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4일 수요일

'나꼼수 PD' "보물을 땅에 쌓아두려는 목사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09-13자 기사 ''나꼼수 PD' "보물을 땅에 쌓아두려는 목사들" [미디어바로미터] 시사평론가, PD 김용민'에서 퍼왔습니다.
신약성경 로마서 13장에는 1절부터 이런 언급이 나온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께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비교적 양심적으로 사는 또 살았던 개신교 또 천주교인에게 이 성경구절은 참으로 난감하다. 왕권신수설의 이론적 배경도, 나치 정권의 전쟁 참여 독려 논리도, 일제 강점하 교회의 신사참배 구실도 이 ‘말씀’에 있었다.
‘헌법의 풍경’,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책을 쓴 김두식 경북대 교수는 “매일같이 대자보를 통해 안기부, 보안사, 경찰 대공분실,부천경찰서 등의 끔찍한 인권 유린 사례를 접하던 저의 대학 시절, 목사님들은 언제 어디서나 로마서 13장이라는 칼과 방패를 들고 나와 청년 학생들의 입을 가로막았습니다”라고 언급했다.
‘재야 성직자’로 통하는 이현주 목사도 “저자 바울이 단 한마디 예외 사항을 달아줬으면, 그러니까 부당한 권력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온당하다고 첨언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저서 ‘이 아무개 목사의 로마서 읽기’에서 비슷한 아쉬움을 표했다.
문제는 이 로마서 13장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던 그 목사들이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라는 정통성 있는 권력 아래에서는 대정부 투쟁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6년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 기억하는가. 사학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재단 밖 인사로 이사를 소수이나마 선임하라는 것이 법 취지인데 이를 ‘기독교 학교를 강탈해 신앙 교육을 못하게 하려는 꼼수’라는 억지 논리로 매도했다. 큰 악에는 침묵 또는 동조하며 작은 이익에는 집착하는 개신교계 주류의 행보, 어떻게 봐야 할까.
사실 그 속내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빤스 발언’에 이어 최근에는 ‘자녀 다섯 명 이상 낳지 않으면 감옥 보낸다’, ‘이혼하면 벌금 1억 원을 물려야 한다’는 궤변으로 이목을 끌고 있는 전광훈 목사. 그는 최근 개신교 우파 정당 재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MBC라디오 과의 인터뷰에서 “집권은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실 앞선 두 차례의 총선에서 개신교 이름을 앞세운 정파는 집권 가능성을 따지기 민망한 득표율(17대 1.1%, 18대 2.59%)을 나타냈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석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 3%에는 근접해 있다. 내년 총선에서 의회 진출에 성공할 확률이 아주 낮지는 않은 형국이다. 결국 개신교의 권익을 대변할 선량을 국회에 심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주목할 부분은 전광훈 목사가 “자신의 배후에 조용기 목사가 있다”고 밝힌 점이다.
조용기 목사는 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가족 간 분란을 수습하느라 진이 빠진데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재산과 요직을 내놓으라는 장로들의 공연한 반기에 맞서는 형국이다.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난중에 정당 창당을 획책했다 함은 조용기 목사의 ‘필요’와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결국 한나라당이라는 우호적 정당이 있음에도 보수 개신교계가 정치 세력화하는 근원에는 ‘기득권 지키기’ 논리가 있다 하겠다. 개신교계는 장로 대통령이 주도하는 정부․여당에 실망한 게 많다. 모슬렘이 막강한 자본을 앞세워 위력을 나타내고 다닐 게 분명한 이슬람채권법을 추진했고, 종교사학 권한 행사에 장해 요소인 개정 사학법을 원상태로 돌려놓으라는 재개정 요구에 미진한 반응을 보였다.

▲ 시사평론가, <나는 꼼수다> PD 김용민.
이런 와중에 개신교계 주류 목사들의 기득권 논리에 대한 교회 밖에서의 비판 여론이 고조되는데다 개혁 압박마저 느끼고 있다. 교세의 약화, 재산의 사회 환원 또는 공적 감시 작동이 현실화되는 날만은 막고 싶은 것이다. ‘정치’는 그런 의미에서 유일무이한, 최후의 선택지로 보인다.
다시 로마서 13장을 연다. 이 메시지의 밑바닥에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는 예수의 지론이 있다. 이는 세상 권력과 부에 대해 초연하라는, 하늘나라에만 소망을 두라는 가르침이다. 정교 분리의 전통이 개신교 국가에서 체계화된 점도 한 맥락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정치 지향적 목사들에게 로마서 13장의 본질을 간파하라고 주문한다. 아울러 신약성서 마태복음 6장 19절에서 21절까지의 주요 부분을 묵상하라고 당부한다.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네 보물 있는 그 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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