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0일 화요일

[사설] ‘용역 폭력’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0자 사설 ' ‘용역 폭력’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를 퍼왔습니다.
용역·경비업체에 속한 용역들의 폭력이 도를 넘고 있다. 재개발과 노사갈등 현장은 물론이고 각종 시위·농성장 등에서까지 무차별 폭력을 휘둘러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다. 이런 폭력으로 철거민과 농성자들이 강제철거와 해산, 부상 등의 커다란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제대로 된 단속과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용역 폭력은 사회적 갈등이 빚어지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목격될 만큼 일상화한 상태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 그대로다. 지난 6월 ‘희망버스’가 시작된 이래 부산 한진중공업에선 용역들이 나타나 충돌이 빚어졌고, 지난달 3일엔 서울 명동 3구역 재개발 예정지 ‘카페 마리’ 농성장에 용역들이 투입됐다. 급기야는 구청 등 관공서마저 사설 용역을 동원하는 추세다. 서울 강남구청의 의뢰를 받은 용역업체 직원들이 지난달 12일 서울 ‘포이동 재건마을’에서 화재로 집을 잃은 주민들의 임시 주거 건물을 부순 것이 대표적이다.
용역 폭력이 이처럼 기승을 부리는 것은 현행 경비업법의 용역 관련 제한 규정이 워낙 느슨한데다, 경찰 등 공권력이 사실상 단속에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와 계약을 맺은 원청업체는 규모가 작은 용역업체들에 제2, 제3의 다단계 하청을 준다. 맨 아래쪽에 있는 영세 용역업체는 임시직 등을 고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폭력 사태가 발생해도 그 책임이 아래쪽으로 전가되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사용자와 용역업체 모두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폭력의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다른 한편에서 경찰·검찰의 수수방관적 태도는 용역 폭력을 사실상 부채질하고 있다. 용역들의 폭력 행사를 적극적으로 제재하지 않고, 사후 처벌에도 소극적이다. 장세환 민주당 의원이 각 지방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파업·철거 현장에서 경찰 수사를 받은 사람 가운데 노동자·철거민은 43명이 구속됐지만 용역 관계자는 단 한 명도 구속되지 않았다.
용역 폭력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폭력 전과자나 미성년자 등의 용역업체 취업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경비업체가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히면 시설주도 배상하도록 해야 한다. 현장에서 용역의 불법 폭력행위가 빚어질 경우 경찰의 경찰권 집행을 의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마침 이런 내용을 담은 경비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정치권은 이 법안의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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