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3일 금요일

[사설]넋나간 국방부의 ‘종북주의’ 정신교육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22자 사설 '넋나간 국방부의 ‘종북주의’ 정신교육'을 퍼왔습니다.
국방부가 어제부터 군인들을 대상으로 1970~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종북세력의 활동이라고 정신교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시대착오적이고 진실을 왜곡하는 이명박 정부 군대의 행태에 할 말을 잃는다.

국방부가 마련한 ‘종북세력 실체인식 특별교육’이라는 파워포인트(PPT) 자료는 종북세력이 1970년대 ‘반유신 독재 민주화투쟁’을 내세워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목표를 숨기고 세력 확산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또 1980년대에는 종북세력이 ‘북한식 공산화 노선을 추종하며 사회전면에 등장해 사회주의 혁명론 정립을 위한 사상적 투쟁을 전개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국방부의 성격 규정은 1970~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심정적으로 지지한 대다수 국민을 종북주의자로 매도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엄청난 모욕이다. 국방부는 당초 1948년 제주 4·3 폭동항쟁이나 1974년 인혁당 사건을 종북주의 사례로 소개했으나 어제부터 관련 대목을 삭제했다.

국방부는 최근 발생한 왕재산 사건을 계기로 종북세력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의 이 같은 행태는 현 정부의 출범 직후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군은 2008년 시중에서 판매되는 베스트 셀러나 대학교재들을 대거 불온문서로 분류해 이른바 ‘금서목록’에 포함시켜 군내 반입을 막았다. 또 최근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저지 운동에 대해서도 군은 종북세력 근절을 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검찰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국방부의 종북주의 정신교육 결과는 바로 드러났다. 교육을 받은 장병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며, 일부 부대는 자체 일정을 이유로 교육을 연기하거나 단축했다고 한다. 국방부의 넋나간 정신교육이 현장에서 배척 받은 것이다. 굳건한 안보는 국민의 신뢰와 군인들의 균형잡힌 시각이 밑받침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사실을 왜곡하는 우격다짐식 안보교육은 오히려 안보에 해가 될 뿐이다. 국방부가 현명하다면 이런 정신나간 정신교육을 중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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