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0일 일요일

[사설]당권파, 스스로 ‘진보 정당’ 이름을 거두려는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18일자 사설 '[사설]당권파, 스스로 ‘진보 정당’ 이름을 거두려는가'를 퍼왔습니다.
민주노총이 엊그제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조건부 지지 철회를 결정했다. 진보당이 얼마전 중앙위원회에서 결의한 혁신안이 조합원과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는 수준으로 실현될 때까지 지지를 철회한다는 것이다. 혁신안의 핵심이 경쟁부문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자 사퇴라는 점에서 중앙위 결정에도 불구하고 버티기로 일관하는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의 사퇴 촉구로 읽힌다. 최대 지원세력의 경고장까지 받게 된 진보 정당의 현실 앞에서 할 말을 잃는다.

민주노총의 결정은 그 실효성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본다. 민주노총은 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창당의 모태였다. 현재도 진보당 진성당원 7만5000여명의 46%에 이르는 3만5000여명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다. 민주노총은 진보당의 과거와 현재인 셈이다. 그런 민주노총이 완전 결별이나 집단 탈당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해도 조건부로 지지를 철회한 것은 진보당 당권파가 쇄신 결의안을 수용하라는 강력한 주문으로 보는 게 옳다. 결정의 수위도 당초 예상을 넘어선다. 회의 시작 전만 해도 당권파들이 민주노총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명시적 조치가 나오겠느냐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조건부 지지 철회로 혁신비대위를 비롯한 비당권파의 사태 수습 노력에 힘을 실어줬다.

문제는 당권파의 대응이다. 그들은 오는 21일까지 비례대표들은 사퇴신고서를 제출하라는 혁신비대위 결정을 ‘분당 시나리오’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혁신비대위 요구가 당사자들의 제명이나 출당도 불사하려는 명분축적이라고 보고, 그로 인해 파생될 분당 논란 등을 비당권파의 책임으로 전가하기 위한 사전 대비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혁신비대위에 맞설 당원 비대위 구성도 예정대로 추진키로 했다. 이 안이 현실화하면 진보당은 두 집 살림에 들어가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당원 비대위 운영안을 보면 당내 조직별 순회토론회 등을 개최해 진상조사 결과의 문제점과 혁신비대위 출범의 부당성을 알릴 계획이라고 한다. 당권파들이 작금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한다기보다 혁신비대위 활동 등을 저지하는 데 속내가 있음이 금세 드러난다.

모든 사단은 당권파의 발상과 행동이 국민의 눈높이와 현격하게 다른 데서 출발한다. 혁신안이 전자투표라는 합법적 절차를 거쳤고, 민주노총까지 동의한 마당이라면 이제 당권파가 귀담아들을 차례다. 그것이 상식이고 원칙이다. 그럼에도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19대 국회 개원까지 시간을 끌어 당권파의 핵심 인사인 이석기·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를 국회에 진출시키고야 말겠다는 기왕의 속내를 재확인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원하든, 원치 않든 당 균열이 불가피해지는 구도다. 정녕 당권파들은 기득권을 위해 스스로 ‘진보 정당’의 미래를 포기하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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