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30일 금요일

[사설]‘도가니 충격’ 장애인 인권 신장 획기적 계기 돼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29자 사설 '‘도가니 충격’ 장애인 인권 신장 획기적 계기 돼야'를 퍼왔습니다.
청각장애 아동시설인 광주 인화학교 교직원들의 상습 성폭행 사건을 담은 영화 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성폭행 가해자들이 솜방망이 형사처벌을 받고 학교 재단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데 대한 국민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뒤늦게 경찰은 인화학교 전면 수사에 착수하는가 하면, 교육 당국은 전국 41개 장애아 특수학교 특별점검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한목소리로 관련법 개정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이 같은 ‘도가니 현상’을 계기로 복지시설 장애 아동에 대한 성폭력 범죄는 물론 장애인에 대한 인권 유린을 막을 근원적 해결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2005년 세상에 드러난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납득할 수 없는 처리 결과 때문이다. 교장 등 가해자 10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2명뿐이었다. 법원 측은 친고죄인 아동 성폭력 범죄, 피해자와 합의, 공소시효 소멸 등 당시 법과 양형 기준을 따지면 불가피했다고 한다지만, 국민의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더 큰 분노를 사는 것은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을 포함해 가해자 5명이 버젓이 학교에 남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용기를 내 성폭력 실태를 고발한 교사만 해임됐을 뿐이다. 재단 이사진이 친인척과 지인으로 구성된 족벌 경영 체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건 재수사와 인화학교 폐쇄,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등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정치권도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미성년자 성폭력 범죄 공소시효 폐지, 형 감경 금지 등을 담은 성폭력 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회복지재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진에 공익이사 선임을 의무화하고 위법 행위자는 강제 퇴출시키도록 하는 ‘도가니법’(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법안이 처음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인화학교 사건이 폭로된 뒤 2007년 정부가 복지사업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한나라당과 종교단체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성폭력 범죄 처벌 특별법 개정안은 2009년 발의됐으나 논의 부족을 이유로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관련 당국과 정치권은 뼈저린 반성과 함께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복지시설 장애 아동을 성폭력으로부터 지키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감독기관이 평소 철저한 관리와 감시로 문제의 소지를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가니 충격’은 장애인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에 크나큰 경종을 울렸다. 우리 사회가 모든 장애인의 보호자로서 그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껴안게 되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 결코 반짝 관심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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