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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30일 토요일

돈 받고 싶으면 일본인이 돼라? 조국의 '모욕'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6-29일자 기사 '돈 받고 싶으면 일본인이 돼라? 조국의 '모욕''을 퍼왔습니다.
[한국의 투명인간, 재일동포①] 한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재일동포

 ▲ 일본 시가현 출신의 재일교포 3세 김화자(34)씨, 김귀자(35) 자매 ⓒ 곽진성

일본 시가현 출신의 재일교포 3세 김화자(34)씨, 김귀자(35)씨 자매, 두 사람은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대한민국에 터전을 잡았다. 화자씨와 귀자씨가 고향인 일본을 떠나, 한국에 정착하는 용기를 낸 데에는 국적이 있는 고국 '대한민국'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컸다. 화자씨가 말했다.

"저는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아, 20살 때 교토외국어전문학교를 찾아가 한국어를 배웠습니다. 한국에서 직장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2005년 한국에 입국을 했고, 2007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을 했습니다. 한 살 위인 언니는 미국에서 8년간 유학생활을 하다 한국인 남편을 만나, 2007년 한국에서 살게 됐습니다. "

'한국국적'을 지켜온 화자씨와 귀자씨는 대한민국에 대한 호감을 바탕으로 한국 정착을 결정했다. 즐거운 한국 생활을 꿈꾼 두 사람,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의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은 화자씨와 귀자씨를 곤혹스럽게 했다.

국민도, 외국인도 아닌 '재일동포'

▲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복지r)화면 캡처 ⓒ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복지r)화면 캡처

화자씨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제일 먼저 부딪친 차별의 벽은 육아 지원에 관한 부분이었다. 현재 내국인과 결혼한 재일동포 가정의 상당수가 정부의 보육료 혜택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화자씨는 이런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주민등록증이 있는) 내국인에게는 0~2세, 그리고 5세 아이들에게 소득과 상관없이 기본보육료가 지원됩니다. 하지만 재일동포의 경우 (주민등록증이 없기 때문에) 이런 보육비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육기획과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보육료는 국내 거주 대상이고, 자녀에게 주민등록번호가 있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가) 없으면 보육료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재일동포는 외국인일까?

그런데, 또 다른 쪽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된다. '한국국적을 지닌 재일동포'들이 다문화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것이다. 귀자씨의 경우가 그랬다. 귀자씨는 8년간의 미국유학생활을 한 후, 결혼을 통해 한국에 정착했다. 하지만 보육료를 신청했을 때, 한국국적을 갖고 있는 재일동포라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보육료를 신청하러 갔는데, 답변이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재일동포 중 한국국적자는 (다문화가정) 보육료 지원 범위에 들지 않는다는 말이었습니다. 당시 동사무소 직원은 '일본 쪽으로 귀화하면 되지 않냐!'는 말을 해서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 육아지원, 보육료 지원범위, 주민등록번호 없는 재일동포들은 이 범위에 들지 못한다 ⓒ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복지r) 화면 캡처

현재 다문화 가족인 경우, 소득 및 연령과 상관없이 기본 보육료가 전액 지원된다. 하지만 재일동포들은 이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다문화가족 정책을 짜는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한국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 가족의 경우에는 다문화의 범위에 들지 않는다. 재일동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다문화 범위 안에 (재일동포를) 포함시키려면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답했다.  

재일동포들은 국민도, 외국인도 아닌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에 한 재일동포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재일동포는 투명인간 같다"고 푸념했다. 화자씨 역시 마찬가지 생각이다. 화자씨는 재일동포들이 '국민으로 받아야 하는 권리'에서 배제당하는 상황에 씁쓸해했다.

"국민도, 외국인도 소득에 관계없이 받을 수 있는 지원들을 저희(재일동포)들은 똑같이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갑니다."

보육료 담당 부서인 보건복지부 보육사업기획과에 이런 상황에 대해 묻자, "그런 부분(재일동포 자녀의 보육료 지원)은 앞으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답변했다.

