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8일 일요일

[사설] 부산저축은행 로비 ‘몸통 찾기’ 이제 시작이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16자 기사 '부산저축은행 로비 ‘몸통 찾기’ 이제 시작이다'를 퍼왔습니다.
검찰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퇴출 저지 금품로비와 관련해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다음주에 소환하기로 했다고 한다. 김 수석은 그제 사표를 내고 짐까지 챙겨 청와대를 떠났다.
김 수석에 대한 소환조사는 검찰 수사가 이제야 본령에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김 수석은 “어떤로비를 한 적도 금품을 받은 적도 결코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그동안 조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퇴출 위기에 몰린 지난해 4~8월 사이 그가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수십 차례 통화했고, 금융감독원 인사를 만날 수 있게 해준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엔 두 사람이 여러 차례 골프를 쳤고, 박씨가 1억원 안팎의 현금과 상품권 등을 건넸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삼성꿈나무장학재단과 포스텍이 부산저축은행에 각각 500억원씩을 증자하는 과정이나 이후 두번째 퇴출 위기 국면에서 김 수석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메시지기획관 등 그가 맡았던 보직을 고려할 때 이번 로비사건의 몸통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런 점에서 검찰의 ‘몸통 찾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박씨가 검찰에서 입을 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법조계·언론계 인사 연루설이 나돌고 있다. 박씨가 로비자금으로 15억원을 받은 이상, 김 수석 이외에 다른 실력자들에게도 로비를 시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소망교회 장로 출신의 박씨가 현 정권 핵심 실세들과 상당한 친분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검찰이 얼마나 성역 없이 파헤칠 수 있느냐 하는 게 이번 수사 성패의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지난 6월께 현 정권 최고 실세를 이 사건과 관련해 조사하려다 청와대의 반발로 성사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끈다. 신빙성 있는 의혹 4~5개에 대해 조사항목을 작성해 참고인 조사를 하겠다고 청와대를 설득했으나 워낙 강하게 반발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진위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이 사건 몸통의 존재에 대한 세간의 의혹을 고려하면 무시해버릴 수만은 없는 보도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여러 사건에서 의도적으로 정권 최고 실세를 비켜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에도 다시 ‘꼬리 자르기’ 수사로 끝낼 것인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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