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4일 화요일

"원전 80개 수출? 달로 가나 화성으로 가나"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9-03일자 기사 '"원전 80개 수출? 달로 가나 화성으로 가나"'를 퍼왔습니다.
'탈핵 전문가' 마이클 슈나이더 "세계 핵산업 내리막... 수출 시장 사라져"

▲ 독일 출신 국제에너지정책 전문가인 마이클 슈나이더가 3일 오전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세계 핵산업의 미래는 있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김시연

전 세계가 '탈핵'을 모색하는 마당에 2030년까지 80개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한국이 국제적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독일 출신 국제에너지정책 전문가인 마이클 슈나이더는 3일 "수출 시장이 보이지 않는데 어디다 팔려는 건가, 달로 가야 하나 화성으로 가나"라며 한국 정부의 원전 수출 정책에 일침을 가했다. 

전 세계가 '출구전략' 모색하는데 한국은 원전 르네상스?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회장 김제남 통합진보당 의원) 초청으로 한국에 온 슈나이더는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서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고 있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되는 등 원전 관련 기업들이 위기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역시 지난 2009년 말 UAE(아랍에미리트)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한 뒤 3년만인 지난 7월 본공사에 들어가긴 했지만 자금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슈나이더는 "자금 조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첫 삽을 떴다는 것도 놀랍다"면서 "그만큼 이미 따낸 계약에 대해서도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세계 핵산업 동향보고서 대표 저자로 유럽의회를 비롯해 프랑스, 독일 정부 등에서 에너지 정책 자문을 하고 있는 슈나이더는 세계 핵 산업 후퇴 이유를 후쿠시마 사태 이후 안전 조치 등 원전 건설비용 증가와 재생에너지산업 발전에서 찾았다. 

실제 2007년을 기준으로 주요 원전 관련 주요 기업들의 주가를 분석해 본 결과 지난해 말 원전에서 발을 빼겠다고 발표한 영국 SSE 정도를 제외하고 모두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도쿄전력(TEPCO)이 지난해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시가총액 96%를 잃은 것은 물론 이 사건과 직접 관련 없었던 세계 원전 건설 1위 기업인 프랑스 아레바(AREVA) 주가 역시 88% 떨어졌다. 한국전력을 비롯한 다른 나라 기업 주가도 2/3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슈나이더는 "독일 EDF나 한전 등은 국가가 보증해 S&P 신용등급 A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아레바는 BBB-로 정크(투자부적격) 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누가 돈을 투자해 원전을 건설하려 하겠나"라고 꼬집었다. 

실제 프랑스 BNP파리바 은행은 지난 3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원자력포럼에서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대부분 정부나 대형 공사가 재정을 제공하는데 여론 등 다른 에너지 자산들에 비해 높은 정치적 리스크와 맞닥뜨리고 있다"면서 경제성이 불확실하다는 결론을 도출하기도 했다. 

▲ 독일 출신 국제에너지정책 전문가인 마이클 슈나이더가 3일 오전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세계 핵산업의 미래는 있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핵 산업의 미래는 신규 건설 아닌 안전 관리와 폐로 기술"

슈나이더는 "원전 강국인 독일과 일본의 탈핵 결정이 다른 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재생에너지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여서 앞으로 원전의 비중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은 2011년 원자력 발전량에서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등에 이어 세계 5위를 기록한 반면 재생에너지 투자에서 세계 10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2011년까지 3년간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에서 미국이 481억 달러로 1위, 중국이 455억 달러로 2위, 독일이 306억 달러로 3위를 달리는 반면 한국은 3억3300만 달러로 15위에 그쳤다. 

슈나이더는 "전 세계에서 2012년 가동을 시작한 신규 원전은 단 2기에 불과했는데 모두 한국 원전이었다"면서 "핵 산업의 미래는 신규 건설이 아니라 발전소와 핵폐기물의 안전 관리, 폐로 기술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슈나이더는 지난 10일 벨기에 도엘(Doel) 원전 3호기 압력용기에서 발생한 균열을 상기시키며 "80년대 후반 가동 뒤부터 많은 균열이 있었지만 그동안 검사 방법론이 제대로 안 돼 미세한 균열을 검사할 수 없었다"면서 "검사 기술상 문제라면 모든 낡은 원자로가 해당될 수 있고 고리 1호기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시연(sta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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