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3일 금요일

[사설]외환시장 움직임 심상치 않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22자 사설 '외환시장 움직임 심상치 않다'를 퍼왔습니다.
어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29.9원 폭등해 1179.8원을 기록했다. 4일째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9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환율 수준도 수준이지만 단기간에 너무 가파르게 올라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최근 보름 사이에 110원 넘게 올랐다. 외환 수급에 큰 문제가 생겼거나, 외환당국이 비상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최근의 환율 급등은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하면서 달러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원화 가치만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과 이탈리아 은행 여러 곳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유럽 재정위기가 주변국에서 이탈리아 등 핵심권으로 옮아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환율 급등은 이런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내 금융시장에 들어와 있는 유럽계 자금의 이탈 움직임이 단기적으로 외환 수급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유럽계 자금은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2조원 가까이 빠져나갔고 8월 이후로는 6조원 넘는 유럽계 자금이 이탈했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뛰고,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 우려로 투자자금 이탈이 가속화해 환율 상승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에 시동이 걸린다면 큰 일이다.

해외 악재로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외화 유동성 경색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외환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환율 상승이 수출과 경상수지 흑자에 도움되는 측면을 의식할 상황이 아니다. 이미 시장의 불안감은 2008년 금융위기를 연상할 만큼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금융불안이 커질 때마다 외환보유액·외환건전성·경상수지 흑자 등을 내세워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없다고 큰소리친다. 하지만 단기적인 외환 수급 악화가 도화선이 돼 외화 유동성 경색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가볍게 봐서는 절대 안된다. 은행의 외화 유동성 현황 점검은 물론 통화 스와프 검토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비상수단을 챙기면서 시장불안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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