'주민등록번호'없는 차별, 재일동포들의 눈물

▲ 조경희((40)씨는 '주민등록번호 부재'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 곽진성
현재 재일동포들이 느끼는 '차별'의 중심에는 '주민등록번호'의 부재가 크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주민등록번호'가 없다는 것은 제대로 된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녀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한국국적 재일동포 조경희(40)씨의 경우가 그랬다. 주민등록번호, 외국인등록번호가 없는 조경희씨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문제로 애를 먹었다. 학교, 동사무소 어디서도, 입학에 관련한 공문을 받지 못했다.

"딸이 얼마 전 1학년에 입학을 했습니다. 입학을 앞두고, 예방접종 사항 같은 공문이 와야 하는데 주민번호 없는 딸에게는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른 한국인 어머니들한테 공문이 왔는지 확인한 후, 동사무소에 갔습니다. 가서 그 서류를 달라고 부탁했는데, '주민등록이 없으면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결국 한참을 싸운 후에야 간신히 공문을 복사할 수 있었습니다. 주민등록번호가 없기에 주민 대우도 못 받는 상황입니다."

재일동포는 '한국국적'을 가진 우리 동포이다. 그럼에도 재일동포들은 왜 주민등록증을 갖지 못할까? '재일코리안 연구자' 오가타 요시히로(37, 연세대 정치학과 박사과정)씨는 그 이유로 재일동포들의 일본 '특별영주자격'의 문제를 언급했다.

"주민등록법 제2조를 근거로 하여, 재일동포는 일본 '영주자'라는 이유로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더라도 주민등록번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문제는 재일동포 어머니들뿐만 아니라 그 자녀들 역시 한국에서 태어나도 주민등록번호 발급을 거부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법률상, 영주권을 보유하는 '해외이주자'에게는 주민등록번호가 발행되지 않고 있다. '특별영주자격'을 갖고 있는 재일동포들 역시 그런 이유로, '주민등록번호' 없는 국민으로 살고 있다.

현재 재일동포들이 주민등록번호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은 특별영주자격을 포기하는 길밖에 없다. 하지만 재일동포들은 '특별영주자격' 포기는,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특별영주자격' 속에는 재일동포들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화자씨가 말했다.

 ▲ 2008년 12월, 서울에서 기념 촬영중인 김귀자, 김화자 자매 ⓒ 곽진성

"제가 특별영주자격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저한테 고향인 일본에 들어가서 일본에서 주민으로서 살 수 있는 자격증과 같은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일본사람이 갖고 있는 일본국적이란 것과 똑같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고향에 언제든지 들어가서 살아도 된다는 자격증이 없다면 사람이 얼마나 불안하겠어요?"

'주민등록번호' vs '특별영주자격'... 특수성 인정받지 못하는 재일동포들

1945년 해방 후,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들은 외국인으로 간주되어 체류자격이 모호해졌다. 1965년 한일협정을 통해 강제추방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상황은 해결했다. 당시 한국국적을 선택한 이들에게 이른바 '협정영주권'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3세 이후의 지위에 대해 규정한 바가 없었던 점을 비롯해 여러 가지 미흡한 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91년에 새로이 만들어진 것이 바로 '특별영주제도'이다. 당시 한국국적을 선택한 재일동포들은 '특별영주자격'을 부여받아, 일본 땅에서 살 권리를 얻었다. 재일동포들에게 '특별영주자격'은 일본의 차별과 억압을 이겨낸 증표 같은 것이었다.

 ▲ 일본의 코리아타운(지구촌동포연대 제공) ⓒ KIN(지구촌동포연대)
오늘날, 재일동포는 3, 4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법무성 외국인통계 자료에 따르면,(2010년) '한국국적'(조선적자포함)을 유지하는 재일동포들은 56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2012년 한일교류가 활발한 만큼, 한국에 장기 정착하는 재일동포의 수도 늘고 있다.

결혼, 취직, 유학, 사업 등의 이유로 한국국내에 거소신고를 신청한 재일동포의 수는, 2012년 누적된 수가 1만여 명을 넘어섰다(거소란 재외동포법 동법 시행령 제6조에 의거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체류하는 장소'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1999년 거소신고제도 시행 이후, 한국에 '한 달 이상 체류했거나, 체류하고 있는' 재일동포의 수는 1만 명을 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재일동포의 한국행에 대해, 우리는 차별의 눈으로 그들을 맞고 있다. 이런 재일동포 차별에 대해 홍익대 김웅기 교수(국제경영 일본전공)는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한국 법제도상 주민, 재외국민 그리고 외국인이라는 세 가지 범주의 사람이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권리상황이 열악한 것이 외국인이 아니라 재외국민이라는 것이 매우 기이한 현상이다. 같은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재외국민이라는 범주를 굳이 만들어 권리를 제한하는 배경에는 과거 가난했던 시절에 시작된 '자발적' 이민자에 대한 곱지 않는 감정이 있다.

