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7일 목요일

"'희망캠프' 해보니 투쟁하는 분들이 새롭게 보여요"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5-17일자 기사 '"'희망캠프' 해보니 투쟁하는 분들이 새롭게 보여요"'를 퍼왔습니다.
수습기자와 MBC·KBS·YTN 선배들과의 '희망캠프' 1박


ⓒ이승빈 기자 15일 저녁 서울 여의도공원에 마련된 언론노조 희망캠프촌을 찾은 민중의소리 강민선, 전지혜 수습기자가 KBS 새노조 오태훈 조직국장으로부터 간략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7일 MBC노동조합과 KBS새노동조합은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진행하는 ‘희망캠프’를 열었고, 지난 14일에는 YTN노동조합도 여기에 합류했다.

언론노조 소속인 이들 노조는 ‘희망캠프’라는 천막농성장 이름을 통해 공정방송의 희망을 담았다. 기자들이 희망캠프에서 1박을 한 지난 15일은 파업에 돌입한지 MBC는 108일째, KBS는 73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YTN은 2주간 전면 파업을 선포하고 희망캠프에 합류한 지 하루가 지났다.

낮에는 완연한 5월의 봄이었지만 며칠 전 내린 비로 인해 해가 저물자 공기는 쌀쌀해졌다. 각 언론사별로 당직인원을 정해 희망캠프를 지키는데 낮과 밤의 온도차를 미리 전해들었지 희망캠프를 지키고 있는 조합원들의 옷차림은 겨울을 연상케 할 정도로 두꺼웠다.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친 늦은 시간인 밤 10시경 기자들이 찾아간 희망캠프는 다소 조용하고 차분했다. 바쁜 일정 때문에 미처 못한 저녁식사를 하러 간 노조원도 있었고, 피곤한 듯 일찍 잠자리에 든 이들도 꽤 많았다. 

그래도 몇몇 조합원들은 옹기종기 모여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장기간 이어지는 파업으로 지칠 법 한데 얼굴을 마주친 대부분 노조원의 표정은 밝았다. 

각 언론사를 대표한 이들과 비좁은 천막에서 좌담을 마친 시간은 새벽 1시경. 불이 켜진 곳도 주변 밖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망캠프는 짙은 어둠에 휩싸였다. 각 언론사의 불침번들은 이 시간에도 주변을 순찰하거나 몇몇 텐트를 손질하고 있었다. 


ⓒ이승빈 기자 15일 저녁 서울 여의도공원에 마련된 언론노조 희망캠프촌을 찾은 민중의소리 강민선, 전지혜 수습기자가 방송3사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자들에게 하룻밤 묵도록 배정된 텐트는 희망캠프 KBS 본부 바로 옆이었다. 바닥의 찬기가 올라오지 않도록 텐트 바닥에 깔개가 깔려져 있었고, KBS 새노조로부터 침낭을 한 개씩 지급받았다.

새벽 2시경 침낭에 의지해 잠을 청한 기자들은 텐트 속에서 하룻밤을 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리에 누웠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은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텐트 속에 감도는 한기, 그리고 주변의 소음과 씨름하며 아침을 맞았다. 오전 6시, 아직 기상시간까지 한 시간이 남았지만 노조원들은 하나 둘씩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동료들에게 줄 캔커피를 사들고 온 한승현 KBS새노조 조합원은 희망캠프에서 밤을 지낸 게 두 번째라고 했다. 한승현 조합원은 “평소 1인시위나 농성하는 분들을 보면서 간과해 왔던 부분이 있었다”며 “희망캠프에 참여해보니 다른 분들의 투쟁을 많이 생각하게 되고, 언론의 사명을 다시 한 번 떠올리고 반성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본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위해 자고 있는 동료들을 깨우러 텐트를 돌아다니던 이세훈 MBC노조 조합원은 “처음 희망캠프에서 잤는데, 잘만하다. 먼저 생활해 봤던 다른 동료가 여기서 자고나서 너무 힘들어 ‘희망캠프’가 아니라 ‘절망캠프’라고까지 얘기해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웃으며 말하고 “싸움이 끝날 때까지 희망캠프에는 계속 참여할 것”이라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하루를 시작하는 이른 아침, 불편한 잠자리였지만 희망캠프 촌의 언론노조 조합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들은 “함께 있으니, 든든하다”며 여의도공원 한 켠의 희망캠프를 공정방송을 향한 희망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승빈 기자 15일 저녁 서울 여의도공원에 마련된 언론노조 희망캠프촌을 찾은 민중의소리 강민선, 전지혜 수습기자와 방송3사 노조원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MBC 양효걸 기자, YTN 이성우 기자, KBS 오태훈 아나운서

