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3일 수요일

‘공안몰이 DB’로 활용 가능성…교사·공무원 첫 표적 우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22일자 기사 '‘공안몰이 DB’로 활용 가능성…교사·공무원 첫 표적 우려'를 퍼옸습니다.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등 통합진보당 지도부가 22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를 방문해 당사 및 서버관리업체 압수수색에 항의하며 권재진 법무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과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통합진보당 압수수색 파장 | 압수당한 서버에 무슨 내용 담겼나
 주민번호·직업·당비내역 등 정보 고스란히 담겨
과거 당원들까지 포함…사실상 ‘진보진영 지형도’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새벽 검찰이 압수한 서버와 관련해 “당원명부는 정당의 심장이다. (검찰이) 13년 동안 당에 입당하거나 탈당한 20만명이 넘는 이들의 기록을 탈취해 간 것이며, 정당 전체를 압수한 것”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격하게 반발했다.
정당의 당원명부가 통째로 공권력에 넘어간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통합진보당은 당비를 내는 이에게만 당원 자격을 주는 ‘진성당원제’를 운영하고 있어, 당원명부를 보면 누가 실질적인 정당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한번 가입한 당원들은 활동을 하지 않아도 정리하지 않는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등 기성 정당들의 당원명부와는 비교할 수 없다. 게다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은 당원수나 당원통계도 제대로 밝혀오지 않았다.
통합진보당의 한 실무자는 이날 새벽 검찰이 가져간 ‘당원명부’와 관련해 “현 당원 규모는 합치면 13만명 정도이지만, 과거 탈당했던 이들의 기록까지 남아 있으니 이를 모두 합치면 20만명을 훨씬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새벽 통합진보당 서버를 관리하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 ㅅ사에서 서버 3대를 통째로 가져갔고, 네번째 서버는 복사를 했다. 검찰이 가져간 서버 3대 가운데 2대는 테스트용과 옛 민주노동당 투표시스템이어서 별다른 자료가 없다. 나머지 서버 1대에 핵심 정보가 집적돼 있는데, 당원 데이터베이스(당원명부)와 선거인명부, 투표인명부 및 당원 투표정보 등이 담겨 있다. 검찰이 복사한 서버에는 이번 경선에서 운용된 투표시스템이 들어 있다. 당 관계자는 “검찰이 맘만 먹으면 서버에 있는 투표정보를 풀어내, 누가 누구를 찍었는지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버에 있는 당원명부에는 당원의 이름과 주민번호, 집전화·휴대전화 번호 등 기본적인 정보 외에도 입당과 탈당 시기, 당적 변경 시기, 직업, 집주소, 직장(또는 소속 단체)주소, 인터넷 아이디(ID) 등이 포함돼 있다. 뿐만 아니라 당비를 납부하는 시엠에스(CMS·자동이체) 계좌번호와, 지금껏 당비를 낸 납부 내역까지도 포괄하고 있다. 심지어 특정 당원이 과거 지역위원장 출마를 했는지, 어떤 당직을 맡았는지, 또 어떤 문제를 일으켜 당기위에 제소된 적이 있는지 등 주요 행적과 활동기록이 첨부된 기록들도 있다.

임정혁 대검찰청 공안부장(오른쪽)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통합진보당 압수수색과 관련해 검찰의 입장을 밝힌 뒤 굳은 표정으로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만약 검찰이 당원명부를 다른 의도로 이용하려고 할 경우 첫 과녁은 교사·공무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지금껏 교사·공무원의 진보정당 가입과 당비·후원금 납부 등에 대해 여러 차례 수사를 한 바 있다. 교사·공무원 등 당원이 될 수 없는 이들이 당원명부를 통해 확인될 경우, 따로 당비를 냈는지 여부에 대해 계좌추적을 할 필요도 없게 되는 것이다. 진보당 내부에선 여전히 ‘교사·공무원 중에 자신의 직업을 밝히지 않고 당에 가입한 이들이 아직도 상당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검찰이 주민번호나 전화번호 등을 이용해 이를 확인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탈당했지만, 교사·공무원 중 과거 당원이었던 이들이 누군지 파악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검찰이 내부적으로 이번 당원명부를 이용해 현재 당원이거나 과거 진보정당에 당적을 둔 적이 있는 검사나 검찰 직원 등을 찾아내, 내부 감찰 및 현황 파악용으로 쓰지 말란 보장도 없다. 같은 논리로 검찰이 경찰이나 판사, 법원 직원 등에 대해서도 같은 내용을 파악해 볼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누계 20만명을 웃도는 당원들의 정보 자체가 검찰에 의해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공권력이 일종의 ‘진보진영 지형도’를 확보한 것이기 때문이다. 공안기관이 특정 지역 진보적 단체나, 특정 분야의 진보적 활동을 파악하고자 할 때 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이정미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 대변인은 “검찰의 압수수색 범위가 부정경선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전체 당원명단까지 확장됐다”며 “당원의 신상정보가 공권력에 낱낱이 공개된다면 당원들에 대한 일상적인 사찰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부정경선 목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기 때문에, 압수한 증거물을 다른 수사를 위해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석진환 조혜정 기자 soulfat@hani.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