재외국민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것은 이를 반영한 일종의 보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보복의 대상인 '자발적' 이민자들은 외국국적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고만 서약한다면 이중국적자로서 내국인과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일제강점의 유산이자 '비자발적' 이민자인 재일동포만이 이 보복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육아지원이 유독 재일동포만을 배제하고 있는 것은 인권적 관점에서 보아도 조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또한, 일본에서 온갖 차별을 이겨온 재일동포가 일본으로 귀화해야 지원대상이 될 수 있는 현행제도는 의도적이든 아니든지 간에 모국이 이들에게 엄청난 모욕을 주는 꼴이다. 돈을 받고 싶으면 일본인이 되라고, 이 나라 행정이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 일본의 우토로 마을(지구촌동포연대 제공)
재일동포를 자발적 해외이주자로 취급해 '주민등록증'이냐, '특별영주자격'이냐는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급기야 귀화를 종용하는 사회 분위기다. 하지만 역사를 망각한 이런 접근법은 옳을까? '재일코리안 연구자' 오가타씨는 재일동포와 '특별영주자격' 특수성에 대해 언급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부분의 재일동포는 주민등록법이 생기기 훨씬 전, 해방 전에 일제강점으로 인해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렇기에 재일동포를 자발적인 '해외이주자'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특별영주자격을 포기하지 않으면 주민등록번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국민이면 당연히 받을 수 있는 행정 서비스들을 (재일동포들이) 못 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금 재일동포들은 선택에 내몰리고 있다. '특별영주자격'을 포기해야만, '주민등록번호'를 받는 온전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선정되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선택이 아닌, 부모의 결정에 의해서 말이다. 지금 재일동포는 완전한 우리 국민일까? 오가타씨가 현 재일동포의 상황에 대해 말했다.

"일본에서 힘겹게 코리안으로서 살아온 재일동포들이 자신의 모국인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살게 될 때 기다리고 있는 것은 국민대우가 아닙니다.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사회의 풀멤버(full-member)가 아닌 해외동포로만의 대우입니다."

 곽진성 (jinsung007)

2012년 5월 23일 수요일

‘공안몰이 DB’로 활용 가능성…교사·공무원 첫 표적 우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22일자 기사 '‘공안몰이 DB’로 활용 가능성…교사·공무원 첫 표적 우려'를 퍼옸습니다.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등 통합진보당 지도부가 22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를 방문해 당사 및 서버관리업체 압수수색에 항의하며 권재진 법무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과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통합진보당 압수수색 파장 | 압수당한 서버에 무슨 내용 담겼나
 주민번호·직업·당비내역 등 정보 고스란히 담겨
과거 당원들까지 포함…사실상 ‘진보진영 지형도’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새벽 검찰이 압수한 서버와 관련해 “당원명부는 정당의 심장이다. (검찰이) 13년 동안 당에 입당하거나 탈당한 20만명이 넘는 이들의 기록을 탈취해 간 것이며, 정당 전체를 압수한 것”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격하게 반발했다.
정당의 당원명부가 통째로 공권력에 넘어간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통합진보당은 당비를 내는 이에게만 당원 자격을 주는 ‘진성당원제’를 운영하고 있어, 당원명부를 보면 누가 실질적인 정당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한번 가입한 당원들은 활동을 하지 않아도 정리하지 않는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등 기성 정당들의 당원명부와는 비교할 수 없다. 게다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은 당원수나 당원통계도 제대로 밝혀오지 않았다.
통합진보당의 한 실무자는 이날 새벽 검찰이 가져간 ‘당원명부’와 관련해 “현 당원 규모는 합치면 13만명 정도이지만, 과거 탈당했던 이들의 기록까지 남아 있으니 이를 모두 합치면 20만명을 훨씬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새벽 통합진보당 서버를 관리하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 ㅅ사에서 서버 3대를 통째로 가져갔고, 네번째 서버는 복사를 했다. 검찰이 가져간 서버 3대 가운데 2대는 테스트용과 옛 민주노동당 투표시스템이어서 별다른 자료가 없다. 나머지 서버 1대에 핵심 정보가 집적돼 있는데, 당원 데이터베이스(당원명부)와 선거인명부, 투표인명부 및 당원 투표정보 등이 담겨 있다. 검찰이 복사한 서버에는 이번 경선에서 운용된 투표시스템이 들어 있다. 당 관계자는 “검찰이 맘만 먹으면 서버에 있는 투표정보를 풀어내, 누가 누구를 찍었는지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버에 있는 당원명부에는 당원의 이름과 주민번호, 집전화·휴대전화 번호 등 기본적인 정보 외에도 입당과 탈당 시기, 당적 변경 시기, 직업, 집주소, 직장(또는 소속 단체)주소, 인터넷 아이디(ID) 등이 포함돼 있다. 뿐만 아니라 당비를 납부하는 시엠에스(CMS·자동이체) 계좌번호와, 지금껏 당비를 낸 납부 내역까지도 포괄하고 있다. 심지어 특정 당원이 과거 지역위원장 출마를 했는지, 어떤 당직을 맡았는지, 또 어떤 문제를 일으켜 당기위에 제소된 적이 있는지 등 주요 행적과 활동기록이 첨부된 기록들도 있다.

