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30일 금요일

그 많던 모래, 어디로 갔을까?


이글은 한겨레신문 hook 2011-09-30자 기사 '그 많던 모래, 어디로 갔을까?'를 퍼왔습니다.

다큐멘터리사진가. 이미지프레시안 기획위원을 맡고 있다. 사람들이 치열하게 부딪히는 삶의 현장에 카메라를 들고 뛰어 들지만, 기실 홀로 오지를 떠도는 일을 좋아한다. <흐르는 강물 처럼>, <레닌이 있는 풍경>,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사진가로 사는 법> 등을 쓰고 <중국 1997~2006>, <이상한 숲, DMZ> 등을 전시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inpho 를 운영한다


모래도 증발할까? 섬전암이라는 것이 있다. 낙뢰가 모래에 떨어지면 고압의 전기가 엄청난 열로 전화해 모래를 녹여 만든 유리 암석이다. 수집가들에게 꽤 고가에 판매된다고 하니 흔한 것은 아니다. 결국 모래는 증발하지 않는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모래가 증발한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국토부의 ‘농경지 리모델링 준설토 부족 반입에 대한 조치계획’이라는 문건에서는 금강 3개 지구와 낙동강 19개 지구에서 농경지 리모델링에 사용할 준설토 반출량과 반입량이 280만1000㎥의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이는 준설토 10㎥를 실을 수 있는 15t 덤프트럭 28만대 분량”이라며 “수사를 의뢰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모래가 증발한 것이다. (사진 경북 상주 낙동강)

전부터 4대강 공사 지역을 다니면서 한국사회 대형프로젝트 후유증 중 하나인 빼돌리기가 있다면 ‘모래’일 것이라 생각했다. 건축업하시는 분 다 이시겠지만 모래 중에서도 ‘강사’가 가장 귀하다. 건축자재로 으뜸이라는 것이다. 그런 모래가 흙과 뻘이 혼합된 준설토에 함부로 섞일 수 있는가? 준설 때부터 모래는 따로 적치했다. 농지 매립에 사용되는 것은 준설 된 흙과 뻘이고 건축용 모래는 애초부터 돈이 되는 물건이었다. 모래는 증발한 것인가? 빼돌린 것인가? 권도엽 장관은 “골재 반입량 차이는 반입된 뒤 다지는 과정에서 물빠짐 등 변형 때문”이라 했다. 그 말대로라면 28만대 분량의 물이 빠져나간 것이다. 과학적 근거 있나? (사진 위 충남 공주 금강, 아래 경북 창녕 낙동강변)

영산강에서 퍼 올린 모래는 나주시가 멋대로 관변단체에게 기증하고, 상주는 시가의 1/10정도인 ㎥ 당 1300원에 팔았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인심은 참으로 후해 3000원을 넘어가는 지자체가 없었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낙동강사업 초창기부터 준설토 선별처리를 정부에 요청했으나, 4대강추진본부가 공기 등을 이유로 선별처리 없이 매각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세척시설을 갖추고 공간을 확보하려면 시간, 공간, 예산 등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공사의 빠른 진척을 위해 정부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말뜻은 준설토가 모래와 흙이 섞여있는데 선별할 시간이 없어 헐값에 넘겼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헐값에 받은 놈은 노난 것이다. 아니면 함께 노났던지. (사진 위 충남 부여 금강, 아래 경북 상주 낙동강변)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07년 골재 8억㎥을 준설해 판매한 8조 원으로 “국민 세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대운하를 건설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국토해양부도 2009년 6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준설토 판매 수익으로 전체 사업비의 20~30%가량을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준설토 판매 수익금이 3171억 원이며, 그 중 909억 원을 국고로 환수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준설 공정이 대부분 마무리된 현재까지 지자체의 준설토 판매 대금은 1892억 원에 불과하다. 특히 생산 비용을 제외한 수익금이 100억 원 이상 발생한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어, 국고로 환수된 수익금도 0원이다. 김진애 의원은 “경남 창녕군에서 두 명의 전직 군수가 골재채취업자들에게 뇌물을 받아 구속되는 등 골재사업은 이미 비리와 특혜의 복마전이 되었다”며 “대구·경북지역 지자체들이 준설토를 헐값에 매각하는 것은 또 다른 ‘준설토 게이트’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사진 위 충남 연기 금강, 아래 경북 상주 낙동강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모래강은 내성천이다. 내성천의 물줄기 보다 몇 배 큰 유역이 모래로 덮여 있다. 금모래 은모래라 이름 되는 그 내성천 모래다. 수만년 동안 물을 정화하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노릇을 해왔지만 영주댐으로 수몰된다. 아마도 영주댐이 물을 가두기 시작하면 이 모래들을 모조리 퍼낼 것이다. 그리고는 소리 소문 없이 누구네 건물을 짓는 특급 건축자재가 될 것이다. 이 얼마나 어리숙한 나라인가? 이 얼마나 멍청한 국민인가? 내 땅 누대로 물려줘야 할 국토가 이렇게 유린 당하고 전유 당하는데도 분노하는 이 없다. 모래는 증발하지 않는다. 강에서 퍼 올린 모래를 몰래 팔아먹고 사들여 제집 짓는데 사용한 죄과는 끝까지 물어야 한다. (사진 경북 영주 금광리 내성천 지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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