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7일 화요일

뒤는 메밀꽃밭, 앞은 바다...부러우면 지는 거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1-09-26자 기사 '뒤는 메밀꽃밭, 앞은 바다...부러우면 지는 거다'를 퍼왔습니다.
전남 장흥 선학동마을... 곧 축제도 열려

▲ 장흥 선학동마을 메밀꽃. 외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꽃으로 피어난 것이다. ⓒ 이돈삼
"큰산 꼭대기 구룡봉에서 바라본 세상은 끝없이 넓었다. 작은 동산 같은 그의 마을 뒷산 너머로 남해의 푸른 바다가 아득히 하늘로 이어져가고, 북으로는 수많은 산들이 부연 연무 속으로 겹겹이 멀어져가고 있었다."

소설가로 이름 높은 고 이청준은 그의 소설 에서 자신의 고향 마을을 이렇게 묘사했다.

실제 마을 앞쪽으로는 회진 앞바다가 펼쳐지고 뒤쪽엔 천관산이 버티고 선 전라남도 장흥군 회진면 선학동 마을이다. 전형적인 한촌인 이 마을이 이청준의 소설 의 배경이다.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의 주된 촬영지이기도 하다.

▲ 선학동마을 가는 길. 영화 '천년학'의 주된 촬영지였다. 전라남도 장흥군 회진면에 속한다. ⓒ 이돈삼
▲ 하얀 메밀꽃. 소금을 뿌려놓은 것 같다. 눈꽃 같기도 하다. ⓒ 이돈삼
영화 은 남남이지만 소리꾼 양아버지에게 맡겨진 의붓남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음속의 연인을 누나라 불러야 했던 고수 동호(조재현 분)가 사랑하는 누이 송화(오정해 분)를 찾아 하염없이 헤매고, 송화는 숙명처럼 소리꾼의 길을 가며 애절한 세월을 살아간다. 그리워하면서 만나지 못 하고, 만나면 말하지 못한 채 다시 떠나는 어긋남이 이어진다.

유랑자처럼 떠도는 영화 속 인물들처럼, 이야기가 시작되고 나아가는 '선학동 주막'은 바닷가에 외따로이 서 있다. 안온하고 고즈넉한 바다와 어우러진 주막은 애초부터 제자리였다는 듯 자연스럽다. 날아가던 학이 쉬어갈 법한 소나무 한 그루 옆에 있다.

이 주막은 동호가 송화를 찾으며 마지막 발길을 했다가 애타게 그리워하던 사람의 소식을 듣게 되는 곳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동호가 북을 치자 어디선가 송화의 소리가 들려와 어우러지며 막혔던 바닷물이 서서히 차오르고, 이내 산그림자 떨어지더니 두 마리 학이 소리 장단에 맞춰 날아오른 곳이다.

▲ 득량만 바다를 앞마당 삼은 선학동마을. 메밀꽃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 이돈삼
▲ 선학동 메밀꽃밭. 한 카메라맨이 앵글을 메밀꽃의 아름다움에 맞추고 있다. ⓒ 이돈삼
영화에서 학이 소리 장단에 맞춰 날아오른 이 마을에 요즘 메밀꽃이 활짝 피었다. 하얀 꽃망울이 흡사 소금을 뿌려놓은 것 같다. 때 아닌 하얀 눈꽃이 내린 것 같기도 하다. 드넓은 구릉에 하얀 메밀꽃이 일렁이며 꽃물결을 이루고 있다.

환한 메밀꽃밭은 또 파란 가을 하늘의 뭉게구름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메밀밭 앞으로 펼쳐진 득량만의 푸른 물결도 경치를 더 돋보이게 한다. '봉평' 부럽지 않은, 그보다도 더 나은 장흥 선학동 마을의 메밀꽃밭이다.

