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1일 금요일

4대강 사업으로 홍수 없다더니... "쑥대밭됐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9-20일자 기사 '4대강 사업으로 홍수 없다더니... "쑥대밭됐다"'를 퍼왔습니다.
[현장] 낙동강 본류와 지천에서 모두 피해 발생... "고령딸기 망쳤다"

태풍 '산바'가 물러갔습니다. 그러나 예보와 달리 태풍 산바는 위력적인 태풍이 아니었습니다. 산바가 관통하는 동안 경상도에는 평균 96.8㎜의 비가 내렸습니다. 예상보다 많이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빈약한(?) 태풍이 남긴 피해는 컸습니다. 낙동강 본류뿐 아니라 지천에서 홍수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고령군, 성주군, 김천 등의 지천 제방이 터지거나 강물이 역류해 벌어진 일입니다.   

특히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둘러본 고령 지역은 그야말로 물폭탄을 맞아 쑥대밭이었습니다. 엄청난 폭우를 퍼부은 태풍 매미 때도 터지지 않았던 (고령 쪽 낙동강의 지천인) 회천의 제방 두 곳이 터졌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태풍 산바가 이토록 큰 피해를 남긴 원인은 무엇일까요?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 기자 말  

▲ 현대동산의 침수 달성보 시공사 현대선설이 달성보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비석. 그러나 현대동산은 침수됐고, 그 일대는 완전 물바다로 바뀌었다. ⓒ 정수근
▲ 달성보 소수력 발전소 침수 태풍 산바가 물러간 18일, 달성보 소수력 발전소가 불어난 강물에 침수됐다. ⓒ 정수근
▲ 위태로운 나무와 배 고령군 우곡면 우곡교에서 본 낙동강 모습. 불어난 강물로 일대는 완전히 잠겼고, 겨우 목숨을 구한 나무와 배가 외로이 떠있다. ⓒ 정수근

태풍 산바가 물러갔다. 연일 계속된 언론의 부산스런 보도와 달리 그리 위력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반도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왜일까?

산바가 물러간 후 돌아본 낙동강과 그 주변은 온통 물폭탄의 생채기로 가득했다. "4대강 사업으로 홍수 걱정 사라집니다. 상상이 아닙니다"라던 이명박 정부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낙동강 본류는 물론, 지천에서도 피해가 컸다. 

낙동강 본류에서는 '생태공원' 모두 잠겨

우선 낙동강 본류 쪽 경북 현풍 구지방면에서 제방 붕괴가 우려될 만큼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고령군에서 긴급히 모래를 공수해 제방을 보강하지 않았다면 재앙이 발생할 뻔했다. 18일 오후 2시, 문제의 제방 아래에서 '파이핑 현상(하천 수위가 상승해 지반에 침투수가 용출되는 현상)'에 의해 강물이 새어나오는 게 목격됐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mov_pg.aspx?CNTN_CD=ME000068500&gb=5&tag=%EB%82%99%EB%8F%99%EA%B0%95
▲ 낙동강 제방 누수 태풍 산바가 상륙한 지난 17일 당일 달성군 구지쪽 낙동강 본류 제방이 붕괴위험에 처했다. 기자가 현장을 둘러본 18일에도 제방의 갈라진 틈으로 누수가 계속되고 있었다. ⓒ 정수근

만약 태풍 산바가 예상대로 좀 더 강한 태풍이었다면, 낙동강 제방이 터져 고령군 구지면  일대는 대재앙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또한 정부가 수천억 원을 들여 조성한 둔치의 이른바 생태공원(실상은 망초공원이지만)도 강물에 완전히 잠겼다. 허술하게 식재된 상당수의 나무들은 예상대로 유실되거나 쓰러졌다. 현장에 남은 나무도 거의 대부분 고사할 것으로 보여 전형적인 전시행정에 따른 예산낭비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강물이 빠지고 난 후엔 낙동강 초대형보로 인한 세굴현상과 부등침하, 지천의 역행침식 현상도 작년보다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침수된 생태공원 달성보 하류 생태공원이 완전히 강물에 잠겼다. ⓒ 정수근

지천에서는 제방 터져 농민 피해

피해는 낙동강 본류에서만 발생하지 않았다. 고령군, 성주군, 김천 등 낙동강 지천 제방이 터지거나 강물이 역류해 이들 지역에서 물폭탄이 터졌다. 특히 18일 둘러본 고령 지역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낙동강의 큰 지천인 회천이 가로질러 흐르는 고령군에서는 제방 두 곳이 터졌다. 이 탓에 주변 딸기밭 30헥타르가 침수됐다. 민가와 개진논공공단 또한 물난리를 겪었다.

