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0일 화요일

[사설]사립대는 누구 위해 건축적립금 쌓고 있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19자 사설 '사립대는 누구 위해 건축적립금 쌓고 있나'를 퍼왔습니다.
사립대학들이 수백억원의 건축적립금을 쌓아둔 채 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낮은 금리의 시설융자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세연 의원(한나라당)이 지난해 기준으로 건축적립금이 100억원 이상인 66개 사립대를 살펴봤더니 열악한 교육시설 개선을 위해 사학진흥재단이 연 4~5%로 융자하는 시설자금이 23곳 대학에 3443억원이나 흘러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을 인상해 건축적립금을 불려놓고 한편으로는 사학기금 사업자금을 전용하는 악성의 돈놀이까지 한 셈이다.

건축적립금은 대학생의 등록금 등으로 만들어지는 사립대학의 교비회계에 속한다. 2009년 현재 전국 200개 4년제 사립대의 적립금 누적총액 10조903억원 가운데 건축적립금이 46%를 차지한다. 이것의 대부분이 캠퍼스 초호화 치장경쟁의 돈줄이다. 낙후 시설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살인적인 ‘미친 등록금’과 ‘쥐꼬리 장학금’의 현실에 견줘 건축적립금은 과도하다. 그런데도 사립대들이 사학기금으로 돈놀이까지 한다는 사실은 등록금에 허리가 휘는 학생과 학부모를 더욱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사립대들이 등록금은 따박따박 올리고 건축적립금을 쌓는 일에는 아등바등하면서도 장학금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다. 교육과학기술부령은 저소득층 장학생 비율을 전체 재학생의 3%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권영진 의원(한나라당)이 지난해 317개 사립대의 장학금 지원실태를 들여다본 결과, 이 규정을 지킨 대학은 5곳 중 1곳에 불과했다. 저소득층의 장학금 1312억원이 사립대의 뒷주머니에 쌓였다는 뜻이다. 장학금 지급 규정조차 무시하는 사립대의 ‘자율’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화여대는 장학적립금을 747억원에서 2097억원으로 3배 늘리기로 했다고 한다. 건축적립금 등을 줄여 장학금 혜택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비회계를 합리적으로 재설계만 해도 사립대 스스로 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줄 길이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건축적립금이 있는데도 사학기금을 빼쓰는 것을 규제하고 장학금 지급규정을 어길 경우 엄중한 제재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학 스스로 건축적립금으로 캠퍼스 호화 경쟁에 몰입하는 낡은 토건적 발상을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세계 최고의 등록금 수준에 걸맞지 않은 교육의 질은 건축적립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립대는 누구를 위한 건축적립금인지를 답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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