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6일 금요일

4대강 사업, 더 이상은 차기 정권에 넘겨야


이글은 프레시안 2011-09-16자 기사 '4대강 사업, 더 이상은 차기 정권에 넘겨야'를 퍼왔습니다.
설마 했던 '2차 4대강 삽질'이 기어이 시작될 모양이다. 그야말로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가 되는 것 같다. 지난 7일 광주(光州)에서 열린 지역 발전주간 개막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밝혔다. "지천 사업은 '돈 들여서라도' 내년에 해야 한다"며 "이번 예산에 넣겠다"했다. 이미 20조 원 쯤 소요된다고 이야기가 나왔던 4대강 지천 정비사업 이야기다.

MB는 이날 먼저 '4대강의 성공'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했다. "다음 달이면 새롭게 탄생한 4대강을 볼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도 했다. 물론 그 동안에도 MB는 기회 있을 때마다 4대강 사업을 '대단한 계획'으로 자신 있게 소개했다.취임 직후인 2008년 3월 물의 날 기념 축사에서는 "홍수를 근원적으로 막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출전을 앞둔 운동선수 같은 결의를 보였다.

2009년 9월 29일 UN총회에서도 그는 "4대강 사업은 반복적 재해 복구 사업에서 탈피해, 이수 ㆍ 치수 ㆍ 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미래 대비 물 관리 사업"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렇게 '훌륭한' 4대강 사업이 이제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에서, 한두 푼도 아닌 20조 원 이나 되는 엄청난 돈을, 왜 또 쏟아 부어 지천 정비사업을 벌여야 하는지, MB는 광주에서 그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그 날 MB는 '홍수예방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엉망으로 망가져 있기만 한' 지금의 4대강 상태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지천 정비사업은 꼭 필요한 것으로 강조했다. 사실 자기들끼리는 벌써 그 이유를 다 알고 있었다. 국토해양부장관은 이달 초 당정협의에서 4대강 지천 정비가 필요하다며 '사업이 완벽히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예산편성 등에서 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한나라당 소속의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달 30일 "정기국회 예산작업을 시작할 때 '국가의 재난대책수립차원에서' 지천 지류에 대한 예산을 세워야한다"고 말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미 수십조 원(정확히 얼마인지도 모른다)이나 들였는데도, 4대강 사업은 아직도 '마무리가 안 되고' 따라서 '재난 대책을 추가로 수립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홍수 등 재난을 근원적으로 막고', '미래를 대비하는 물 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20조 원을 더 들여서라도 지천을 정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4대강 사업은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실패한 사업'이라는 이야기다 '복지 포퓰리즘 망국론'을 외치면서까지 다른 데 쓸 돈 못 쓰게 하고, 국민들 허리띠 졸라매며 세금 '쏟아 부은 게 4대강 사업이고 MB정권이었다. 그 사업이 실패했다는 소리다.

결론적으로 4대강 사업은 국민들 혈세 쥐어짜다가 헛돈질 한 '강 파괴사업'이 되었다. 일부 부동산에서 덕 본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아무리 따져 봐도 자전거길 정도 빼 놓고는 그 사업 통해 이뤄낸 게 없다. 국가 경제적으로도 손실이라는 결론은 이미 나 있다. 오히려 강 철저히 할퀴면서, 다리 무너지고 둑 허물어지는 사고만 불렀다. 기약도 없이 계속해 수습비용만 들어가는, '안 했어야 하는' 사업이었다. 그것을 이번에 MB가 사실상 자기 입으로 실토한 셈이다.



ⓒ프레시안(최형락)

그래놓고도 MB는 광주에서 "서울에서 낙동강까지 푸른 강을 따라 달리는 1600km자전거길은 세계인이 찾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큰 소리쳤다. 물론 4대강 사업은 자전거길 내는관광사업이 아니었다. 자전거길 내기위해 그 많은 돈 퍼부은 사업이 아니었다. '빚내 굿판 벌였더니 맏며느리 춤춘다'는 속담이 있다. 빚 얻어 굿하는 안타까운 사정도 잊은 채 춤이나 추는 철없는 맏며느리를 탓하는 말이다. MB는 다음 달 '4대강 준공행사'에서 실제로 그렇게 '맏며느리처럼' 춤을 출 지도 모른다.

