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4일 토요일

[사설]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성역 없이 수사해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3자 사설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성역 없이 수사해야'를 퍼왔습니다.
검찰이 어제 이국철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전격 소환해 조사했다고 한다. 검찰은 그간 내사해오던 금융권 비리 사건에 대한 조사라고 밝히고 있으나, 사실상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현 정권 실세에 대한 로비 의혹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 회장이 언급한 로비 대상은 신 전 차관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대표적이나 또다른 실세 인사들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2008년 무역진흥확대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이 회장과 지근 거리에서 대화하도록 주선한 것이 이 대통령의 그림자 측근으로 불리는 청와대 현직 비서관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지난 2009년 에스엘에스조선에 대한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가 개시된 뒤 정권 실세의 측근 인사들이 회사를 찾아주겠다고 접근해 거액을 받아갔다는 보도 역시 진위 확인이 필요하다. 정치권에선 이 회장이 신 전 차관보다 ‘더 센 실세’에게 “내 회사를 살려내든지 가져간 돈을 토해내라”는 취지의 경고를 보내기 위해 이번 폭로를 강행한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검찰은 그동안 정권 실세가 관련된 사건마다 꼬리 자르기로 미봉한 전력이 있지만 이번에야말로 엄정하고 과감한 수사로 명예를 회복하기 바란다.
이번 사건에 검찰이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 회장은 자기 회사가 정치보복성 수사를 당한 끝에 문을 닫게 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기자회견에서도 “검찰은 당시 내가 열린우리당 자금책 역할을 했다고 지목하며 자백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낸 탄원서에서도 그런 취지로 억울함을 호소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회장의 회견 직후 당시 법무장관 후보자 신분이던 권재진 전 민정수석 쪽은 “해당 사안은 전임 수석 때 검찰로 이첩해 수사가 진행됐고 민정수석실에서 기획한 일이 아니라고 설명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만으론 청와대 기획수사라는 의혹을 불식하기에 미흡했고 결국 이 회장도 납득시키지 못해 추가 폭로에 이른 것이다.
이 회장의 회견 이후 민주당이 권력형비리 조사특위를 구성하는 등 사건이 정치쟁점화하고 있다. 검찰은 기획수사 의혹의 당사자로서 결자해지의 자세로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고 성역 없는 수사를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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