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8일 일요일

김종훈, 한미FTA 대가로 '쌀' 개방 이면약속 파문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1.09.15자 기사 '김종훈, 한미FTA 대가로 '쌀' 개방 이면약속 파문'을 퍼왔습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에 미국과 쌀 수입협상을 벌이겠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한미FTA 협정에서 쌀은 제외됐다는 정부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에선 청문회 등을 요구하고, 농민단체 등에선 김 본부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위키리크스 "한미FTA 공식서명후, 김 본부장 미국에 쌀 개방 협상 약속" 


한-EU FTA 비준동의안을 놓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관하던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발언을 마친 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옆을 지나가고 있다. 2011. 4. 28. 오마이뉴스
15일 미국 외교전문 고발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한미FTA 공식 서명직후인 지난 2007년 8월 29일 김 본부장은 미국의 얼 포머로이 하원의원(민주당)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쌀 추가협상을 약속한 것으로 돼 있다.

당시 상황을 정리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는, 김 본부장과 포머로이 의원간의 대화가 상세하게 씌여있다. 포머로이 의원은 김 본부장에게 "한미FTA에서 쌀이 빠져서 캘리포니아 곡물업자 등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미 의회에서 한미FTA 협정이 비준되기 위해선 쌀 문제를 어떤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한국에선 농민을 '사회적 약자'로 보고 있으며, 강한 보호주의 정책으로 인해 현재로는 쌀 문제를 다룰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의 쌀 관세화 유예가 2014년에 끝나게 될 것이고, 한국 정부가 (미국과) 다시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한미FTA와 쌀 관세화는 전혀 별개이며, 쌀과 관련해 미국과 어떤 약속도 없다고 해왔다. 김 본부장의 쌀 협상 발언이 공개되면서, 사실상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2008년 쇠고기시장 개방과 작년 자동차 재협상, 미국쪽 요구대로 진행

특히 이날 포머로이 의원과 김 본부장 사이의 대화에선, 이미 양국이 서명한 한미FTA를 두고 미국쪽의 노골적인 국내 시장 추가 개방 요구가 드러나 있다.  포머로이 의원은 미국 하원에서 FTA 협정을 심의하는 세입위원회 소속의원이다.

그는 이날 쌀 시장 개방 뿐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시장 개방과 함께 한미 FTA 협정 가운데 자동차 부분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한미FTA 협정이 미 의회를 통과하려면,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한국산 픽업트럭의 10년간 관세 균등 철폐'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결국 한국정부는 2008년 4월 미국과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에 합의했다가,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자 재협상을 거쳐 시장을 열었다. 또 작년에는 미국쪽 요구대로 자동차 등에 대해 재협상을 벌여, 픽업트럭 등 관세 부분에서 대폭 양보하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15일 "김종훈 본부장이 한미FTA 미 의회 통과를 위해 쇠고기, 자동차에 대한 추가이익을 요구하는 미국 압력에 긍정적으로 답변했고, 이는 그대로 현실화됐다"고 말했다.

또 김 본부장 말대로, 2014년이후 한국이 미국과 쌀 시장 협상을 하게 될 경우 사실상 국내 쌀 시장은 미국 독차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우루과이라운드(UR) 재협상을 통해 쌀 시장 전면 개방을 2014년까지 유예하기로 돼 있다.

대신 미국, 중국, 호주, 타이 등 4개국의 쌀 20만 5000톤씩을 고정적으로 수입하고 있고, 매년 수입량을 2만톤씩 늘리기로 돼 있다. 작년에만 이런 방식으로 들어온 수입산 쌀은 모두 32만 7000톤에 달한다. 2015년 부터는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되, 수입산 쌀에 대한 관세를 400%이상 매기도록 돼 있다.

만약 한미FTA가 발효되면, 이를 근거로 미국 쪽에선 400% 이상의 관세가 매우 높다면서 관세인하를 요구해 올 것으로 보인다. 강기갑 의원은 "쌀 관세화 개방이 이뤄질 경우 미국쪽 요구대로 미국산 쌀은 낮은 관세율을 적용 받게 될 것이고, 결국 미국산 쌀이 국내 시장을 점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민단체 "김종훈 본부장 즉각 사퇴해야"

농민연대 등 농민사회단체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을 속인 이면합의로 쌀 마저 내어주게 될 경우 우리 농업에 미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과 이들 단체는 또 "쌀 개방 추가협상을 약속한 김종훈 본부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면서 "국민을 기만한 한미FTA 뒷거래에 대해 정부는 낱낱이 진상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위키리크스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주장했다. 박 의원은 "미국 외교 전문을 보면, 현 정부의 무능외교와 국익포기 외교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면서 "한미FTA협상 과정에서의 개성공단 대통령 훈령 위반부터 쇠고기 전면개방 밀약, 미국을 위해 죽도록 싸우는 통상교섭본부장 등 우리나라 관료의 형태라고 도무지 믿을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같은당 이용섭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위키리크스가 폭로하고 있는 미국 외교전문에는 대통령의 도덕성과 국가관을 의심하게 하는 내용을 포함해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폭로내용이 국정 전반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 각 상임위 국정감사로는 총체적 진실을 규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정조사나 청문회 등을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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