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2일 목요일

[사설] 곽 교육감 기소, 그래도 ‘학교 혁신’은 지속돼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2자 사설 '곽 교육감 기소, 그래도 ‘학교 혁신’은 지속돼야'를 퍼왔습니다.
구속기소된 곽노현 교육감의 직무정지로 서울의 교육행정이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혐의가 확정되고 도주 우려가 없는데다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피고의 방어권 보장보다 교육행정의 파행을 강요한 사법당국의 선택도 유감스럽다. 그러나 당장 중요한 일은 대행 체제의 어려움을 딛고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 먼저 필요한 것은 지난 선거에서 확인된 시민의 선택을 돌아보는 일이다. 당시 곽 후보는 현직 교수라는 점 말고는 내세울 만한 교육 경력이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그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공정택 전 교육감과 이 정부가 밀어붙인 경쟁교육에 넌더리가 났고, 곽 후보와 함께 시민사회가 제시한 경쟁교육 혁파, 교육복지 확충, 학교 혁신 등의 공약을 선호했던 것이다. 개인에 대한 선호가 끼어들 틈은 별로 없었다. 이런 시민의 뜻과 요청은 곽 교육감의 거취와 무관하게 존중되고,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
무상급식 등 교육복지 확충은 지난번 서울시 주민투표에서 다시 한번 확고히 드러났다. 이 사안까지 흔들 만큼 정부가 무모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학교 선택제 등 경쟁교육 혁파,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학교 생활교육의 혁신이다. 이미 교육과학기술부가 딴죽을 걸고, 권위주의와 시장지상주의 추종자들이 막아서고 있는 정책들이다. 특히 이들은 권한대행인 부교육감이 교과부 파견 공무원이라는 점을 악용할 소지가 많다. 그러나 직무를 시작한 이상, 권한대행은 선출직에 준하는 책임과 권한을 갖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경쟁교육의 병폐는 너무 심각하다. 고교 선택제만 해도 2년 만에 학교를 양극단으로 나눠버렸다. 중학 성적 상위 10% 학생의 수가 고교에 따라 최고 7배까지 벌어졌다. 방치했다가는 빈곤지역 학교는 교육적 파산을 피하기 어렵다. 선택과 배제로 말미암은 사회적 문제는 다음이다. 인권조례는 민주적이고 다양화된 사회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하고 책임지는 자율적 인간을 육성하는 발판이다. 경쟁보다는 협동, 자기주도학습 능력, 창의성과 적성 계발 등을 위한 혁신학교 실험도 포기할 수 없다. 교육청은 시민의 뜻인 이들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정부도 지원은 않더라도 훼방을 놓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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