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4일 토요일

[사설]위장전입·병역기피 불감증 사회로 가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23자 사설 '위장전입·병역기피 불감증 사회로 가나'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할 때부터 도덕성이나 공인의식, 공적 헌신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통령부터 장관에 이르기까지 상습적 위장전입과 악성 부동산 투기, 석연찮은 병역면제 등과 관련이 없는 경우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위장전입·병역면제·투기·탈세가 이명박 정권 고위 공직자들의 ‘4대 필수과목’이라거나, ‘필수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사람은 무능력자이기 때문에 중용하지 않는다’는 세간의 비아냥은 바로 이를 겨냥한 것이다. 

그런데 고위 공직자들의 이러한 ‘도덕성·준법 불감증’이 일반인에게도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장전입과 병역기피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크게 늘어났다는 통계가 나온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규식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민등록법 위반자는 2006년 180명에서 2010년 422명으로 2.5배 늘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위장전입으로 적발된 경우는 2006년 29명에서 2010년 101명으로 3.5배 증가했다. 병역기피 급증 사례도 우려할 만하다. 병무청이 민주당 안규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징병검사 또는 입영을 기피한 ‘무단기피’가 2008년 231명에서 2010년 426명으로 84.4% 증가한 것으로 돼 있다. 또 국적 변경을 통해 병역이 면제된 경우도 2008년 2750명에서 2010년 4174명으로 51.7% 늘었다.

위장전입과 병역기피가 늘어난 원인은 집권층 고위인사들이 온갖 의혹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일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른바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가 사회 전반의 도덕 불감증을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자칫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의 의무가 ‘윗물이 흐린데 나 혼자 맑을 필요가 뭐 있느냐’는 냉소주의로 인해 소홀히 여겨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윗물이 흐리다고 아랫물까지 함께 혼탁해져서는 국가 공동체가 제대로 유지될 수 없다. 다만 국민들을 향해 의무 이행을 강조하거나, 국가를 이끌어갈 수 있는 지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고위 공직자들 자신이 최소한의 도덕성을 갖춰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 담당세력이나 고위공직자들에게는 도덕성도 하나의 능력이다. 현 정권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으니 일만 잘하면 된다’며 공직자의 도덕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지만 ‘도덕성 없이는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그들 스스로가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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