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9일 목요일

[사설] ‘정의로운 검찰’의 모습은 요원한 꿈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8자 사설 '‘정의로운 검찰’의 모습은 요원한 꿈인가'를 퍼왔습니다.
검찰을 신뢰한다는 시민 응답자가 17%에 그쳤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그제 공개됐다. 법무부가 지난해 3월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일반 시민과 법률 전문가, 검찰 구성원 등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검찰의 공정성을 의심받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3%가 ‘권력과 돈, 피의자의 사회적 신분에 따라 달라지는 수사’라고 했고, 26%는 ‘정권에 편파적 수사’라고 답했다. 그간 검찰의 행태에 비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도 아니지만 검찰을 신뢰한다는 국민이 다섯 명 중 한 사람이 채 못된다니 충격적이다. 의례적인 일로 넘길 수 없는 검찰의 총체적 위기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되는 것은 검찰의 안이한 인식과 태도다. 검찰 구성원들은 검찰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54%가 신뢰한다고 대답했다. 검찰을 보는 국민과 검찰의 인식이 17% 대 54%라는 엄청난 괴리를 드러낸 것이다. 검찰 구성원들의 조직에 대한 자부심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묵과하기 어려운 착각이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사법연수원 강연에서 “검찰보다 깨끗한 조직이 어디 있느냐”고 말해 이런 시각의 일단을 드러낸 바 있지만 이토록 자신의 허물에 무디다니 어이가 없다. 더구나 검찰이 자기 조직의 권한과 기득권 유지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태도를 감안하면 이런 괴리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대검찰청 중수부를 폐지하고 수사권 일부를 경찰에 넘기자는 논의가 나왔을 때 검찰은 간부에서부터 평검사들까지 모두 들고 일어나 반대했다. 절망스러운 것은 ‘검찰 불신’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닌데도 검찰은 쇄신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검찰은 민간인 불법사찰 등 허다한 권력형 비리 의혹 수사에서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현 정권 들어서는 권력 눈치보기가 극심해졌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엊그제도 최근 불거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할 게 없다고 했다가 하루아침에 말을 바꿨다. 

오늘날 검찰이 처한 위기는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결과다. 검찰 입장에서는 수사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지 않거나 밤새워 일하는 검찰 구성원들의 노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을 원망할지 모른다. 그러나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검찰을 정의의 파수꾼으로 볼 만큼 국민은 모자라지 않다. 이제라도 검찰은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야 한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도 통절한 반성과 쇄신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검찰의 신뢰 회복은 불가능해질지 모른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인내가 인계점에 와 있다는 것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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