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5일 목요일

김종훈 본부장의 쌀 개방 ‘밀약’, 진상 밝혀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15자 사설 '김종훈 본부장의 쌀 개방 ‘밀약’, 진상 밝혀야'를 퍼왔습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미국과 쌀 수입 협상을 따로 하겠다’고 미국 하원 의원에게 약속한 사실이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문건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타결 뒤인 2007년 8월 미국 국무부가 작성한 것으로, 김 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쌀 관세화 유예가 2014년까지 종료되면 한국 정부는 미국과 쌀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협정에 쌀은 제외됐다는 정부 설명과 완전히 배치된다. 이 문건으로 보면, 김 본부장이 지금까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며 권한 남용을 한 것이어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관세화를 통한 쌀 시장 전면 개방은 애초부터 한-미 협상에서 쟁점이 될 수 없었다. 쌀 시장 개방은 세계무역기구 회원국간 다자간 협정에 따르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특정 국가한테만 유리한 조건으로 쌀을 수입하기로 약속하면 세계무역기구 규정 위반이다. 그런데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금까지 마치 미국과 협상에서 쌀 시장만은 끝까지 지킨 것처럼 자랑해왔다. 당연한 것을 협상의 성과로 교묘하게 포장한 것이다.
그런데 김 본부장이 미 하원 얼 포머로이 의원(민주당)에게 2007년 8월에 한 약속은 스스로 자랑한 협상 성과마저 뒤집는 내용이다. 아울러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물론 정부 관련 부처, 국회에 보고한 내용과도 사뭇 다르다. ‘미국이 쌀 문제를 꺼내면 협상을 깨라’는 게 당시 참여정부의 협상 지침이었다. 김 본부장이 이를 어기고 국무회의에는 허위보고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라면 지금쯤 정부는 쌀 시장 개방 일정에 따른 대대적인 피해구제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어야 한다.
미국과 비공식 협상 과정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국민을 속이고 국익에 반하는 밀약을 해준 것은 쌀 문제만이 아니다. 위키리크스 문건에는 김 본부장이 쌀 수입 협상을 시사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 자동차 세제와 환경기준의 개정을 거론한 대목도 있다. 모두 국회가 나서 진상 조사를 해야 할 사안들이다. 외교통상부는 위키리크스 문서에서 드러난 대미 사대외교와 관련해 “불법적으로 유출된 문서”라며 일체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만 강조하고 있다. 참으로 염치없고 뻔뻔스러운 태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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