이 마을에 대규모 메밀꽃밭이 조성된 것은 마을주민들의 외지인 배려에서 비롯됐다. 촬영지로 마을이 유명세를 타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나, 주민들은 세트장 외에 마땅히 보여줄 게 없어 늘 미안했었다. 그래서 마을경관도 아름답게 하면서 찾아오는 외지인들에게 보여줄 것이 뭐 없을까 궁리 끝에 나온 것이다.

주민들은 마을 앞 논밭에 유채 씨를 뿌렸다. 유채가 주는 소득은 보조금 약간 뿐. 주민들의 입장에선 많은 손해였지만 모두 감수했다. 관광객들이 넓은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선학동의 매력에 빠져들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군데군데 원두막을 설치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바다와 어우러져 일렁이는 유채꽃밭 풍광이 입소문을 타면서 외지인들의 발길이 부쩍부쩍 늘어난 건 당연지사. 인적이 드문 산골마을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 메밀꽃. 주민들이 외지인들을 위해 농사를 포기하고 심은 것이다. ⓒ 이돈삼
▲ 득량만 바다와 어우러진 선학동 마을의 메밀꽃. 바다와 하늘까지 더 빛나게 만들어 준다. ⓒ 이돈삼
주민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가을 농사도 포기하고 메밀 씨앗을 뿌렸다. 면적이 자그마치 20㏊(6만 평)나 됐다. 향수를 자극하는 토속 농작물인 메밀은 메밀국수의 원료로 쓰일 뿐 아니라 혈압 등 심장과 신장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고, 미용과 비만 예방에도 효능이 탁월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마을이 봄엔 유채꽃으로, 가을엔 메밀꽃으로 온통 물들게 된 것이다. 이쯤 되자 관광객들만 찾아오는 게 아니었다.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인 가 찾아왔고, 드라마 촬영도 여기서 이뤄졌다.

하여, 선학동 마을의 메밀꽃은 그냥 꽃이 아니다. 마을 주민들의 외지인에 대한 배려이며 사랑이고 순박한 마음이다. 메밀꽃밭이 더 아름다운 이유다. 그 마음으로 작은 축제마당도 펼친다. 10월 1일부터 사흘 동안 메밀꽃단지에서 펼쳐질 '2011 선학동 메밀꽃축제'가 그것.

축제는 메밀꽃 사진콘테스트를 비롯 메밀꽃밭에서 보물찾기, 메밀꽃 타입캡슐, 가족 메밀꽃 트래킹 그리고 메밀꽃을 원료로 한 탁본, 손글씨 등 색다른 체험 프로그램으로 준비된다. 인기가수 공연, 노래자랑 등 여흥거리도 마련된다.

▲ 선학동마을과 어우러진 메밀꽃밭. 마을까지 멋스럽게 해준다. ⓒ 이돈삼
▲ 장흥 해양낚시공원. 낚시와 휴식을 같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 이돈삼
선학동 가까운 곳에 가볼 만한 곳도 많다. 회진 앞바다에 있는 해양 낚시공원은 낚시와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부잔교 낚시터와 콘도 낚시터, 육상 낚시터는 물론 낚시교와 파고라, 정자, 전망대, 해안데크 시설을 갖추고 있다. 감성돔과 학꽁치, 숭어, 도다리 등의 손맛을 느껴볼 수 있다. 잔잔한 은빛 바다와 그 위에 펼쳐진 다도해를 조망하기에도 제격이다.

아름드리 편백나무 숲에 있는 억불산 우드랜드도 좋다.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내뿜는 편백나무 숲으로 이뤄져 있어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을 치유하며 휴양을 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편백나무 등 친환경 자재만으로 지은 통나무주택, 황토주택, 한옥 등 생태주택과 편백노천탕, 편백톱밥 찜질방, 편백톱밥 산책로도 조성돼 있다.

▲ 장흥 우드랜드. 편백나무 숲이 어우러진 멋진 숲이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 선학동마을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국도 목포나들목-(2번국도)강진-장흥읍-회진시외버스터미널-회진면사무소-영화 선학동 촬영지(유채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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