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4일 토요일

[사설] 탈원전 흐름에 역행하는 이 대통령의 원전 옹호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3자 사설 '탈원전 흐름에 역행하는 이 대통령의 원전 옹호'를 퍼왔습니다.
미국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의 활용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엊그제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원자력안전 고위급회의 기조연설에서 “기술적 경제적으로 대체에너지만으로는 전세계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와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원자력을 포기할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재앙을 외면하고 국제적인 탈원전의 흐름에 역행하는 위험한 주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원전을 전략 수출산업으로 지정하고 앞으로 20년간 80기를 수출해 세계 원전시장의 20%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대통령은 이를 염두에 두고 산업적인 관점에서 안전성만 높이면 원전이 중심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듯하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문제없다는 듯 원전에 집착하는 모습은 국격을 손상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안전과 생명에 치명적인 재앙을 초래하는 원전을 확대하는 것이 정도일 수 없기 때문이다. 도쿄에 사람이 살지 않는 정경이 떠올라 등골이 오싹했다는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의 경고를 새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후쿠시마에서는 원전 반경 30㎞ 주민 12만명이 돌아올 수 없는 피난생활을 하고 있으며 인근 토양은 물론 물과 바다, 바닷속 토양까지 오염이 확대되고 있다. 방사성 세슘 유출량이 1945년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168배에 이르며 바다는 800㎞ 밖까지 오염됐다. 사고 여파로 100만명이 숨지고 재건에 330조원이 들 것이란 추정도 있다.
원전은 시스템도 복잡하고 부품도 너무 많다. 안전하다고 해도 어디서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른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에서 원전 고장으로 인한 정지 건수만 91건에 이른다. 특히 노후 원전의 사고 위험이 높은데 우리는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을 연장 가동하고 있다. 다음 원전 사고 발생지는 후쿠시마 이후에도 정책 변화가 없는 한국과 미국, 프랑스, 캐나다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도 나오고 있다.
다음달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발족하는데 신임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원전 확대에 앞장서온 인물들이 내정됐다고 한다. 에너지 정책의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업계의 이해에 따라 춤추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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