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5일 목요일

[사설] 사기성 드러난 경인운하, 이제 어찌할 건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14자 사설 '사기성 드러난 경인운하, 이제 어찌할 건가'를 퍼왔습니다.
경인운하의 경제성 없음이 사업자(수자원공사·수공)의 내부 보고서로 드러났다. 사업 강행의 근거였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08년 12월 수요예측 재보고서(비용 대비 편익이 1.07)를 조목조목 뒤집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보고서가 수공 의뢰로 이미 2009년 나왔던 것이다. 반대되는 보고서를 양손에 쥐고, 하나는 사업 시행의 근거로 삼고, 다른 하나는 손실 보전의 근거로 활용한 수공의 행태가 우선 가증스럽다.
수산개발원의 ‘부두사용료 산정 용역 보고서’를 보면 개발연구원의 물동량 예측은 처음부터 끝까지 엉터리였다. 접근할 가능성이 없는 중고차 화물선을 물동량에 포함시키고, 줄어드는 바닷모래 수요를 터무니없이 늘려잡고, 시설 과잉인 인근 인천·평택·당진항에서의 화물 이전을 전제했으니 당연한 결론이다. 이런 보고서를 접수하고서도 시치미 뗀 수공의 행태는 가히 공기업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다.
누가 내든 경인운하 건설비는 결국 국민 부담이다. 거기서 손실이 발생한다면 역시 국민이 보전해야 한다. 이를 긴급히 조정할 상황인데도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으니, 수공은 도대체 무얼 믿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수공은 앞으로 손실이 예상된다며 최근 정부에 5300억여원이나 청구했다고 한다. 수공은 애초 건설과 운영 모두 자신이 맡아, 국민의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최종적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대한민국 토건족에 있다. 1987년 경인운하 사업의 운을 뗄 때부터 수공과 건설교통부는 한 몸이었다. 당시 수공이 내세운 편익/비용은 무려 2.08이었고, 1996년 건교부는 한술 더 떠 2.2라고 주장했다. 조작과 왜곡 의혹이 끊이지 않자 2002년엔 개발연구원을 압박해 3차례나 조사 보고서를 내도록 해,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2003년 감사원 감사를 통해 무참히 깨졌다. 그 뒤 침묵하던 토건족은 이명박 정권의 등장과 함께 다시 개발연구원을 쥐어짰고 이걸 근거로 사업을 강행했다.
사업비 2조25억여원의 경인운하는 이미 진행률 96%를 넘었다. 이제 와 사업을 중단할 수도, 그렇다고 국민을 우롱하며 제 배만 불린 자들의 적자를 무턱대고 보전해줄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한숨만 쉴 수도 없다. 관련자의 민형사 책임 추궁을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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