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9일 목요일

4대강 모델, 라인강은 어떻게 '죽음의 강' 벗어났나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1-09-28자 기사 '4대강 모델, 라인강은 어떻게 '죽음의 강' 벗어났나'를 퍼왔습니다.
4대강 모델, 라인강은 어떻게 '죽음의 강' 벗어났나
[해외리포트] 25년 전 산도스 화학공장 화재, 그리고 라인강의 교훈
한귀용(ariguiyong)

지구촌 시대라 하지만 남과 북의 철조망에 익숙한 내게 유럽의 국경은 '어~ 이게 국경?' 하는 순간 넘어가버리는 존재다. 별 통제 없이 이렇게 우습게 남의 나라로 갈 수 있나 싶다.
이렇게 어려움 없이 국경을 넘을 수 있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자연 재앙 역시 국가와 상관없이 발생지 주변의 모든 이에게 위협이 된다. 이런 '자연 재앙의 지구촌화'에 독일 산업화의 큰 줄기를 이루는 라인강이 크게 위협받았던 적이 있다.
스위스 바젤은 독일과 국경이 맞닿아 있으며, 독일과 네덜란드를 통해 대서양으로 흘러나가는 라인강의 상류에 자리잡은 도시다. 1986년 11월 1일, 이곳 산도스 화학공장의 저장 창고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출동한 소방차들은 불을 끄기 위해 엄청난 양의 소화액을 부어댔다. 화재로 유출된 수은, 솔벤트 등의 화학약품과 진화에 사용된 소화액 30~40여 톤이 라인강으로 그대로 흘러들어가면서 엄청난 환경 재앙이 발생했다.


▲ 산도스 화재 이후 오염된 강에서 죽은 장어들을 그물로 떠내고 있다. ⓒ Swissinfo.ch
라인강으로 유입된 독성 물질은 강 상류 400여 킬로미터를 완전히 죽음의 강으로 만들었다. 강물은 순식간에 벌건 핏물로 변했고, 라인강에 서식하던 900여 종의 물고기와 어패류가 떼죽음을 당했다. 또 강 주위를 날아다니던 수많은 조류 역시 떼죽음을 당해 강 위를 떠다니거나, 강 주위에 떨어진 상태로 발견됐다. 화학공장 단 한 곳의 화재가 거대한 라인강을 순식간에 죽음의 강으로 만든 것이다.
재앙은 동식물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를 흐르는 라인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라인강 주변의 수많은 도시의 시민들은 한동안 라인강 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없었다.
핏물로 붉게 변한 라인강과 수많은 동식물의 죽음은 독일 시민들에게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화재 후 수많은 매체를 통해 이뤄진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의 토론 및 TV 토론장에 죽은 물고기와 새떼를 양동이에 담아와 던지며 항의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독일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환경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이끌어냈다.
산도스 화재 1주일 후 1만 명의 바젤 시민들이 인간 사슬을 만들면서 시작된 시위는 라인강의 수많은 다리에 인간 사슬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것은 독일 정부가 "라인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정하는 주요 동기로 작용한다.
산도스 화학공장 화재... '죽음의 강'으로 변했던 라인강

▲ 라인강 수질 측정소에서는 이 같은 강물 채취 기구를 통해 실시간으로 강물 오염도를 측정해서 오염물질이 강으로 유입되면 즉각 경보를 하도록 한다. ⓒ Rheinguetesstation 웹사이트
독일 연방정부의 수자원과 최고 담당자인 웬텐부르크 헬게 박사는 산도스 화재 이후 변한 수자원 관리 정책이 "첫째는 공업과 농·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자연(강물)에 유입되는 것을 철저히 방지하는 것, 둘째는 '자연 생태'를 복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기자에게 강조했다.
첫 번째 오염 방지 정책은 화재나 홍수 때 오염물질이 그대로 강물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공장은 물론 주유소까지 이중의 오염물질 저장 처리 시설을 설비하게 하는 '건물 허가제'로 구체화되었다. 또한 오염물질의 양만이 아니라 질에 따라 더 많은 하수 처리 비용을 내게 하는 사용자 부담 제도를 정착시켰다.
'자연적 생태'를 복원하는 두 번째 정책은 오염 방지와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현재 진행 중이다. 독일 정부가 추구하는 '자연 생태'에 대한 보충 설명을 요구하는 질문에 웬텐부르크 박사는 "인공적으로 자연을 만들거나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생태 환경 조건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산업화 이전에는 연어가 바다에서 라인강으로 돌아와 거침없이 강물을 타고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는데, 산업화 시기에 많은 공장이 라인강 줄기를 따라 자리 잡으면서 강이 오염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60~1970년대 라인강은 거품이 둥둥 떠다니는 오염된 강이었고, 물류를 위해 많은 선박들이 오가면서 연어를 비롯한 많은 생물종이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상류지역에 제한되어 있지만 당시 건설된 라인강 운하 역시 물고기들의 이동과 자연적 생존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웬텐부르크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희망을 내비쳤다. 

"어떻게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식수를 확보하고 물류 운송, 전력 생산 등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독일 수자원 정책의 화두다. 많은 배들이 물자 운송을 위해 라인강을 오가고 있지만, 2021년까지 라인강 전역에 연어를 비롯한 물고기들이 아무런 어려움 없이 헤엄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벌써 라인강의 몇몇 구역에서 연어가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한국에서 진행 중인 4대강 사업이 라인강을 모델로 한 것이라는 기자의 설명에 웬텐부르크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2002년에 한국을 방문했다. 독일에서는 홍수 방지 댐이나 운하 건설이 오히려 홍수를 더 심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조사가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인공적 건설이 어느 정도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독일도 그랬지만, 자연을 인공적으로 지배하려 하는 것은 더 많은 문제점과 경제적 비효율성을 불러온다." 웬텐부르크 박사는 라인강의 '자연 생태'를 복원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훨씬 효율이 높다고 강조했다.
산도스 화재에서 독일이 배운 점은 무엇일까. 웬텐부르크 박사는 "한번 훼손되거나 오염된 자연을 원상 복구하는 것이 정말 어렵고 많은 비용과 부단한 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자연을 오염하고 훼손시키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인 멍청한 짓'이라는 것을 다행히 독일이 깨달은 것이라고 말했다.

▲ 독일 연방정부 수자원과 최고 담당자인 웬텐부르크 헬게 박사. ⓒ www. Bde-berlin.org

거품 둥둥 떠다니던 라인강에 연어가 돌아왔다
산도스 화재가 일어난 지 25년이 지났다. 그동안 독일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엄청난 노력을 했다. 그 결과, 이제 겨우 강물에서 많은 중화학 성분을 제거하고 수질을 국제기준 2등급으로 복구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자연 생태'를 복원하려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진정으로 독일 라인강을 모델로 삼았다면 수많은 물고기와 조류가 서식지를 잃고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비롯한 강의 주인들이 '자연 생태' 상태에서 편안히 살아가게 하는 것이 모델을 제대로 따라가는 게 아닐까? 라인강 주변 퀼른이 고향이라는 슈엘 클링엔씨는 15년 만에 다시 찾은 라인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자랄 때 라인강은 필름을 담그면 인화가 될 것 같은 화학물질 덩어리였다. 그런데 이젠 연어가 돌아올 수 있는 강이 되었으니, 산도스 화재가 무서운 재앙이었지만 독일엔 좋은 교훈이 된 셈이다."
2011.09.28 19:18 ⓒ 2011 OhmyNews
원문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33221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