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3일 월요일

내 아들이 나주 성폭행범? "<조선> 1면에 사과하면..."


이글은 오마이뉴스2012-09-02일자 기사 '내 아들이 나주 성폭행범? "(조선) 1면에 사과하면..."'을 퍼왔습니다.
(조선) 오보, 인터넷판에 사과문... 오보 피해자 부친 "진정하게 사과해야"

▲ 나주 초등생 성폭행범의 '얼굴'을 보도하고 있는 <조선일보> 1일자 1면. 그러나 이 사진이 엉뚱한 사람의 것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 조선일보PDF

개그맨을 꿈꾸던 한 청년이 하루 아침에 나주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로 잘못 보도됐다. 오보를 한 (조선일보)는 공식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속보경쟁과 선정적 보도로 얼룩진 기존 관행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일 (조선일보)는 나주 초등생 성폭행범 고아무개의 얼굴이라며 A씨의 사진을 1면 상단에 실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시반경 A씨의 친구가 포털 사이트 등에 '사진이 잘못 도용됐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기자분은 실수라고만 하시고, 지금 제 친구는 생매장 당하게 생겼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피해자 A씨가 직접 (조선일보)에 항의전화를 걸기도 했다.

▲ <조선일보>는 지난 1일자 1면에 '나주성폭행 사건 범인 고아무개'라는 사람의 사진을 실었으나, 그는 평범한 시민으로 확인됐다. 다음 날인 2일 <조선일보>는 홈페이지 <조선닷컴>에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 조선닷컴 화면캡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조선일보)는 2일 홈페이지에 "성폭행범 고아무개 얼굴 사진이 다른 사람으로 밝혀졌다"며 "잘못된 사진 게재로 피해 입은 분께 사과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조선일보)는 취재 당시 폐쇄회로(CCTV) 화면·호송사진과 담당 경찰, 고씨의 이웃 등 10여 명에게 '고아무개가 맞다'는 증언을 확보했지만, 본인에게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고씨를 직접 본 경찰관에게 "(고아무개가) 맞구만, 확실하구만"이라는 증언을 듣고 9월 1일자 신문 최종판 1면에 게재했다고 해명했다.

같은 날 오전 아들에게서 '내 얼굴이 성폭행범이라고 신문에 잘못 나갔다'는 연락을 받은 A씨의 어머니는 충격을 받아 이틀째 밥 한 술도 못 넘겼다. 

그의 아버지는 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통화하며 "그 사람들(조선일보)이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 1면에 낸 것처럼 사과하면 얘기가 달라지겟지만… 일단 (두고) 봐야겠다"고 말했다. A씨의 아버지는 혹시라도 아들에게 2차 피해가 갈까봐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가족들과 논의하고 (추후 입장을 밝힐 것이어서) 함부로 얘기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A씨의 가족들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동네 주민 김아무개씨는 "A는 예의바르고 어른들한테 깍듯하다, 전혀 범죄자로 생각할 수 없다"며 "동네 사람들 다 (그가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 범인이라는 보도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A는 아주 활달하고 끼가 많아서 고등학교 축제 사회 같은 것도 막힘없이 잘 봤다"며 "그래서 개그맨 쪽을 준비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이어도 같은 언론이니까… A씨에게 문제가 생길까봐 그의 가족들이 (언론 접촉을)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전날 포털사이트에 '친구 A의 사진이 도용됐다'고 글을 올렸던 송승연(21)씨는 2일 오후 9시반께 (오마이뉴스)와 통화하며 "(언론이) 아무리 급해도 본인에게 알아봤어야 하지 않나"며 "친구가 나주 성폭행 사건 범인이 아니란 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또 "제가 직접 어제 오전에 다른 언론사 기사에서도 A의 사진을 '범인 고아무개'라고 쓴 걸 본 후 항의 전화를 했다"며 "(조선일보)만이 아니라 (친구의 사진을 쓴) 다른 언론사들도 정정보도·사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은 1명의 무고한 사람을 잡으면 안 된다, 언론도 마찬가지"

▲ 포털에 올라온 누리꾼의 반박글. 이 누리꾼은 <조선일보>가 1면 사진으로 사용한 사진의 원본을 올려, 얼굴이 공개된 사람은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용의자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조선일보에 의해 범인으로 지목된 왼쪽 사람의 얼굴은 오마이뉴스에 의해 모자이크 처리됐다.) ⓒ 네이트

시민들은 과도한 특종 욕심이 대형오보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조선닷컴 회원 lds***은 "성범죄 사건만 나면 보수언론들에서 알 권리를 빙자해 경쟁적으로 범인 얼굴 내보내기에 열 올리더만…특종 한 건 하려다 개망신당했다"며 "전국에 사진 다 벌려 놓고 이제 와서 죄송하다면 다냐"고 지적했다. tit***은 "수사기관은 10명의 범인을 잡기보다 1명의 무고한 사람을 잡으면 안 된다는 격언이 있다. 기사도 마찬가지"라며 "오히려 언론은 수사기관보다 힘이 세다"고 말했다. 

