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9일 목요일

[사설] 국회, 약사보다 국민 불신 두려워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28자 사설 '국회, 약사보다 국민 불신 두려워해야'를 퍼왔습니다.
그제 편의점 등 약국 외에서도 안전성이 검증된 의약품을 팔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곧 국회에 이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지만,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이 법안에 강하게 반발하는 약사회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찬성하는 법안을 국회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거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의 편익을 높일 뿐 아니라 정치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차원에서라도 약사법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24명을 대상으로 한 중앙일보 조사에 따르면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 2명, 반대 9명, 유보 13명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사정이 그렇다면 약사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 통과는 고사하고 상정조차 될지도 불투명하다. 이런 조짐은 앞서 국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드러났다. 상당수 의원이 약사법 개정을 추진하는 복지부를 성토하고 나선 것이다. 여야 구분이 없었다. 특히 한나라당은 홍준표 대표까지 “감기약에 마약 성분이 들어 있고, 특정 해열진통제에는 간을 손상시키는 독성이 있어 약사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국회는 약사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유로 한결같이 약의 오·남용이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을 꼽고 있다. 국회가 정말 국민의 건강을 위해 반대한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국회의 반대 논리는 국민의 편익보다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약사회의 주장과 똑같다. 약사법 개정안이 일부 가정상비약을 약국 외에서 팔 수 있게 하되, 안전 장치를 충분히 마련해 놓고 있음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차라리 약사회의 압력이 두려워 개정안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다면 용납은 못해도 솔직하다는 소리는 들을 수 있을 터다.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는 이미 일반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국회의 약사법 개정안 반대 논리는 이들 나라가 자국 국민의 건강을 도외시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무리 따져봐도 국회가 약사법 개정안을 반대할 만한 명분은 찾을 수 없다. 시민단체들은 약사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의원에 대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벌일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국회는 약사회보다 국민의 정치적 심판이 더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국회가 정신을 차리고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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