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26일자 기사 '“MBC 총선 보도영상, 1987년같이 편파적”'을 퍼왔습니다.
방송카메라기자협회 19대 총선 보도영상 토론…“편파편집” vs “사실근거”
지난 19대 총선 당시 MBC 뉴스데스크 화면에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선거유세 장면이 연일 보도됐다. 하지만 양 측의 유세화면은 매우 대조적이었다. 새누리당의 경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중심으로 환호가 쏟아지고, 수많은 군중이 운집해 박수를 치고 있는데 반해 민주통합당의 경우 사람도 드물고 유세 분위기도 썰렁했으며 유세보다 회의 장면이 더 많이 방송됐다.
공영방송이 의도적으로 새누리당의 세를 띄우고 민주당의 분위기를 가라앉힘으로서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기도한 것일까? 아니면 실제 분위기를 그대로 담은 사실보도였을까? 이에 대해 방송카메라기자들이 토론에 나섰다. 25일 오후 7시부터 그린월드호텔에서 열린 ‘19대 총선거와 보도영상의 공정성’ 세미나에서다.
이 자리에서 나준영 MBC 영상취재1부 차장은 이번 19대 총선에서 방송영상이 “의도적인 편집과 구성”이 이루어졌다며, 이는 “선거방송 준칙마저 완전 무시한 불공정한 영상보도”임을 주장했다. 그는 편파보도의 대표사례로 제시되는 1987년 대선 당시 방송영상과 19대 총선 방송영상의 모니터결과를 비교하며 “지난 몇 년 사이 20여년의 시간 동안 이루어진 변화의 노력들이 무색해질 만큼 모니터 보고서가 똑 닮았다”며 “민주화 20년의 선과들이 퇴보하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보도는 선거현장의 상황을 일일이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시청자들에게 선거 분위기를 간접 체감할 수 있는 중요한 시청각 정보를 제공한다”며 “이에 MBC는 선거보도 준칙을 만들어놓고 있지만 총선 중 방송된 MBC뉴스의 영상보도를 보면 방송보도로서 최소한 지켜야 할 선거방송 준칙마저 전혀 지키지 않은 불공정한 보도가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차장은 그 사례로 “풀샷은 선거유세 규모와 청중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MBC의 경우 새누리당의 선거 리포트 중 풀샷 비율이 총 37.7%에 달했지만 민주통합당은 24.8%에 불과했다”며 “내용면에서도 새누리당은 주변 빌딩이나 높은 지점에서 촬영된 부감샷이 대부분인 반면, 민주통합당의 풀샷은 군중의 뒤편에서 사다리를 이용해 촬영시점의 변화만을 추구한 풀샷으로 이로 인해 선거유세에 참가한 청중의 규모가 왜곡, 축소되어 질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불공정 사례는 ‘리액션’이다. 나 차장은 “4월 3일부터 5일까지 이루어진 뉴스모니터 결과 새누리당은 총 9컷의 리액션 컷, 민주통합당은 총 4컷의 리액션 컷이 있었다”며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표의 원샷과 연설내용 뒤에 유세 군중이 환호하고 박수치는 리액션 장면이 이어져 활기찬 선거유세와 지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주를 이룬데 반해 민주통합당은 리액션 화면 수의 절대부족은 물론 청중 리액션이 차분하거나 갑자기 다른 장소와 분위기의 영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새누리당 선거보도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60%, 야당의 한명숙 대표는 46%로 큰 차이가 있었다”며 “새누리당은 박근혜 띄우기로 박 위원장 이미지는 상승되었지만 전체적인 여당 후보들의 소개와 부각, 선거이슈의 제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야당 유력 대권후보들의 이미지는 보도량이 분산되고 부정적인 이미지 형성이 이루어질 수 있는 문제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나 차장이 새누리당 선거유세 보도를 민주통합당 식으로, 민주통합당 선거유세 보도를 새누리당 식으로 바꿔 편집해 들고온 영상은, 기존 영상과 큰 이미지 차이를 보여주었다. 새누리당의 선거유세가 침체되고, 민주당 선거유세가 활기차 보인 것이다.
나 차장은 “여야 모두 방송의 독립, 공정한 방송의 취재, 제작시스템의 복구와 정립은 필수 불가결한 대선의 전제조건이자 민주주의를 강화시키는 첫 단추”라며 “방송사와 언론의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가치중립적인 제도들을 시급히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도준칙 등의 개선 노력 등이 필요하고,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등에 대한 임명동의제, 중간평가와 같은 감시견제제도의 도입을 통해 뉴스와 프로그램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며 “그에 앞서 현재의 영상보도를 책임진 관리자들의 통렬한 자기반성과 책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주최 19대 총선과 보도영상의 공정성 세미나. 정상근 기자 dal@
토론자로 참석한 정진우 민주당 부대변인은 “발제 내용에 상당히 공감한다”며 “하지만 본질은 영상기술 뿐 아니라 이 모든 것을 포함한 뉴스보도의 논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거 결과를 보도 탓으로만 돌리고 우리의 반성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며 “다만 공정보도의 개선을 위해 언론노동자들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선거보도 영상이 어떤 특정한 ‘의도’가 개입되어 있는 것이 아닌, 실제 분위기 그 자체를 담은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통합당을 출입하는 김대철 SBS 영상취재팀 차장은 발제에서 “민주통합당 출입기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이길 것이라 생각했으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매우 당혹스러웠다”며 “당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한명숙 대표가 수습하지 못하면서 활기찬 박근혜 위원장 유세와는 달리 분위기가 침체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과거 학교운동장이나 공원에서 합동유세를 했던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거리유세가 주를 이루고 종편의 출범과 6mm카메라로 취재환경이 만만치 않다”며 “가장 좋은 것은 영상을 촬영한 기자가 편집하는 것이나 시간이 맞지 않는 만큼 편집자와 카메라기자 간 소통을 활발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카메라기자들은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취재하겠지만 사실을 기록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며 “취재현장 일선에서 우리의 노력이 공정방송의 시작이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건 부대변인은 “불과 6개월전만 해도 한나라당은 여당이라 보기에 매우 처참했다”며 “당명을 바꾸고 현역의원 절반을 갈아가며 피나는 혁신을 한 결과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을 인정받았고, 반면 한명숙 대표는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요새 시대가 변해 군중을 모은다고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인데 이런 변화와는 상관없이 기계적 평가를 내리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전평국 경기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나준영 MBC 영상취재1부 차장, 김대철 SBS 영상취재팀 차장이 발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이건 새누리당 부대변인과 정진우 민주통합당 부대변인이 참석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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