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4일 월요일

한반도 다시 ‘냉전의 기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13일자 기사 '한반도 다시 ‘냉전의 기류’'를 퍼왔습니다.
ㆍ미국 하원 군사위, 대북 전술핵 재배치 촉구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북한과 한·미 양국이 냉전 시대를 방불케 하는 군사적 강경 대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연일 남측에 대한 호전적 비난을 쏟아내면서 대남 도발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고, 한국 정부는 군사적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도 2·29 합의 결렬 이후 북한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의 대북 접근법을 모색 중이다.

최근 두드러진 움직임은 1992년 이후 한반도에서 사라진 미국 전술핵의 재배치와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대한 공개적인 주장이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지난 9일(현지시간)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반도에 미군 전술핵을 재배치하도록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촉구하는 내용의 ‘2013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또 한국 정부는 현재 사거리 300㎞, 탄두 중량 500㎏에 묶여 있는 미사일 개발 제한을 풀어줄 것을 미국에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물론 전술핵 재배치는 현실화되기 어렵다. 국방수권법 수정안이 하원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주장은 공화당이 대선을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이자 북한 문제에 무관심한 중국을 움직이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이다.

하지만 ‘미사일에는 미사일, 핵에는 핵’이라는 대응 논리는 그동안의 대북 억제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한·미는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남북 모두 이를 없앤다는 기조의 정책을 수십년간 추진해왔다. 군비 경쟁을 통해 균형을 맞추고 억지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이 같은 기존 정책의 기본 방향을 뒤집고 북한의 핵포기 불가 명분을 강화시켜주는 것이기도 하다. 외교소식통은 “이처럼 민감한 이슈에 대한 주장이 한·미 양국에서 거리낌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의 대북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점은 최근 들어 한·미 양국 모두 북한의 민생·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북한의 내부 변화 유도에 무게를 두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인터미디어의 너새니얼 크레천 연구원은 지난 10일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의 외국 DVD 시청률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면서 북한 당국의 주민통제가 약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니얼 배어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부차관보는 “미국은 북한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개발하는 데 이 보고서를 이용할 것”이라는 의미있는 언급을 남겼다. 이는 미국이 장기적으로 북한의 내부 변화를 강요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꿀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사실상 ‘레짐 체인지(체제 변화) 추진’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미 정부가 이 같은 장기적 정책 변화를 지향하고 있음에도 모두 임기를 6개월 남기고 있어 이를 추진할 동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한반도 긴장이 급속히 고조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선거를 앞둔 양국 정부가 모두 단기적 위기관리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한반도 안보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워싱턴 | 유신모 특파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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