임정혁 대검찰청 공안부장(오른쪽)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통합진보당 압수수색과 관련해 검찰의 입장을 밝힌 뒤 굳은 표정으로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만약 검찰이 당원명부를 다른 의도로 이용하려고 할 경우 첫 과녁은 교사·공무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지금껏 교사·공무원의 진보정당 가입과 당비·후원금 납부 등에 대해 여러 차례 수사를 한 바 있다. 교사·공무원 등 당원이 될 수 없는 이들이 당원명부를 통해 확인될 경우, 따로 당비를 냈는지 여부에 대해 계좌추적을 할 필요도 없게 되는 것이다. 진보당 내부에선 여전히 ‘교사·공무원 중에 자신의 직업을 밝히지 않고 당에 가입한 이들이 아직도 상당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검찰이 주민번호나 전화번호 등을 이용해 이를 확인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탈당했지만, 교사·공무원 중 과거 당원이었던 이들이 누군지 파악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검찰이 내부적으로 이번 당원명부를 이용해 현재 당원이거나 과거 진보정당에 당적을 둔 적이 있는 검사나 검찰 직원 등을 찾아내, 내부 감찰 및 현황 파악용으로 쓰지 말란 보장도 없다. 같은 논리로 검찰이 경찰이나 판사, 법원 직원 등에 대해서도 같은 내용을 파악해 볼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누계 20만명을 웃도는 당원들의 정보 자체가 검찰에 의해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공권력이 일종의 ‘진보진영 지형도’를 확보한 것이기 때문이다. 공안기관이 특정 지역 진보적 단체나, 특정 분야의 진보적 활동을 파악하고자 할 때 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이정미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 대변인은 “검찰의 압수수색 범위가 부정경선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전체 당원명단까지 확장됐다”며 “당원의 신상정보가 공권력에 낱낱이 공개된다면 당원들에 대한 일상적인 사찰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부정경선 목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기 때문에, 압수한 증거물을 다른 수사를 위해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석진환 조혜정 기자 soulfat@hani.co.kr

2011년 11월 27일 일요일

전자주민증은 만능? 감시·통제도 ‘만능’ 우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1-23일자 기사 '전자주민증은 만능? 감시·통제도 ‘만능’ 우려'를 퍼왔습니다.
의료보험·국민연금·인감 등 41개 항목 과도한 정보 집적
내부인 유출 배제 못해, 전국민 개인정보 통째 넘어갈 수도


# 자영업을 하는 A(50)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신도 모르게 지인이 자신의 명의로 1천만원이 넘는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황당한 것은 지인이 자신의 사업등록증과 주민등록증 사본을 제출하자 은행과 카드사가 대출을 해줬다는 사실이다. A씨는 지인에게 화가 났지만 이렇게 쉽게 본인 확인 없이 남에게 돈을 빌려주는 은행과 카드사의 행태에 더욱 분노가 치밀었다. A씨는 주민번호를 변경하지 않고서는 언제 또다시 이 같은 일을 당할지 불안해 잠을 못 이루는 날이 많아졌다.

