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6일 금요일

[사설]수요예측 잘못해 사상 초유 정전 사태 빚다니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15자 사설 '수요예측 잘못해 사상 초유 정전 사태 빚다니'를 퍼왔습니다.
어제 오후 전국 곳곳에서 전기가 끊기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정전이 전국적으로 발생한 데다 사전에 아무런 예고가 없었던 탓에 시민들이 놀라고 큰 혼란이 빚어졌다. 도심 건물에서는 예고없는 정전으로 승강기가 멈춰 서고 업무가 마비됐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가로등 작동도 중단돼 교통혼잡을 빚기도 했다. 소규모 공단지역에 전기공급이 중단된 사례도 있어 적지 않은 피해가 우려된다. 정부는 전력예비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바람에 순환단전을 단행했다고 밝혔지만 이처럼 느닷없이 전국적으로 정전이 발생한 데 대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

지식경제부는 “일부 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정비에 돌입한 상황에서 이례적인 전력소비 급증으로 순환단전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예비전력이 안정 유지수준인 400만㎾ 미만으로 떨어짐에 따라 1차로 전압조정과 자율절전 조치를 시행했으나 전력수요가 계속 늘어 지역별로 30분 단위로 전력공급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전력예비율은 한 시간여 만에 6.6%를 회복했지만 이날 순환정전은 저녁까지 계속됐다. 

전력예비율이 위험 수위 아래로 떨어지는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형태로든 제한송전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도 사전 계획에 따라 예고가 이뤄진 다음 단행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어제의 경우 이런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다. 전력당국의 수요예측 잘못 때문이다. 이례적인 남부내륙 지방의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했다지만 폭염은 며칠 전부터 예고됐다. 폭염이 예고없이 단행된 순환정전에 대한 면책사유가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발전기 2기가 고장났고, 23기가 점검 중이었다”는 지경부의 설명을 감안하면 전력당국은 폭염 등 비상상황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고 예년과 마찬가지로 발전소 정비에 들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안이하고 무책임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전력수요 예측이 크게 빗나가면서 비상상황을 맞은 탓에 사전예고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전력소비가 너무 가파르게 늘어 30분~1시간 전 예고조차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순환단전이 이뤄진 직후에라도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배경을 설명했더라면 혼란은 크게 줄었을 것이다. 정전 직후 한전의 지역본부에서조차 정전지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허둥댈 정도였다. 지경부의 공식 브리핑은 정전 발생 한 시간이 훨씬 지난 뒤에 이뤄졌다. 전력당국의 능력과 자세가 이런 수준이라면 국민이 어떻게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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