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8일 수요일

[사설] 문화방송 김재철씨의 경우


이글은 미디어 오늘 2011-09-21자 사설 '문화방송 김재철씨의 경우'를 퍼왔습니다.
문화방송(MBC) 김재철씨. 우리는 그의 이름 뒤에 ‘사장’이라는 직책을 쓸 수 없다. 그가 공영방송의 사장으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마저 지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루 알다시피 김재철씨는 이미 ‘돌발 사표’를 제출하고 다시 그 자리에 앉는 소동을 벌였다. 사표 소동에서 우리는 단순히 그의 인간적 됨됨이만을 본 것이 아니라 그가 공영방송의 사장 자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 연장선에서 나온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문화방송 경영진이 (PD수첩) 제작진을 징계하겠다고 나서면서 김재철씨는 언론계 안팎에서 다시 ‘화제의 인물’로 등장했다. 대법원이 (PD수첩) 제작진에게 무죄판결을 내린 직후에 문화방송 경영진이 뜬금없이 일간지 1면에 사과문을 버젓이 발표해 물의를 빚었기에 그들이 제작진 징계까지 나서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현재 문화방송은 (PD수첩) 프로듀서들을 줄줄이 징계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물론, 김재철씨로서는 얼마든지 ‘명분’이 있을 터다. 비록 대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형사상 명예훼손에 대해서일 뿐 “보도의 주요 내용은 허위라고 판시해 진실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로서 책임을 통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분명히 밝혀두거니와, 우리는 (PD수첩) 제작진이 아무런 흠결 없이 방송을 내보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시 미국산 쇠고기를 조건 없이 전면 수입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매국적 협상에 대해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고 여론을 환기했다는 점에서 (PD수첩)은 의미 있는 탐사보도였다. 

그럼에도 김재철씨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어 제작진을 꼭 징계하겠다면, 한 사람의 방송인으로서 김씨가 먼저 갖춰야 할 덕목은 균형 감각이다. 다시 2008년 (PD수첩)이 방영된 시점으로 돌아가 짚어볼 일이다. (PD수첩)제작진이 포착해 의제로 설정한 ‘미국산 쇠고기의 조건 없는 수입’에 대해 아예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거나 오히려 정부의 매국적 협상에 ‘용비어천가’만 읊어댄 다른 언론사들과 문화방송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켜보았듯이 이명박 정부는 (PD수첩)이 방영되고 촛불시민들이 들고 일어나자 미국산 쇠고기를 아무런 조건 없이 전면 수입하려던 정책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흔히 ‘신문권력’으로 불리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PD수첩) 방송 내용 가운데 극히 일부만을 문제 삼아 제작진이 제기한 본질적 의제까지 모두 허위로 몰아가는 허위적 작태를 서슴지 않았다. 그들의 논리에 이명박 정부가 적극 가세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바로 그 논리에 다름 아닌 문화방송 경영진이 허수아비 춤을 추고 있다. 자신들의 “잘못된 정보가 국민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해 혼란과 갈등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경영진의 사과문은 이명박 정부와 그 ‘나팔수’인 언론들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일 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민주시민들에 대한 모욕이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는 행태를 두고 김재철씨가 청와대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기 위한 술책이라는 분석이 나돌고 있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상황이다. 만일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면, 지금 김재철씨가 할 일은 명백하다. 왜 그런 오해가 빚어져 퍼져가고 있는가를, 자신이 혹시 최소한의 균형 감각조차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냉철하게 따져볼 일이다. 잘못을 깨달았다면 늦었더라도 바로잡기 바란다. 김재철씨가 자중자애할 것을 우리가 새삼 적시해두는 까닭도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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