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8일 수요일

[사설] 경제상황 아랑곳하지 않는 내년 예산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7자 사설 '경제상황 아랑곳하지 않는 내년 예산안'을 퍼왔습니다.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를 열어 내년 나라 살림살이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재정수입은 올해 예산안보다 9.5% 늘어난 344조1000억원, 지출은 5.5% 증가한 326조1000억원으로 짜졌다. 관리대상 수지를 2013년에는 흑자로 맞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내년 예산 편성에는 일자리 창출과 서민·중산층을 위한 맞춤형 복지에 역점을 뒀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예산안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재정수입 목표치는 비현실적이고 지출 계획도 서민·중산층에 희망을 주는 내용을 찾기 어렵다.
먼저 정부는 내년 우리 경제가 4.5% 성장을 한다는 전제로 예산을 편성해 의구심을 사고 있다. 4.5%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모든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경우 달성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 경제상황은 정부 스스로 비상대책회의를 꾸려야 할 만큼 매우 불확실하면서도 어둡다. 또 이런 우울한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경제연구소와 엘지경제연구원이 며칠 전 내놓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3.6%로, 정부 전망치보다 훨씬 낮다.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으로 예산을 짜게 되면 나라 살림 운영 전반에 차질을 빚게 된다. 경기가 다시 침체기에 들어서거나 정말 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 능력도 떨어진다. 세계 각국이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부자 증세 등으로 재정의 경기 안정 기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반면에 우리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는 대내외 경제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나 대응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나홀로 장밋빛 청사진에 도취된 꼴이다.
복지와 일자리 관련 예산을 늘렸다는 정부의 발표도 과장이다. 복지예산의 세부 증감 내용을 보면, 대부분 기존 제도의 성숙에 따른 대상자 확대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한 자연증가분이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의지가 담긴 복지예산은 거의 없다. 자연증가분을 뺀 복지예산 증가율은 3%대로 정부의 성장 전망치에도 못 미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예산 비중이 내년에는 더 떨어진다는 얘기다. 일자리 관련 예산 역시 문화콘텐츠사업 지원 등 관련성이 약한 분야의 예산까지 끼워넣어 짜맞추기한 흔적이 짙다. 전반적으로 부실, 분식 예산안인 셈이다.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자세하게 따져보고 다시 조정해야 할 대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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