18일 오후 공단에서 만난 신화산업의 한 노동자는 "17일 오후 3시께부터 물이 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무릎까지 물이 찼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며 하늘을 원망했다. 

▲ 개진농공공단 침수 회천 제방이 터져, 개진농공공단 대부분이 피해를 입었다. ⓒ 정수근

또한 회천과 연결된 또다른 지천인 신안천, 그리고 사촌리의 소하천 제방이 터져 그 일대 무밭과 오이 재배 비닐하우스가 침수됐다. 특히 30헥타르의 밭이 침수된 딸기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고령 고아리에서 만난 석성만 전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의장은 딸기 모종값으로만(포기당 250원) 700여만 원을 손해봤다. 그는 1500평 농지에서 딸기농사를 짓는다. 그는 "이제 더는 딸기 모종을 구할 길도 없어, 유명한 고령딸기 생산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 고령딸기를 구하라 침수당한 고령딸기 모종을 한 포기라도 구하기 위해서 농민들이 뻘층을 씻어내고 있다. ⓒ 정수근

주민들은 "많은 비가 내린 것도 아닌데, 2003년 매미 때도 아무렇지도 않았던 이곳에 물폭탄이 터진 게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4대강복원범대위 "합천창령보가 홍수의 근본 원인"

실제로 이번 태풍으로 경상도 지역에서는 평균 96.8㎜의 비가 내렸다. 큰 비가 내린 것도 아닌데 낙동강은 왜 위험 수위까지 올랐을까. 왜 지천 제방은 무너졌을까. 

4대강복원범대위는 "경남지역의 비 피해는 합천창령보의 수문을 개방하지 않은 것이 근본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즉,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들어선 초대형 보가 홍수 피해의 주범이라는 지적이다. 고령군 아래에 들어선 초대형보가 바로 합천창녕보다. 

이미 전문가들은 여러차례 "보로 인해 물 흐름에 상당한 저항이 생길 것이고, 또한 수문조작의 실패 내지는 실수에 따라 물폭탄이 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번에 그 경고가 현실이 된 셈이다. 

▲ 합천보 합천보의 수문은 17일 산바가 한반도 당도한 당일에 비로소 열렸다. ⓒ 정수근

실제로 수자원공사 합천창녕보 관리단에 따르면, 합천창녕보 수문은 태풍 산바가 한반도에 당도한 17일 당일에 열렸다.

일반적으로 초대형 태풍이 오기 전에는 수문을 열어 강물을 비워둔다. 하지만 4대강사업추진본부와 수자원공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4대강복원범대위는 이 탓에 강물이 불었고, 결국 태풍 매미 때도 멀쩡했던 지천의 제방이 터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낙동강에서 골재업에 종사하던 사람은 약 700명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4대강 사업으로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다. 낙동강에 방치돼 있던 폐준설선이 이번 태풍에 떠내려와 합천창녕보에 부딪힌 뒤 위태롭게 걸려 있다. ⓒ 정수근

지난 여름의 녹조 사태와 이번 홍수 사태를 보면, 정부가 밝힌 4대강 사업의 목표는 크게 빗나간 듯하다. 정부는 그동안 홍수예방과 수질개선, 건강한 생태환경 조성을 4대강 사업의 목표라고 홍보했다.  

여기에 보의 수문을 어떻게 열고 관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관리메뉴얼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의혹돼 제기됐다. 

이번 홍수 피해와 관련 수자원공사의 한 관계자는 "17일 오전 10시께 합천창녕보 수문을 열어 물을 흐르게 했다"며 "제방이 무너져 피해가 발생한 지천도 보와 상당히 떨어져 있기에 4대강 사업 탓에 피해가 컸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관조사위 꾸려 16개 보 점검해야"

4대강복원범대위는 "이번 낙동강 홍수 피해는 4대강 거짓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국민의 안전에는 눈을 감아버린 정부당국을 더 이상 믿을 수 없음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지금이라도 신뢰할 수 있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4대강 16개 보의 안전문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하여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을 신속하게 강구해야 한다"며 강조했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인정하고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전문가 집단과 함께 4대강 사업 문제를 해결하자는 지적이다. 

여름 가뭄 때 4대강에서는 독성 녹조가 발생해 큰 우려를 낳았다. 이어 이번 태풍으로 낙동강에서는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4대강 보 해체를 포함해 종합적인 진단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이다.

정수근(grreview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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