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5일 일요일

[데스크 칼럼] 내년이 더 어렵다는데…


이글은 서울경제 2011.09.22자 권구찬 경제부장 컬럼 '내년이 더 어렵다는데…'를 퍼왔습니다.

한국 경제의 앞길에 먹구름이 잔뜩 끼고 있다.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은 어느 나라 보다 대외 불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세계경제 동향이 여간 심상치 않다.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 존은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이 점점 커지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로 변한 지 오래다. 세계경제를 이끄는 미국 경제의 추락은 하염없다. 물론 지금의 상황은 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붕괴 이후 전개된 가공할 재앙에 비한다면 강도는 휠씬 낮다. 외환보유액과 단기 외채 등을 감안할 때 대외 불안에 대한 한국 경제의 완충력도 크게 높아졌다. 

불안한 경상수지 흑자 전선

3년 전 리먼 파산 사태 때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은 파국을 막자며 탄탄한 정책공조 틀을 유지했다. 당시에는 경기 방어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발 벗고 나섰지만 지금은 증상을 알아도 맞춤형 처방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초유의 위기에 합심했던 주요국의 정책 공조는 뒷전으로 밀리고 미국과 유럽의 경기 부양 여력은 없어졌다. 중국은 물가 관리가 우선이다. 한국 역시 균형 재정과 물가안정 목표를 감안하면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다. 

월가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를 분석하는 틀로 한국의 무역 동향을 주목했다. 세계 경기가 나빠지면 교역이 줄게 되고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 경제의 수출입 동향이 세계 경기의 바로미터로 통한다고 본 것이다. 그는 미국경제를 비관론적으로 봤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수출입 동향이 괜찮은 것으로 보고 세계경제는 동반침체를 피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 대서양을 두고 펼쳐진 무역 전쟁이 세계경제의 장기 불황을 불렀지만 3년 전에는 다행히도 정책 공조 덕에 과거의 전철을 피했다. 

대외 불안기에 수출입 동향, 특히 경상수지 관리의 중요성은 여느 때와는 다르다. 8월 무역수지는 적자를 간신히 면했다. 서비스 수지 적자를 감안하면 8월 경상수지는 적자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상수지 적자는 대외적으로 매우 좋지 않은 신호다. 1997년 외환위기는 경상수지 적자구조에 해외 자본이 한꺼번에 유출되면서 발생했다. 최근 해외 투자은행들은 한국의 무역, 경상수지 지표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8월 수지 동향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하나 앞으로의 동향을 안심할 수만은 없다. 중국 등 신흥국 수출비중이 커졌지만 미국과 유럽의 수출 비중은 아직도 20%를 넘는다. 경기가 식고 있는 미국으로의 수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앞으로는 더 악화될 공산이 크다. 올 상반기 수출은 좋았지만 착시 현상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일본 대지진 영향에 따른 반사 이익과 원자재 상승에 따른 수출 단가 상승이 수출 호조를 낳은 것이다. 

내년 경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4%중반)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연구원은 3,6%를, 국제통화기금(IMF)은 4%를 각각 제시했다. 정부가 내놓은 올해 수정 목표치 4.5% 보다 1%포인트 가량 낮다. 올해 성장률이 4% 초반으로 준다고 해도 올해 보다 내년에 더 어렵다. 

유연한 경제정책 운용을

그런데 정부는 정책 운영 중 2가지 족쇄에 묶여 있다. 첫 번째는 물가 안정이고 두 번째는 오는2013년 균형 재정 달성이다. 전자는 발등에 떨어진 최대 과제이기는 하나 공을 덜 들인 데 비해 효과가 낮은 편이고 후자는 미래 대비형 전략이다. 초단기와 중장기 두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다 보면 정책 운영의 묘미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균형재정 목표연도를 2013년으로 1년 단축하라는 청와대의 지시는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세에 휘둘리지 말라는 취지이지 이를 금과옥조로 삼아 재정을 경직적으로 운용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내년 예산과 경제운영 계획을 짜는 지금이야말로 절묘한 정책 조합의 지혜가 요구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