한국 언론이 이번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오마이뉴스) 회원 dsh***는 관련 기사에 "언론의 실수는 그 여파가 상상을 초월한다"며 "확실한 사과와 피해보상, 재발방지 대책이 요구된다"는 댓글을 남겼다. 또 "(오마이뉴스)도 조선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통쾌하게 여기지 말고 시스템을 한 번 더 점검해서 예방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이번 오보가 "우려했던 일이 터져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행법은 무죄추정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법조계나 경찰, 언론 등은 그동안 범죄자의 신상 공개를 자제해왔다. 하지만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이후 (조선일보) 등 몇몇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을 위한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강력범죄의 경우 피의자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해왔다.  

제 교수는 "범죄자 신상공개는 굉장히 논쟁적인만큼 신중했어야 하는 사안"이라며 "언론사로선 신속하게 특종을 보도하는 데 욕심나겠지만, 그걸로 한 개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일은 절대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고아무개의 얼굴을 본 경찰이 (사진을) 확인해줬다고 하지만, 직접 그의 얼굴을 찍지 않은 이상 100%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며 "'확인하려고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오보였다'는 것으론 해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제 교수는 "1면에 기사 나간 것과 거의 같은 자리에, 굉장히 눈에 잘 띄도록 사과와 정정보도를 해야 하며, (피해자 A씨에게) 적극적으로 보상까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선일보)는 홈페이지에 공식사과문을 올린 이후 방침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2일 오후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내일 신문에 정정보도 등이 실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문에 입장이 실리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해당 기자의 인사문제나 재발방지 대책 등에 대해선 "(현재) 답변을 해줄 만한 적절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사회부는 "타사의 취재 요청은 경영기획실을 거치게 되어 있다"며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조선일보) 사과문 전문 서울 일부 지역에 배달된 조선일보 9월1일자 A1면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병든사회가 아이를 범했다' 제하의 사진 중 '범인 고종석의 얼굴(위 사진)'은 범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진으로 밝혀져 바로 잡습니다. 잘못된 사진을 게재해 피해를 입은 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아울러 독자 여러분께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본지는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을 성폭행한 범인이 조두순, 김수철을 뛰어넘는 반인륜적 흉악 범죄자라 보고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기 위해 취재에 나섰습니다. 취재팀은 31일 밤 고종석의 모습이 비친 호송사진과 CCTV 화면 등을 확보했습니다. 이후 고종석 주변인물 미니 홈페이지 등을 검색하던 중 CCTV화면 등에 나오는 고종석과 닮아 보이는 인물 사진을 찾아냈습니다.

이에 취재팀은 고종석을 수사중인 경찰과 고종석 주변 이웃 등을 상대로 이 사진을 보여주며 고종석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벌였습니다.취재팀은 범인 고종석에게 직접 확인을 시도했으나,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일반인은 물론 취재진의 접촉이 차단돼 본인 확인을 못했습니다. 취재팀은 1일 새벽 1시경까지 고종석을 호송한 경찰, 고종석을 조사한 경찰 및 수사관계자, 고종석이 드나든 PC방에서 고종석의 얼굴을 아는 사람들, 고종석을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주민 등 10여명으로부터 '고종석이 맞다'는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신문 최종마감 시간을 앞두고 사진 게재를 일단 보류한 뒤 추가 확인 작업을 계속해 고종석을 직접 대면한 경찰관에게 본지 기자가 확보한 사진을 보여주고 "(고종석이) 맞구만. 확실하구만"이라는 등의 증언까지 확보한 뒤 서울 지역 일부 지역에 배달되는 최종판에 게재했습니다. 

9월1일자 신문이 나간 뒤 사진 속 인물로부터 '사진 속 인물은 고종석이 아니라 나'라는 전화를 받은 뒤, 즉각 범인 고종석과 사진 오보 피해자의 확인을 위해 접촉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고종석은 광주 서부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바로 확인이 되지 않았고, 사진 오보 피해자는 전화 통화후 다시 연결이 되지 않아 직접 접촉하지 못했습니다. 이날 오후 5시쯤 수사 경찰을 통해 고종석 본인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직접 확인한 결과, "사진 속 인물은 내가 아는 다른 사람"이라는 고종석의 답변을 전해듣고 사진이 잘못 게재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본지는 잘못된 사진게재로 피해를 입은 분과 독자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립니다.


박소희(s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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