배를 띄우겠다는 일념으로 수심 6m 만들기 위해 보를 세우고, 계속해서 끝도 없이 강바닥 긁어내는 시스템이 구축된 게 지금의 4대강 사업이다. 때문에 MB측은 4대강 본류의 모래를 긁어낸 강바닥에 또 지천의 모래가 흘러와 쌓여, 물 깊이가 얕아지는 것을 원천봉쇄함으로써, 어떻게 해서든지 수심 6m의 뱃길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천이 4대강 본류와 만나는 지점과, 지천의 중간 중간에 소규모 보를 건설해, 더 이상 본류로 모래가 흘러드는 것을 차단하는 게 MB정권이 구상하는 지천 정비사업의 주된 개념인 것으로 알려졌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던 사람들도 당초 4대강 본류보다 지천의 정비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다. 홍수는 4대강 본류보다 지천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으므로, 지천의 홍수를다스리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이를 위해 지천에 저류지와 습지 등을 만들어 물의 흐름을 조절 ㆍ 순화시키고, 제방보강 등을 통해 물난리를 막는다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본류공사가 먼저라며 삽질을 강행했다. 지천에는 배를 띄울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본류 공사만 하면 홍수 예방이니 뭐니 다 될 듯이 말하던 정부가 이제 지천 정비사업의 목적을 뭐라 둘러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짚어야 할 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부가 추진코자 하는 지천 정비사업에는 물론 홍수예방의 목적도 있다. 허나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은폐해 보려는 속셈이다. 실패를 서둘러 뒷수습함으로써 뒤틀려 있는 사태를 합리화 해 보려는 미봉책이다.

"속셈이야 어찌 됐건 홍수예방도 목적이라면 지천정비는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 할 수도 있다.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할 건 해야 한다 치더라도 거기에는 방법이 있고 거쳐야 할 순서가 있다. 목적에 따라 사업내용과 추진기간과 결과물에서 엄청난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지금 MB는 마음이 급하다. "내년에 해야 한다"고 했다. 임기 내에 예산을 들여 빨리 끝내겠다는 이야기다. 사태를 호도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결과물이다. MB가 아무리 사태가 급하다 해도 결과물 때문에라도 이번만큼은 참아줘야 한다. 급한 마음에 그렇게 사업을 졸속으로 계획하고 허겁지겁 추진한다면, 엉망이 된 부실 결과물이 또 우리 앞에 나타날 게 틀림없다. MB에게는 더구나, 어처구니없게도 예비 타당성 조사조차도 거치지 않은 채 서둘러 사업을 시작했다가, 이 모양 이 꼴의 4대강 사업을 만들어낸 '전과'까지 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 같은 '상습 일탈' 행위를 이번에도 국민들이 용납하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선 4대강으로 흘러드는 수많은 지천마다에는 수원(水源)의 사정이 다르고 수량이 다르고 유역의 사정이 다른, 나름대로의 특성이 다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들 개개의 지천을 놓고 치밀한 현장조사와 다음 세대까지를 염두 에 두는 신중한 고민과 토론과 연구가 사전에 이어져야 한다. 주민과 생태학자와 건설관계자와 공무원 등이 모두 시간을 갖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적어도 그것은 자연에 손을 대고자 할 때 인간들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그것을 MB는 1년 안에 끝내겠다는 '천만의 말씀'을 하고 있다. 공무원들과 '특별히 선발된' 몇몇 삽질 업자들이 모여서 군대 줄 세우 듯 단일 모델의 정비계획 만들고, 조립주택 짜 맞추듯이 뚝딱 해치울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될 일이 아니다. 지난 7월 큰 비가 내렸을 때, 경기도 파주에서는 특별 배정 예산을 들인 설마천의 정비사업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설마천은 범람했다.

엉뚱한 곳에서 그랬다. 범람 위험이 있다고 보고 정비 중이던 지역보다 훨씬 상류에서 하천물이 둑을 넘었다. 말하자면 거의 헛 군데에 헛 돈 쓴, 헛 삽질을 한 것이었다. 충분한 사전조사나 연구 ㆍ 고민 ㆍ 논의 없이 일을 벌인다면, MB의 지천정비도 헛 돈 들이는 헛 삽질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걸 1년 안에 해치우겠다는 '어림없는' 생각은 일찌감치 거둬들이는 게 도리다. 게다가 20조 원은 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요즘, 보통 큰 돈인가. 5000만 국민이 1인당 40만 원씩, 5인 가족이 200만 원씩 부담해야 하는 엄청난 액수다.

이런 게 다 4대강사업이라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연쇄적으로 잘못 빚어지는 사태다. 2중으로 떼돈만 쏟아 부어야 하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세계적인 하천학자인 독일의 베른하르트교수는 독일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자연에 손을 대는 일에는 "한 번 미친 짓 하면 계속 미친 짓 하게 된다"고 했다.

4대강을 놓고 볼 때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배 띄울 생각 포기하고 강을 원상회복 시키는 것이다. MB가 그런 선택을 할 리도 없지만, 설사 그런 선택을 한다 치더라도, 그가 손을 대게 해서는 안 된다. 원상회복이건 지천정비건 차기 정권에 넘기는 게 순리다. MB가 서툰 삽질로 더 이상 이 나라 이 땅을 헤집게 해서는 안 된다.


/오홍근 칼럼니스트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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