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7일 화요일

[사설] 반국가, 반민주 맨얼굴 드러낸 한국현대사학회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7자 사설 '반국가, 반민주 맨얼굴 드러낸 한국현대사학회'를 퍼왔습니다.
역사 교육과정 각론 개발 최종 단계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뒤집은 집단이 한국현대사학회다. 그런데 바로 이 학회가 헌법 전문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관한 내용을 지우고, 일제 식민통치의 긍정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포함시키자고 했다고도 한다. 한편에선 체제수호를 외치며 다른 한편에선 국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외세의 병탄을 정당화하려 한 자들인데, 이런 부류가 우리 역사를 희롱하고 있다니 참으로 끔찍하다.
이들은 정부에 낸 건의서에서,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내용을 지우자고 요구했다. 대한민국 정통성의 원천인 3·1 독립운동과 임시정부의 투쟁을 기억에서 없애려는 것이다. 이것은 일제의 병탄을 정당화하고 친일을 합리화하기 위한 식민지 근대화론의 밑돌 구실을 한다. 근거의 허무맹랑함을 떠나, 나라를 팔아먹고 독립운동가를 때려잡고 동족을 수탈하고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활개치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니, 모골이 송연하다.
독립운동의 정통성 부정, 식민지 근대화론 위에 세워진 것이 이른바 자유민주주의론이다. 정통성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 대신 넣자고 한 것은 ‘대한민국은 유엔의 도움을 받아 건국하고 공산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했다’는 것이었다. 민족 지도자들이 꿈꾸던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망라한 자유롭고 민주적인 질서를, 고작 ‘반공’으로 좁혀버린 것이다. 하긴 일제 패망 후 친일·매판세력이 기득권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으니, 반공을 최고의 가치로 앞세운 것은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는 반공을 포장하는 말로 전락했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인권을 유린한 이승만과 박정희가 ‘자유민주주의의 투사’로 칭송받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공’만 앞세우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게 이들의 자유민주주의론이다.
각론엔 자유민주주의만 포함됐지만, 문제는 현재 집필기준을 작성하는 연구위원들이다. 교과부는 공개를 기피하지만, 대개 이런 부류들이라고 한다. 국가 정통성을 부정하고, 민주주의 파괴를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며, 매국과 병탄을 칭송하는 자들에게 맡겨진 한국 현대사가 비참하다. 도대체 이 정권의 정체가 궁금하다. 독재의 망령인가, 일제의 대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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