접 알지 못했다 해도 ‘이웃집 삼촌’이 잔혹한 ‘짐승’으로 돌변한, 면식범에 의한 성폭력이나 다를 바 없다. 아동 성폭력이 낯선 정신이상자보다는 가족이나 친지, 이웃 등 주변의 ‘정상적인 사람’에 의해 저질러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아동 성폭력이 성인에 대한 성폭력보다 신고율이 낮은 것도 이런 위계적 권력관계 속에서 폭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아동 성폭력 근절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 학교와 학부모, 시민사회가 다각도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음주나 약물 등 자의에 의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13살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감경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ㄱ양을 성폭행한 고씨도 “술김에 일을 저질렀다”고 범행 책임을 술로 돌리고 있다. 아울러 현행 제도 아래서도 아동 성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13살 미만 아동에 대한 성범죄 기소율은 2010년 57.8%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46.2%로 떨어졌다고 한다. 수사당국은 아동 성폭력만큼은 반드시 처벌한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더욱 근본적으론 폭력적인 사회 구조와 문화의 개선이 절실하다. 아동 성폭력을 포함해 모든 성폭력은 강자가 약자에게 힘을 휘두르는 행위가 묵인되거나 용인되는 사회적 구조와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법과 제도만으로 성폭력을 근절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평등하고 평화로운 삶을 추구해야 한다는 공동체 정신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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