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3일 금요일

[사설] 금융시장 불안, 최악의 상황 가정해 대비해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2자 사설 '금융시장 불안, 최악의 상황 가정해 대비해야, 신재민 전 차관뿐인가'를 퍼왔습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환율이 다시 급등하고 주가가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 불안이 안전자산인 달러화 선호에 따른 수급상의 문제에 그친다면 그나마 큰 충격은 피할 수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국내에 들어와 있는 유럽계 자금의 대량 유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다.
유럽 금융기관은 지난달에만 3조5000억원을 빼나갔다. 위기가 확산되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손절매를 해서라도 투자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막대한 규모의 구제금융도 미봉책에 불과한 실정이다. 유로존은 선천적인 질병을 앓고 있으며 관리는 할 수 있어도 완치는 불가능하다는 진단까지 나오는 판이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의 공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위기는 과거와 달리 구조적이고 복합적이어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어렵고 방안을 찾는다 해도 시간이 꽤 걸린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 연준도 전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을 포함해 경제전망의 하방 리스크가 상당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사태의 근본 원인이 치유되지 않는 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언제든 요동칠 수 있고, 외환위기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 초래될 위험 또한 상존하기 때문이다.
경제사정이 예상보다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제 전망치를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유럽계 자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환율 불안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정책대응의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달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결과, 금융위기가 현실화해 국내 외화자산의 30%를 차지하는 유럽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 외화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단기외채 비중은 줄고 외환보유액은 늘었다고 하지만 외채 구조의 건전성을 꾸준히 높여야 할 것이다.
환율 급등으로 물가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추석 이후 물가 안정을 기대했는데 서민들의 살림이 더욱 팍팍해지게 됐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중인 가계부채도 큰 짐일 뿐 아니라 외국인들의 경계심을 확산시키는 요인이라고 한다. 물가 안정과 가계부채 축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