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0일 화요일

[사설]‘친자본 반노동’ 보도에 경종 울린 콜트악기 판결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19자 사설 '‘친자본 반노동’ 보도에 경종 울린 콜트악기 판결'을 퍼왔습니다.
대법원이 최근 금속노조 인천지부 콜트악기 지회가 동아일보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동아일보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어제 밝혀졌다. 대법원은 “콜트악기의 폐업에는 원고의 파업으로 압축해서 표현하고 있는 노사문제뿐만 아니라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이라는 경영상의 판단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이는데도 콜트악기의 폐업이 순전히 노조의 잦은 파업 때문이라는 기사는 허위라고 보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어제 동아일보는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 콜트악기 노조에 씌워진 “파업으로 회사를 망하게 했다”는 누명을 3년 만에 벗긴 의미있는 판결이다. 

2008년 8월2일 동아일보가 게재한 ‘7년 파업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사실을 무시한 전형적인 ‘친자본 반노동’ 기사였다. 당시 자료를 보면 콜트악기는 2007년 기준 매출이 1500억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통기타 제조업체였다. 비록 콜트악기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리해고와 국내 공장 폐업까지 할 상황은 아니었다. 전체 매출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3.5%였다. 2006년 8억5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익잉여금이 67억여원, 인건비는 한 해 4억8000여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기사는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성이 떨어져 수출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자 해외 바이어들이 고개를 돌렸다”는 등의 표현으로 폐업의 책임을 노조에 떠넘겼다. “노조의 강경 투쟁 때문에 직원 120여명이 평생직장을 잃고 거리로 나앉게 됐다”는 회사 측 말은 인용하면서도 노조 측 반론은 쓰지 않았다. 법원도 “경영상태에 대한 자료들만이라도 객관적으로 인용했더라면 이 기사에 나타난 오류는 쉽게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는데, 처음부터 노조를 비판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는 결과라는 취지라 할 수 있다. 

일부 언론은 지금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없는 정리해고와 교섭에 응하지 않는 사측의 불·탈법엔 눈감으면서 노조의 불법성·과격성만 부각하는 보도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지난 5월 유성기업 노조 파업 때처럼 노조의 정당한 권리주장조차 불법으로 규정하고, 사소한 법규 위반을 엄청난 불법인 양 몰아붙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물론 노조도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의 책임과 경중을 따져 균형있게 보도해야 한다. 회사 측에 유리한 정보만 선택해 노조를 비판하는 보도에 경종을 울린 이번 판결을 ‘친자본 반노동’에 길든 언론사들은 가벼이 넘겨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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