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6일 금요일

[사설]무죄판결 받고 인사위 회부된 MBC PD수첩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15자 사설 '무죄판결 받고 인사위 회부된 MBC PD수첩'을 퍼왔습니다.
역사가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반복된다는 말은 탁견이다. MBC 광우병편을 두고 벌어졌고 또 진행 중인 공방을 보면서 갖는 소회가 그것이다. 광우병편에 대한 검찰 수사와 법정공방은 비극에 해당한다. 2008년 4월 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과 수입협상의 문제점을 보도하자 6월 정부가 제작진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한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수사는 무리로 점철됐다. 애당초 명예훼손 사건이 성립될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PD를 긴급 체포하고 MBC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도했고, 작가의 개인 메일까지 공개했다. 이 와중에 국제 언론단체의 한국 언론자유 순위는 계속 추락했다. 이달 초 대법원은 제작진 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로써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후 희극적 반복이 펼쳐진다. 무죄판결에도 불구하고 MBC는 “저널리즘의 기본을 간과했다”며 사과방송을 했고 신문에 대국민 사과문을 실었다. 판결 결과를 잘 모르는 사람은 의 유죄가 확정된 것으로 오해할 만했다. 이어 제작진이 인사위원회에 회부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소문은 곧 사실로 판명났다. 엊그제 MBC는 제작진 5명에게 인사위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징계사유는 회사명예 실추라고 한다. 어이없는 사과문과 소문이 바로 사실이 되는 MBC의 기막힌 현실은 헛웃음이 나오게 할 정도로 코미디를 닮았다. 만약 제작진의 징계가 현실화한다면 그것이 이 희극의 클라이맥스일 것이다.

사측의 무리한 징계 움직임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그것이 공영방송에서 벌어지는 코미디 같은 일을 멈추는 길이다. MBC의 징계 움직임은 자기 입을 자신이 막아버리는 것으로, 언론사 스스로 재갈을 채우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정권·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 언론의 주요 임무이며 이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MBC는 황당한 사과문을 낸 것도 모자라 40개월 동안이나 고초를 겪은 제작진을 징계하려는 것인가. 대체 누구를 위해서인가. 그것은 올바른 방송의 길이 아니라 권력에 굴종하는 모습일 뿐이다. 을 사갈시하는 세력은 이들을 내란선동죄로 처벌하고 싶어했을지 모르지만 대법원이 내린 최종 판단은 무죄였다. MBC는 억지 징계에 그만 매달리고 방송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성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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