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03일자 기사 '최시중은 정(政)·경(經)·관(官)·언(言)의 비리 복합체'를 퍼왔습니다.
[정상모의 흥망성쇠] 망국적 부패 구조 청산은 낙하산 사장 철수에서 시작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구속되고,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알선수재 혐의를 받고 있으니,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검찰 수사가 이상득 의원 등 이명박 정권의 실세로까지 번지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대통령 부인의 사촌 언니, 오빠가 감옥에 간 것은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했다. 형의 보좌관은 수억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되고, 그의 ‘양아들’도 같은 혐의로 해외도피중이다.
2007년 대선 때 최시중, 이상득 등과 함께 6인 원로회의의 일원이었던 박희태 국회의장이 돈봉투 파문으로 물러났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각종 비리와 부패 의혹 때문에 19대 총선에 나서지도 못했다. 청와대 홍보수석과 문화체육부 차관은 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 측근, 멘토, 실세들이 줄줄이 사법처리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셈이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의 부패 고리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지금까지 알려진 이명박 정권 주변의 부패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에 만연한 종합적 부패구조의 한 쪽이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관행처럼 도덕성을 강조하며 부패 청산을 다짐했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자처했다.
그럼에도 부패 청산의 다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정, 부패, 비리가 끊이질 않는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마치 ‘부패 박람회’라도 열린 것처럼 온갖 종류의 부패 사례들이 선을 보이는 꼴이다.
어느 정부나 요란하게 부패 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제도적 장치도 갖추지 않고 일관성도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함으로써 모두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심지어는 정치적 사정에 따라 정략적으로, 또는 정치적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리 수사의 칼을 악용하지 않았던가.
이명박 대선캠프의 핵심 실세였던 최 전 위원장이 ‘대선자금’ 얘기를 꺼내자 세상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라 부담을 느낀 것인지, 검찰은 벌써부터 ‘꼬리 자르기’ 수사 쪽으로 움추리는 모습이다.
한상대 검찰 총장과 최재경 중수부장 등이 회의에서 “이번 수사는 대선자금 수사가 아니라 인허가 로비 수사”로 규정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개탄할 일이다.
단순히 검찰에 대한 불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검찰이 망국적인 부패구조의 척결의지를 보이기는커녕 이를 방치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과거 경제발전 과정에서 일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주어야 한다는 사회의식과 관행이 ‘미풍양속’처럼 합리화되기도 했던 ‘백색부패(白色腐敗)’가 어느덧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됐다. 정치인, 관료 등 사회의 모든 계층에 풍토병처럼 번진 부패문화를 언제까지 그대로 둘 것인가.
1960년대 초 박정희 군부정권은 권력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군부와 기술 관료, 재벌의 연합적인 지배 구조를 만들어 특혜와 비자금을 주고받는 먹이사슬의 정경유착적 부패구조를 형성했다. 권력층이 정경유착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재벌을 돕고 뇌물을 받는 패거리 자본주의가 성행하기에 이르렀다.
지배 구조의 기득권층은 국민의 삶의 기반인 각종 산업과 국책사업을 자신들의 전유물처럼 주물렀고, 대규모 부정축재를 빈번하게 저질렀다. 국부는 특권 부유층에 돌아가고, 일반 국민들은 부당한 지배를 받는 피해계층 신세가 되고 말았다.
기득권층의 여당은 권력을 유지하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야당을 탄압하고 자기 당을 확대하며 유권자들을 조직, 동원하기 위해 막대한 정치자금을 거두어 들였다.
정치부패가 어찌 생기지 않겠는가. 갖가지 특혜를 둘러싸고 뇌물, 급행료, 부정한 로비를 위한 비자금 등의 비리 사건들이 건듯하면 터진다.
박정희 정권 시기인 1963년 선거 때에도, 4대 의혹사건, 설탕·밀가루· 시멘트 삼분 폭리 사건들이 터졌다. 여당의 선거자금과 직접 관련됐다는 게 통설이다.
종합적인 부패구조의 대표적인 사례가 1997년의 한보 부도사건이다. 정치, 경제, 관료계는 물론이고 언론까지 망라된 구조적인 검은 커넥션이었다.
이 사건으로 대통령의 차남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대기업들이 무너지고 IMF 위기를 맞게 된 게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였는지 모른다.
최시중 전 위원장의 구속은 구조적인 검은 커넥션의 상징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정(政)·경(經)·관(官)·언(言)의 검은 복합체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재벌 소유의 언론사들, 대기업체들의 민간방송 진출로 언론이 종합적인 부패구조의 복합체가 돼 버렸으니,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겠는가. 부패구조, 부패문화의 청산을 위해서는 언론의 기능이 필수적인데, 언론 자체가 부패구조의 복합체라면, 이야말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조선말기 매관매직이 성행하던 세도정치의 부패로 망국의 화를 입지 않았던가. 망국적인 부패구조, 부패문화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제4부로서의 언론을 올곧게 세우는 일이 절대적인 과제다. 언론이 부패구조의 복합체에서 벗어나 권력과 자본을 감시, 비판하고, 나아가 부패구조의 청산에 앞장서도록 해야 한다.
오죽하면 방송인들이 편파방송 중단과 ‘낙하산 사장’ 퇴출을 부르짖으며 방송사상 처음으로 연대파업을 벌이겠는가.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는 부패구조 복합체를 위해 앞장서온 방송사의 ‘낙하산 사장’, ‘하수인 사장’들을 하루빨리 정리하는 일이다.
정부와 여당이 부정부패를 계속할 요량이 아니라면, 이들 사장들을 퇴출시킴으로써 부패구조 척결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부패구조 복합체의 청산은 우리의 미래가 걸린 국가차원의 문제로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정상모(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 medi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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