정부가 전자주민등록증(이하 전자주민증)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과연 전자주민증은 A씨와 같은 개인정보 도용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 

정부는 지난해 9월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전자주민등록증 도입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는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통해 “주민등록증 수록정보를 전자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수록정보의 위조 및 변조를 방지하고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는 데에 기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자주민등록증에는 성명, 성별, 생년월일, 주소, 사진, 주민등록번호, 지문, 발행일, 발행번호가 표시되고, 전자적 수록의 방법, 수록된 정보의 타인에 대한 제공 또는 열람 방법, 보안 조치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된다. 

전자주민증은 IC 카드 형태의 주민등록증으로 주민등록등초본, 운전면허증, 의료보험증, 국민연금증서, 인감 등 7개 분야 41개 항목의 개인정보가 수록될 예정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와 같은 이유를 들어 전자주민등록증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들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는 상황에서 정보가 집적화된 전자주민증은 유출 위험이 더 크고, 나아가 정부가 손쉽게 개인정보를 모아 국민을 통제 아래 놓고 사생활까지 감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김장회 행정안전부 주민과장은 언론 기고를 통해 “주민번호처럼 민감한 정보는 표면에서 삭제하고 IC칩에만 저장해 본인 동의하에만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며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개인정보 오남용에 대한 지적을 반박했다. 

하지만 문화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진보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비전자 신분증의 위험요소가 ‘증’ 자체의 위변조에 집중되어 있는데 비해, 전자 신분증의 위험요소는 발급부터 이용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례로 주민번호 3500만 건이 유출된 네이트 사건만 보더라도 시민들이 속수무책으로 개인정보 피해를 당했는데도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83명의 시민들과 함께 유출된 주민번호를 변경해 줄 것을 행정안전부에 요청했지만 ‘정책 혼란’을 이유로 거부한 상황이다.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피해를 막으려면 정부가 전자주민등록증을 도입할 게 아니라 인터넷 실명제부터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전자주민증을 도입하면 금융기관을 비롯해 신분을 확인하는 기관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판독기를 도입해야 하는데 그만큼 해킹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정부는 판독기를 통해 읽은 정보를 수집 저장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08년 전자여권을 도입하면서 ‘전자칩이 내장돼 개인정보 유출로부터 안전하다’고 했지만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전자여권 신청자 92만여 명의 주민번호와 여권번호 등의 정보가 여권발급기 운용업체 직원에 의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집적화된 정보의 시스템은 외부 해킹에 노출돼 있기도 하지만 내부인을 통한 유출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 정보업계의 상식이다.


정부는 전자주민등록증이 위조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절대 안전하다고 홍보했던 전자여권도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된 바 있다. 해킹 위험도 있지만 내부인을 통한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2008년 인권단체연석회의의 전자여권 반대집회. ⓒ연합뉴스

지난 1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보낸 의견서에서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의 유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다양한 관리방안이나 기술적 보호대책을 발표했지만 개인정보 유출사건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피해규모도 더욱 커지고 있다”며 “결국 기술적 관리 보호대책만으로 개인 정부 유출을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온라인 전송 방식이 아니어서 해킹과 정보 유출 위험이 낮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개정안에는 전자주민증에 관한 정의조차 내놓지 않았고, 기술적 세부사항 역시 시행령으로 위임해 놓은 상태다. 

