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7일 화요일

길거리에 숲? 좋았다 말았군


이글과 사진은 오마이뉴스 2011-09-26자 기사 '길거리에 숲? 좋았다 말았군'를 퍼왔습니다.
[사진노트] 가상현실

▲ 종로5가 가림막의 숲이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면 얼마나 좋을까? 가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실재일까? 여전히 우리는 이데아의 세계를 보지 못하고 동굴 속의 그림자를 실재로 느끼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김민수
▲ 가상현실 가상과 현실의 공존, 그러나 이미 카메라 안으로 들어옴으로 그 둘은 동일한 가상이 되어버리고 만다. 가상의 현실은 늘 이상적이다. 그러나 그 이상적인 현실은 가상의 현실만은 아니다. ⓒ 김민수
▲ 반영 포목점 유리에 반영된 세상, 실재가 없었더라면 반영도 없었을 터이다. 그러나 내가 보고 있는 그것은 실재가 아니다. 담은 것도 실재가 아니다. 내 카메라에 담긴 것은 무엇인가? ⓒ 김민수
▲ 반영 몇 겹의 유리는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낸다. 복제, 나와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또 다른 존재가 있다면 그는 나일까? 나와는 다른 존재일까? ⓒ 김민수
▲ 반영 프레임 안으로 들어온 이들의 모습은 그들의 영혼같아서 쓸쓸해 보일 때가 있다. 영과 육, 단지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 둘로 나뉘어진 것이라면 허허롭기만 할 것 같다. ⓒ 김민수
▲ 그림자 때론 실재보다 허상이 더 강렬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내가 눈으로 본다고 해서 그것이 다 실재하는 것은 아니다. ⓒ 김민수
▲ 반영 저 작은 창문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닐 터이다. 조금만 방향을 바꿔도 전혀 다른 세상을 담아내는 창문, 내가 선 자리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이므로. ⓒ 김민수
▲ 그림자 그림자가 그림자를 먹어버렸다. 저 그림자는 내가 있어 존재하는 것이다. 살아있다는 증거가 그림자이다. 그림자는 또 다른 내가 아니라 그냥 나이다. ⓒ 김민수
▲ 고독 꿈꾸는 세상, 가고 싶은 세상과 격리되어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초상을 본다. 술취한 걸음걸이와 축 저진 어깨가 갈 수 없는 나라 혹은 세상에 대한 체념 같아서 쓸쓸하다. 그날, 더 사진을 담을 수 없었다. 취객의 어깨가 너무 무거워 보였으므로. ⓒ 김민수

사진을 담는다는 행위는 자기를 담는 행위다. 보이는 것, 존재하는 것을 사진은 담지만 사진으로 담기는 순간 현실에서 가상으로 혹은 가상에서 현실로 옮겨진다.

도심의 가림막들은 현실을 그대로 모사해 놓았지만, 그 너머에 있는 현실은 그와 다르다. 그래서 더 적나라하게 현실과 가상의 차이를 느끼게 한다.

가림막과 반영과 그림자와 또다른 현실의 경계가 만나는 순간들을 담았다. 눈에 보이는 대로 혹은 마음에 그리는 대로 담아지질 않는 것이 사진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름다운 풍경과 술취한 중년의 모습이 대비되며 쓸쓸함을 더했다. 그날은 더 사진을 담을 수 없었다. 그를 통해서 나를 보고, 그 사진을 통해서 현대인들의 상실감을 본다.

나만의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이 시대는 얼마나 많은 이들을 절망하게 하는가? 그럴수록 얼마나 많은 장밋빛 그림을 보여주고 있는가? 그 모든 가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얼마나 우리를 다그치며 유혹하고 있는가? 가상현실, 현실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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