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3일 금요일

[사설]김두우에 신재민까지… 측근비리 끝은 어딘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23자 사설 '김두우에 신재민까지… 측근비리 끝은 어딘가'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철도차량과 선박 기자재를 제조하는 SLS그룹의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수십억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충격적이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SLS의 문제를 풀어주겠다’는 등의 명목으로 현금·법인카드·차량 등의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것도 그렇거니와, 명절 때는 물론 매달 외상값 받아가듯이 돈을 챙겨갔다는 것도 전례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그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캠프인) 안국포럼에 급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가져간 돈만 10억원에 이른다는 주장은 현 정권 전체의 도덕성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신 전 차관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며 부인하고 있지만 의혹을 폭로한 이 회장의 증언이 구체적인 데다 상품권 구매 영수증 등 증거자료도 제시하고 있어 사실일 개연성이 높다고 본다. 

문제는 대통령 측근비리가 과연 신 전 차관에 국한된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의 비리의혹이 제기되기 직전 역시 이 대통령의 측근이랄 수 있는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도 부산저축은행 비리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돼 사법처리를 앞두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도 그렇지만 이번 경우에도 적지 않은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함께 오르내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측근비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인 셈이다. 아울러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이나 공적 헌신성보다는 ‘일만 잘하면 된다’는 이 대통령 특유의 인사철학이 결국 일은 일대로 망치고, 정권의 도덕성까지 붕괴시키고 있는 작금의 사태를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자업자득의 측면도 없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신 전 차관은 물론이거니와 이 회장에게 ‘어려움에 빠져 있는 회사를 구해주겠다’며 수십억원을 챙겼다는 또 다른 정권 실세들에 대해서도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명실상부한 대통령 측근들의 행태가 구체적으로 적시되고 있는 데다 비리의혹의 내용이나 전개과정 등도 전형적인 권력형 게이트 양상을 띠고 있는 만큼 모든 수사역량을 동원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이들이 SLS그룹의 구명을 위해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영향력을 행사했는데도 그룹 계열사들이 대부분 매각되거나 파산한 경위는 무엇인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만에 하나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의식해 ‘꼬리자르기 수사’로 사건을 종결한다면 그것은 검찰 스스로 죽는 길이다. 

청와대도 검찰 수사를 방해하거나, 외압을 행사하려는 유혹을 떨쳐야 한다. 특히 이 대통령은 자신의 ‘일 잘하는 측근’들이 줄줄이 비리에 연루됐거나, 연루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통렬하게 반성하면서 전면적 국정쇄신으로 현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에 대한 도리이자 이미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레임덕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번 일과 별개로 우리는 언론인의 도덕성이라는 측면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중앙일간지 기자를 지낸 신 전 차관은 재직 당시에 SLS그룹 홍보기사를 실어준 대가로 30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사이비 기자’ 행태이자 언론 전체에 수치심을 안기는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입만 열면 사회 정의와 공동선을 부르짖는 언론인 모두 ‘제2의 신재민’이 될 가능성을 늘 경계하면서 몸가짐을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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