4천만명의 주민등록증을 바꾸는 국책사업임을 감안하면 해당 법령이 부실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진보네트워크와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장차 온라인 전송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거나 중앙 주민데이터베이스에 질의하여 전자주민증 수록내용의 진정성에 대해서 확인할 수 없도록 법률로 규정하거나 질의 내역을 저장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정보통신망에서 전자적 방법의 신분확인용으로 전자주민증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이 명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자주민증 도입과 관련해 예산 낭비 논란도 뜨겁다. 정부 측은 전자주민증 도입으로 약 5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또한 10년간 현행 주민증을 교체하는 비용이 3284억원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유출로 인한 사회적 손실 비용을 감안해서라도 차라리 전자주민증을 도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반면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현재 정부의 비용 추계는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누락된 비용을 합치면 약 1조원 가까운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민전자증 도입에 따른 판독기 설치 비용도 만만치 않다. 관련업계는 전자주민증 판독기 장비 비용으로 약 440억원을 추정하고 있지만 향후 장비의 업그레이드 비용을 감안한다면 비용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시민단체는 온라인 전송 방식이 아니어서 감시 의혹이 있을 수 없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현 정부의 행태로 봤을 때 충분히 국민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전자주민증을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2007년 7월 행정자치부가 삼성SDS와 에스원에 의뢰해 만든 ‘주민등록증 발전모델 2단계 기술적 타당성 연구 시스템 개발 구축 부문 최종보고서'를 살펴보면 전자주민증이 얼마나 보안 위협에 취약한지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는 ‘주민등록DB의 일관성 유지 방안 추천안'으로 주민등록정보센터를 만들어 전국 주민등록 데이터를 하나의 통합 DB로 구축하는 방안이 제시돼 있다. 

“통합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데이터의 중복성을 제거하여 일관성을 유지하고 대국민 서비스 품질을 높인다"는 명분이지만 주민등록정보센터 한 곳에 개인정보가 집중된 만큼 유출될 위험도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이 보고서에는 전자주민증 발급 데이터 전달 방안을 개선하기 위해 행정자치부 서버와 연동해 온라인 발급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온라인 연결이 없으니 정보 유출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해 왔으나 이 보고서에서는 주민등록 전산정보 센터와 온라인 연결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전자주민증의 현금영수증 카드 기능을 활용하는 방안도 문제가 많다. 현금영수증 사용내역이 국세청에서 행정자치부로 전달되도록 하자는 아이디어인데 이 경우 정부가 국민의 사생활을 감시한다는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강성준 활동가는 “현재는 은행과 같은 인터넷 가입을 할 때 공인인증서를 받고 있지만 신원을 전자적으로 확인하게 되면 주민증을 가지고 본인을 확인하는 단계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감시·통제수단으로서의 전자주민증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주민번호 변경 허용해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1-23일자 기사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주민번호 변경 허용해야”'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도입하려는 전자주민증 대해 “추정할 수 없는 다양한 범죄가 예상된다”며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지난 7월 발생한 3500만 건 주민번호 유출 사건의 피해자이기고 하다.

한 교수는 지난 7월 네이트 유출 사건 직전 해당 사이트에 가입하고 난 뒤 네이트 측으로부터 암호화된 주민번호와 주소 등개인신상 정보가 유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 교수는 지난 4일 개인정보 유출로 2차, 3차의 피해를 당할 수 있다며 83명의 시민과 함께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한 교수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전자주민증에 대해 위조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만 얼마든지 위조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문제는 현행 아날로그 주민증은 증을 가진 한 사람만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면 전자주민증은 정보가 유출될 경우 정보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로 범죄를 저지르고 그 범죄의 행태도 현재로서는 추정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현재 빈번하게 벌어지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서는 마땅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면서 오히려 유출 위험이 큰 전자주민증을 도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 교수는 대책으로 “주민등록제를 폐지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맞지만,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사항을 분리해 정보를 분산시키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의 주민등록번호 변경 요구를 거부한 행정안전부에 대해서는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보호해야한다는 의무가 있는데 현재는 일종의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난했다.

주민등록번호 변경 요구가 자칫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많은 비용이 든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한 교수는 일침을 가했다.

한 교수는 “영국에서는 성전환을 한 재수자가 여성감옥으로 옮겨달라는 소송을 내자 정부가 이런 요구가 수용되면 계속 이어진다고 변론했지만 결국 법원이 재수자의 손을 들어줬다”며 “네이트 유출사건도 마찬가지로 국가가 위험을 야기했으면 예방하는 비용 역시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게는 원래 주민번호가 있는 증과 다른 번호의 증을 새로 만들어줘서 연동시키며 기술적으로 비용으로도 큰 수고가 들지 않는다”면서 “결론은 국민을 위해서 전자주민증 도입과 같은 정책을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재진 기자 jin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