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9일 월요일

[사설] 부실 남겨둔 저축은행 구조조정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18자 사설 '부실 남겨둔 저축은행 구조조정'를 퍼왔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어제 7개 저축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결정하고 6개월간 영업정지 조처를 내렸다. 자산 2조원이 넘는 대형사인 토마토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 등이 대상에 포함됐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 미만이고 부채가 자산을 넘어선 곳들이다. 이들 저축은행들은 만기도래 어음 및 대출의 만기 연장 등 일부 업무를 제외하고 6개월간 영업이 정지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부터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일괄 경영진단을 실시했고 최근 경영평가위원회를 열어 저축은행들이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을 심사했다. 시간을 끌지 않고 대형사를 영업정지 대상에 포함시킨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의 심각한 부실 정도로 볼 때 금융당국의 조처는 옥석을 다 가리지 않고 부실을 덮어둔 구석이 있다. 따라서 이번 조처는 미흡하다고 볼 수밖에 없으며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이 될 우려마저 있다.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 미만이면서 자본잠식된 부실덩어리만 영업정지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 그렇다. 영업정지 대상인 경영개선 명령을 사전 통보받은 저축은행은 6곳이 더 있었으나 이들은 자구계획이 인정돼 영업정지 명령을 면했다고 한다. 경영평가위원회에서 대주주 증자 등 경영개선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인정받았거나 독자적인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일정기간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도록 했다고 한다.
금융당국이 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거나 정치적 고려로 한발 물러선 게 아닌가 의심 가는 대목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부실 저축은행에 자산 매각 등 자구노력의 기회를 주어 건전성을 회복한 경우가 드물다. 경영여건상 정상화가 어려운 저축은행들을 연명하도록 해서는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없다. 경영진단 과정에서도 애초 일시에 반영하도록 한 대출모집인 비용 등을 대출기한에 걸쳐 나눠서 처리하도록 허용하는 등 사정을 봐주었다고 한다.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5% 이상인 저축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건전성을 높인다는 방침도 구조조정을 최소화하겠다는 뜻과 맥을 같이하는 듯하다. 금융당국은 얼마 전 모든 상장기업에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을 저축은행에는 5년간 유예하도록 했다.
영업정지가 내려진 저축은행에 5000만원 이상 예금자 등 피해고객이 3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저축은행 부실과 고객 피해가 되풀이되는 데는 당국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탓이 크다. 저축은행의 경영현황을 밀착 감시해 이런 일이 다시 없도록 하고 부실을 초래한 대주주와 경영진의 책임을 단호히 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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