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2일 목요일

[사설]PD수첩 징계, 외압 또는 알아서 기기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21자 사설 'PD수첩 징계, 외압 또는 알아서 기기'를 퍼왔습니다.
MBC가 「PD수첩」 광우병편 제작진 5명에 대해 정직 3개월에서 감봉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아무리 보아도 이 징계는 언론사로서 최소한의 논리도 염치도 없이 벌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측이 밝힌 징계사유는 회사 명예실추였다. 구체적으로 「PD수첩」 내용 일부가 허위로 판명되고 정정보도까지 이뤄졌다면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이 내세운 징계 논리는 우선 왜곡과 비약투성이란 점에서 설득력을 잃었다. 

첫째, 이달 초 대법원은 판결에서 “보도 내용 중 일부가 허위사실에 해당하지만 보도가 국민 먹거리와 정부정책에 관한 여론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직후 MBC가 낸 사과문은 “대법원이 명예훼손은 무죄판결을 내렸지만 보도의 주요내용이 허위라고 판시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돼 있다. 판결문 어디에도 없는 사실을 왜곡한 뒤 징계 불가피론을 강변하고 있다. 둘째, 징계사유에 우스꽝스러운 순환논리를 끌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사과했으니 책임져야 하고 따라서 징계해야 한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PD수첩」 판결은 어디까지나 제작진의 승리였고 따라서 사과할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회사 측은 일방적으로 사과방송을 해놓고는 그것을 근거로 MBC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징계의 칼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셋째는 형평성의 문제다. MBC 50년 역사상 방송 내용의 일부 오류로 중징계를 받은 예가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008년 에 대해 시청자 사과결정을 한 것도 징계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심의위 결정에 대한 재심신청 요구를 거부했다. 2008년 미디어법을 비판한 의 경우는 심의위의 사과명령을 받았으나 사측이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이 때문에 「PD수첩」 광우병편만큼은 권력이 괘씸하다고 봤으므로 죄가 되는 것인가라고 묻게 된다. 

이번 제작진에 대한 징계가 정권 차원의 외압 탓인지, 일찍이 좌파 간부들을 청소한 것으로 알려진 김재철 MBC 사장이 알아서 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이것이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끊임없이 공영방송 장악을 획책해 온 정권과 그들과의 교감 속에 움직이는 충직한 하수인을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방송이 정권과의 밀월을 넘어 스스로 정권에 굴종하고 상납하는 행위를 자행하는 상황에서 공정방송은 질식하고 민주주의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