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6일 월요일

"MB, 제주 중문단지마저 팔아먹으려 하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1-09-26자 기사 '"MB, 제주 중문단지마저 팔아먹으려 하나"'를 퍼왔습니다.
[우석훈 칼럼] "한국 정부는 '교회 출장소'가 아니다"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표현이 있다. 아무도 주인이 아닌 곳은 방치되거나 수탈된다는 의미가 있고, 공기나 물 등 주인이 없는 공공재에서 생겨나는 오염 문제 얘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국가가 주인인 상태와 민간이 주인인 상태 중 과연 어느 쪽이 관리가 더 효과적인가에 대해서는 팽팽한 찬반이 있다. 지역 주민과 지방정부가 협력하여 공유지나 국유지의 문제를 푸는 방법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해온 행정학자이자 정치학자인 오스트롬 여사가 2년 전에 이 문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적이 있다.

단기적 효율성의 경우에는 민간기업이 낫다는 의견이 많고, 장기적 효율성에는 그래도 이윤동기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 정부가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물론 이건 정상적인 정부의 경우이고, 부패한 정부나 무능한 정부 아래에서는 어떻게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민간이든 정부든, 가장 상태는 부패한 정권이 사사로운 결탁으로 정부가 가지고 있는 공유지를 헐값에 팔고, 민간은 시세차익만 남기고 그냥 도망가버리는 경우이다.

내가 현 정권이 하는 경제적 행위에 대해서 반대하는 경우는 대부분 이 마지막 경우, 즉 사적 결탁이나 부패가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이유로 공유지나 정부재산을 팔아버리는 경우이다. 이미 세계 1위 경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천공항을 외국 자본에 팔기 위한 시도를 하면서 '선진 경영기법 도입'이라고 하는 게, 대표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설명이다. 그냥 자기 친척이 다니는 회사에 주려고 한다, 그런 설명이 더 부드럽고 설명력도 높다.

국정감사 기간 동안에 정전을 일으킨 전력거래소와 한전이 호되게 질타를 당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만약 이번 정권이 대선 기간에 했던 주장대로 민영화를 시켰다면 대정전은 벌써 왔을 것이고, 국정조사나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시킬 수는 있어도 지금처럼 국감장에서 편하게 질의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일으킨 동경전력의 뻔뻔한 대응에 일본 정부도 꽤나 애를 먹은 걸로 알고 있는데, 만약 우리도 청와대 일각의 주장처럼 '서울전력' 혹은 '경기전력', 이렇게 나갔다가는 올 여름과 올 겨울에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제주사람들은 제주도 바깥의 사람들을 '뭍의 것'이라고 부른다. 이 '뭍의 것'들도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사실 별 관심 없는 경우가 많다. 그 빈 공간을 틈타서, 현 정권이 국유지에 대한 마지막 민간 매각을 슬쩍 시도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건 진짜 아니다.

제주도를 한 번쯤 방문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렀거나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중문단지라는 곳이다. 1987년에 전두환 정권이 강제수용하면서, 주민들의 원성을 샀던 곳이다. 군사 정권이 억지로 들어와서 국유지로 만들면서, "좋은 제주 만들겠다", 그렇게 말하면서 빼앗은 곳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기본 계획의 절반 정도가 진행되었다. 제주도의 다른 민간 개발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실패하거나 흐지부지해지면서, 지금은 제주의 대표관광 단지가 되었다.

