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30일 금요일

[사설] 미군 범죄 부추기는 불평등조약 개정 서둘러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9자 사설 '미군 범죄 부추기는 불평등조약 개정 서둘러야'를 퍼왔습니다.
1995년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병사들이 현지 여중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오키나와가 발칵 뒤집히고 일본 여론이 들끓었다. 미국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죄했지만 이후 오키나와 정서는 미군기지 반대로 완전히 돌아섰다. 후텐마 미 해병대 기지 이전문제 갈등의 뿌리도 그 사건과 닿아 있다. 세계가 주목한 그런 미군 강력범죄가 이 땅에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법당국은 미군 범죄자를 제대로 처벌하기는커녕 수사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부당한 현실은 지난 24일 동두천 미군 10대 소녀 성폭행 사건을 통해서도 재확인됐다. 경찰은 범행 사실과 범인을 확인했음에도 당사자의 자진 출석을 미군 당국을 통해 요청했다. 출두한 미군은 범행 사실을 시인하고도 자신의 부대로 돌아갔고,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불구속 의견을 냈다. 그가 한국인이었다면 당장 구속 수감됐을 사건이다.
주한미군 범죄자는 현행범으로 체포당하지 않는 한 우리 경찰이 마음대로 구속 수사할 수 없다. 강력범죄에 한정해서 현행범이 아니어도 미군을 구속할 수 있지만 미군 쪽이 동의해야 한다. 미군은 응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충분히 고려해야 할 사항’일 뿐이다. 거꾸로 미군 당국이 피의자를 자체 구금하겠다고 주장하면 우리 당국은 이를 ‘호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2001년에 개정된 현행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 22조에 그렇게 규정돼 있다. 이번 성폭행 사건 담당 경찰이 검찰에 불구속 의견을 낸 것도 바로 이런 현실 때문이다. 해보나 마나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 본 것이다.
유사 사건들, 심지어 60대 성폭행 같은 입에 담기도 어려운 흉포한 사건들이 이 어이없는 협정 때문에 왜곡 처리되고 있다. 그것이 다시 범죄를 부추긴다. 최근 주한미군 수는 3만8000여명에서 2009년 2만6000여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미군 범죄는 2004년 298건 324명에서 2010년 316건 380명으로 늘었다. 병력 감소를 고려하면 75%나 는 셈이다.
미국은 재빨리 진화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그들의 ‘유감’ ‘사과’와 ‘협조’ 약속으로 이런 고질병이 치유될 리 없다. 숱한 전례들이 그걸 말해준다. 또다시 적당히 얼버무릴 작정이 아니라면 하루빨리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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