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7일 화요일

[사설]커지는 금융불안, 외환보유액 과신 안된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26자 사설 '커지는 금융불안, 외환보유액 과신 안된다'를 퍼왔습니다.
주가가 또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주 말 외환당국의 대대적인 개입으로 급등세가 주춤했던 환율이 어제 다시 달러당 30원 가까이 뛰어 1200원에 바짝 다가섰다. 코스피 지수는 하락폭이 3%에 못 미쳤지만, 코스닥 지수는 9% 가까이 폭락했다. 주말을 고비로 시장불안이 진정되기를 기대했지만 상황은 더 악화하는 양상이다.

유럽 재정위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불안심리를 계속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지난주 말 끝난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서는 유럽 재정위기나 미국 경기침체 등 세계경제의 회복을 위한 국제공조가 논의됐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그리스의 국가부도 선언과 유럽 재정위기 확산의 가능성은 이미 알려진 악재이지만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주식시장의 경우 주가 하락률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크기는 하지만 세계 주요 증시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위안삼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외환시장의 우려는 외화 유동성 경색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구체성을 띠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한국의 국가신용보험료율(CDS프리미엄)이 프랑스보다 더 높아졌다는 보도에다 국내 은행들의 달러 확보에 나서는 움직임이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인 3122억달러에 이르러 ‘위기 대응에 충분한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24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갖고도 위기를 맞았던 ‘학습효과’가 불안 진정에 큰 걸림돌이다. 실제로 외환보유액은 유사시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기 십상이어서 전적으로 의존할 만한 방책이 아니다. 불안의 강도는 구체적으로 높아지고 있는데 정부는 ‘외환보유액 충분’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환율이 달러당 1200원을 넘어설 경우 환차손 우려로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해 외화 유동성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외환당국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민적 불안감이 확산되지 않도록 충분히 설명하라고 지시했지만 설명으로 진정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주요 20개국(G20)이나 IMF 등과의 공조 강화는 물론 미국 등 주요국과의 통화 스와프를 추진하는 등 불안을 진정시킬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시장에 제시해야 한다. 외환보유액만 믿고 있다는 인상이 오히려 불안을 더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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