이 민간 매각을 현 정권은 '선진화'라고 부르는데, 현지의 주민들에게는 기독교 계열의 회사에게 주려고 하는 거라는 얘기가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국유지가 상업용지가 아니라서 아주 싸다. 골프장도 공시지가로 하면 천억 정도인데, 인근지역 시세를 적용하면 4천억 가량 된다. 그냥 앉아서 골프장 하나만 가지고도 3천억을 그냥 가져가는 장사인데, 제주도청이 죽기 살기로 막아서고 있는 게 마지막 걸림돌이다. 눈 딱 감고 제주 도지사에게 절반인 천오백억 그냥 바친다고 해도, 그만큼 남는 장사가 된다. 그런데 이 사업명이 '선진화'이다. 나라 돈 기독교 계열 회사한테 거저 주다시피하면 우리나라가 그냥 선진국이 되나? 선진국이 되는 길이 그렇게 쉬우면, 조선의 땅을 그냥 일본 회사들이 저렴하게 불하받던 왜정 시절에 벌써 우리는 선진국 되었겠네? 이게 그렇게 떼돈 버는 장사라면 삼성이나 현대 같은 데서, 나도 하면서 들어올텐데, 두 개 정도의 회사만 의사를 표명한 걸로 봐서, 입찰자 내정은 이미 되어 있고, 하나는 그냥 들러리라는 흉흉한 소문이 파다하다. 내용도 이상하고, 형식도 이상하다. 뭐, 설마 그렇게까지 했을까 싶다가도,상식적으로 동기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으니까, 자꾸 결탁을 의심하게 된다. 내가 의심이 너무 많은 건가?

한 쪽에는 항공모함이 들어오는 전략 해군기지 만든다고 하고, 한 쪽에는 제주 유일의 비회원 골프장을 그냥 민간에게 넘기겠다고 하고, 그러면 제주도에는 뭐가 남겠는가? 이건 좀 아니다.

제주 올레 이후 제주도에도 '슬로우 관광' 혹은 생태관광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조금씩 자리를 잡는 중이다. 중문의 나머지 개발을 지금 계획대로 할 것인가, 아니면 마을 공동체 개념과 체류형 관광 그리고 생태적 개념을 더 접목시킬 것인가, 그런 조심스러운 논의가 일각에서는 또 진행되는 중이다.

그런데 임기 남은 김에 교회에 선심이나 쓰자, 그런 '봉헌'은 좀 아니다. 이거 십일조 내듯이 국유지를 교회에 바치는 양상, 이걸 어떻게 정부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그냥 사익집단이고, 곗돈 모임이고, 교회 출장소지.

살다살다 보니, 내가 골프장에 대한 글을 쓰게 되는 날이 오다니, 정말 나도 당황스럽다. 그러나 MB 정권의 파렴치함에 그냥 있을 수가 없다. 골프장 1개가 낫냐, 골프장 10개가 낫냐, 그런 질문과 같다.

안 그래도 4대강으로 재정악화된 걸 만회하겠다고 친수공간이라는 이름으로 4대강 인근에 아파트 짓는다고 난리다. '강변 아파트'는 서울에서도 문제인데, 이걸 전국으로 넓힌다고 하면서, 계속해서 국유지를 그냥 팔아넘길 모양새다. 이것도 모자라서 골프장에 관광단지까지 다 매각하겠니, 도대체 이 뭐하는 사람들인가? 생태계 보호와 농업 진흥 등의 이유로 점점 국유지를 늘려나가는 게 외국 추세인데, 청와대의 이 집단은 정부에 팔아먹을 게 뭐가 남았나, 맨날 그것만 보고 있는 사람들 같다.


▲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에 있는 천제연 폭포.
정부가 나서서 강제수용하면서 골프장 지은 것도 문제지만, 그게 문제라고 아예 민간에게 넘겨서 본격 장사하라고 하는 건 더 문제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선거자금 마련하느라고 이런 수천억, 수조원짜리 사업을 추진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뭐냐? 1년 좀 넘게 남은 시간에 지금처럼 국유지 다 팔아버리고 나면, 진짜 나라의 기둥뿌리가 흔들린다. 중문단지 민간매각, 이거 선진화 아니고, 지금 할 일도 아니다.

지금 정전사태 이후 에너지 대책으로 정신 없고, 세계적 경제 위기가 어디까지 갈지, 우리의신용도는 잘 버틸지, 온 국민이 정신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그 틈을 노려 은근슬쩍 기독교 계열 회사에 정부 땅 팔아먹기, 아무리 MB 정부라고 해도 이건 좀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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