미니좌담회 - MBC·YTN·KBS노조원들 “끝까지 함께 한다면 패배 안 해”

MBC, KBS, YTN 노조의 조합원들과 희망캠프의 텐트 안에서 좌담회를 가진 것은 밤 10시 경이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텐트에서 쉬고 있던 조합원들은 피곤해 보였지만 수습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언론인의 길을 왜 선택하게 됐고, 막상 현직에 있어보니 예비 언론인일 때 생각했던 점과 다른 점은 어떤 것인지 먼저 물었다.

양효걸 MBC 기자는 “기자는 젊은 나이에 많은 권한이 부여 되고 사회에 관해 깊숙이 들여다보는 직업이라 매력을 느꼈다”며 “처음에 기자를 하고 나서 느낀 점은 나 혼자 바꿀 수 있는 일이 세상에 많지 않고, 기자라는 업이 때에 따라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지만 무서운 책임도 동반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16년차인 오태훈 KBS 아나운서는“ 방송이라는 측면이 화려하고 그런 개념이 아니고 나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려는 내용을 잘 전하는 일”이라며 “지금은 그게 안 되니까 이런 파업을 하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성우 YTN 청주지국 보도국 사회부 기자는 “가치 있는 정보를 왜곡되지 않게 전달하려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막상 들어오니 생각하던 기자상과 괴리가 있다”며 “파업까지 하고 있는데, 공정방송 기치를 내걸고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가치 있고 객관적으로 하는 보도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언론인으로서 부당한 검열이나 압력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양 기자는 “지난 2~3년간 민감하거나 다툼이 있을 수 있는 문제 등 뉴스에서 진짜 다뤄야 하는 부분이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무조건 시청률의 위주로,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면 아예 배제해 버리는 그런 것이 (보도에서)하나의 축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보도에 대한 억압 등은 상당히 교묘해지는 것 같다. 검열해도 시청률을 이유로 드는 경우가 태반이다”라며 “방송뉴스다보니 화면의 왜곡이나 조작으로 인해 완전히 기사내용이 달라지기도 하고, 또 단어를 모호하고 중의적인 것으로 교체해 기사 내용이 뒤바뀌는 일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KBS 오 아나운서는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 뉴스하기 힘들었다. 이 뉴스는 꼭 이렇게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리포트 같은 경우에 앵커 멘트와 평가멘트를 말한다. 하지만 평가멘트가 내가 판단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낄 때 일부러 하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파업에 참여했다 중단해 찬반 논란이 된 MBC 배현진·양승은 아나운서 등 업무에 복귀하는 동료들에 대해서는 세 사람 모두 “각 개인의 가치관 차이에 따른 것일 뿐”이라며 “그들의 선택을 흑백논리로 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함께했다.

지난 4·11 총선 결과가 파업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세 사람은 “총선 결과가 물론 영향을 안 미친 것은 아니지만, 총선은 말 그대로 변수일 뿐 상수는 아니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공정방송은 누구나 동의하는 상식적인 주장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장기화되어가는 파업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은 어떨까? KBS 오 아나운서는 “집에 가면 아내가 딱 두 마디 한다. ‘언제 집에 와?’ ‘언제 끝나?’. 처음에는 아내가 걱정했지만, 지금은 응원해 주고 있다”며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결혼을 앞둔 MBC 양 기자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상태라 결혼자금 등 준비가 조금 힘들긴 하다. 그래도 옆에서 많이 응원해준다”며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YTN 이 기자는 “부모님은 걱정 하시다가 지금은 지지해 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세 사람은 “아직까지 우리가 파업을 하는지 잘 모르시는 분도 많은 것 같다”며 “그만큼 우리가 파업하는 다른 사업장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도 반성도 하게 되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자며 분발하게 된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파업이 항상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그만큼 드라마틱하고 예측 불가능하다”며 “우리 노동조합원들이 흩어지면 힘들어지지만, 끝까지 함께 간다면 패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승빈 기자 15일 저녁 서울 여의도공원에 마련된 언론노조 희망캠프촌을 찾은 민중의소리 강민선, 전지혜 수습기자가 취재를 마친 뒤 깊은 잠에 빠져있다.

강민선·전지혜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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