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6일 월요일

[사설] 위험국면의 세계경제, 제2 리먼사태 대비해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5자 사설 '위험국면의 세계경제, 제2 리먼사태 대비해야'를 퍼왔습니다.
국제통화기금은 엊그제 연차총회 공동성명을 통해 “세계경제가 위험한 국면에 진입했다”며 “강력한 국제적 공조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 금융시장을 공황으로 몰아넣은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유로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유럽재정안정기금의 기능 확충에 찬성한다는 정도에 그쳤다.
세계 주식시장은 유럽중앙은행이 신용경색을 겪고 있는 은행들에 1년짜리 장기 대출을 재개할 수 있다는 소식에 일단 급락 장세를 멈췄다. 앞서 미국 연준이 장기 국채를 사들여 금리를 낮춰주는 트위스트 작전을 50년 만에 썼지만 시장은 냉담했다. 국제통화기금 연차총회에 앞서 주요 20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예정에 없던 공동선언문을 내 언제든지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진원지인 유럽에서 각국 정부가 결연히 나서고 은행자본을 늘릴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시장의 불안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원투수로 기대됐던 브릭스는 필요할 경우 국제통화기금을 통한 지원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밝혀 유로존과 거리를 두고 있다. 주요 20개국은 오는 11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까지 회원국 간 조율을 통해 중단기 행동계획(액션플랜)을 내놓겠다고 하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정책수단이 마땅치 않아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유럽 재정위기는 근본적인 해법이 없어 국제공조가 긴밀히 이뤄진다고 해도 문제점이 단시일 안에 해소되기 어렵다.
한국은 환율·주가·신용지표가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 사실상 위기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국가 부도 위험은 최근 주요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프랑스보다 더 높아졌다고 한다. 외채 구조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보다 낫다고 하지만 외국인 보유 주식 총액은 22일 현재 338조원(30.29%)으로 비중이 커졌다. 국제통화기금이 최근 아시아 시장에서 최대 383억달러(한화 43조원)가 급속히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을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그리스 디폴트 선언, 프랑스 은행 파산 등 악재가 생기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미국이나 아시아 국가들과 통화스와프를 맺는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외환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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